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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뷰(artiview) 프로젝트>는 문화예술단체 'Art&Culture Story 문밖세상'의 비영리사업으로, '예술가, 그리고 삶 : 예술로 살다'라는 주제로 예술가로의 길을 선택한 이들의 삶의 방식과 작업세계를 들여다보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돈걱정, 집걱정, 작업걱정, 세상걱정에도 불구하고 전국 각지에서 열심히 자기 뜻을 펼치고 있는 청년 문화예술인들을 조명하고자 합니다. - 기자말

"전 돈을 많이 벌어야만 해요. 그래야 제(또는 악트그룹이)가 하려는 모든 것들을 다 이룰 수가 있거든요!"

목소리에서 굳은 의지가 느껴진다.

'난 예술을 할 거야' 또는 '저 사람은 예술을 한데'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튀어나오는 상대방의 반응, '예술을 해서 뭐 해먹고 살래?'라는 말. 우리나라 사람 가운데 그 흔한 반응을 접해보지 않은 이는 없을 것이다.

더욱이 예술을 전공한 사람에게는 그들이 처한 현실이다. 동시에 수많은 선후배와 동료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들과 마주하게 되곤 한다.

그러한 현실은 간혹 문화예술인들에게 생각보다도 훨씬 더 고된 삶을 선사하곤 한다. 하태웅(1983년생) 대표 역시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고민들을 품고 살아왔을 터. 그러한 고민들이 결국 그의 의지를 굳건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예술로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고, 잘 놀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 인터뷰는 5월 중순에 이뤄졌다.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남자

자기 소개를 요청하자 그의 입에서 나온 한 마디.

"나는 한 마디로 표현을 할 수 없는 남자예요."

순간 당황하기도 했지만 그 말에 조금은 공감이 되기도 했다.

악트그룹이 운영하는 '예술다방'에서의 하태웅 대표
 악트그룹이 운영하는 '예술다방'에서의 하태웅 대표
ⓒ 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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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태웅은 어떤 사람? 뭐하는 사람인가요?
"저는 노란색이에요.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의 저는 흰 캔버스에 다양한 색을 입히고 있는 중이고, 지금은 아마도 노란색을 입히고 있는 중인 것 같아요. 노란색이라는 것에는 딱히 별다른 의미는 없어요. 살면서 완성해나갈 그림의 일부를 칠한 것 뿐이죠.

그래서 아직은 제 자신을 한 마디로 표현을 할 수가 없어요. 전 예술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나만의 아이덴티티를 찾고 싶은 욕구가 아주 강한 사람이에요. 살면서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바탕으로 진짜 '하태웅'이라는 사람을 만들어가고 싶은 게 소망이죠. 현재는 그 과정에 놓여있기 때문에 아직은 제가 어떤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 '아름상' 수상 장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 '아름상' 수상 장면
ⓒ 악트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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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경영자의 길을 선택한 그

대학에서 공예학, 서양화를 전공했다는 그가 어떻게 지금의 문화예술기업을 창업하게 됐는지 궁금해졌다. 대화 도중 느껴지는 그의 예술창작에 대한 높은 의지. 어떻게 그러한 것을 뒤로 한 채 예술경영의 길로 접어들게 됐는지 궁금해졌다. 분명 남다른 경험과 자극이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 미대에서 미술을 전공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문화예술기업 '악트그룹'을 창업하게 되었나요? 어떤 전환의 계기가 있었나요?
"대학 졸업 후에 국비장학생으로 뉴질랜드를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언젠가는 제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경영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취업을 할 것이냐, 뉴질랜드에서 영어와 경영을 공부를 할 것이냐 고민을 하다가 결국 뉴질랜드로 유학 가는 길을 선택하게 됐죠.

경영공부를 마친 후에는 뉴질랜드에서 취업을 하게 됐는데, 처음에는 유학원에서 근무를 했어요. 일이 익숙해진 후엔 좀 더 다양한 일을 하고 싶어서, 유학원을 그만두고 디자인 프리랜서 일 등을 하며 다양한 경험들을 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무역회사에서 근무하기 시작하면서 영주권을 취득할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당시 집안사정으로 2012년 겨울에 급히 한국으로 들어오게 됐어요.

그런데 막상 한국에 와보니 취업 문턱이 너무 높더군요. 그래서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며 브랜드를 만들자 싶어서 학교 교사를 준비하다가 현실의 벽을 깨닫고 바로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자고 결정을 했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아트 사업을 할 수 있는 악트그룹 활동을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때마침 주변사람들에게 좋은 정보를 많이 얻어서 정부사업을 통해 본격적으로 창업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어요.

사업자금을 지원받게 되면서 제가 하고 싶은 예술가구 제작을 위한 기반이 마련됐어요. 시작은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남대문 낡은 창고에서 하게 됐죠. 그렇게 악트그룹의 첫 번째 브랜드인 '알트아트'라는 예술가구 브랜드가 탄생하게 됐어요."

- 그럼 '악트그룹'의 의미와 악트그룹이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좀 더 자세하게 소개해주세요.
"악트그룹에서 악트(AKT)의 의미는 독일어로 '셀프 누드화'라는 뜻이 있어요. 저희의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있죠. AKT는 각 앞글자마다 뜻이 있어요. 'A'는 저희 예술가구 브랜드 'Altart'로 예술과의 교류라는 뜻이 있고, 'K'는 수출/유통 브랜드 'KiaoraKorea'로 여기서 'Kiaora'는 마오리족 말로 '안녕'이라는 뜻으로 '안녕 한국'이라는 의미예요.

'T'는 해외커뮤니티 브랜드 'Take This Track'으로 문화 및 언어교환으로 시작했던 외국인을 위한 문화관광 브랜드입니다. AKT Group의 'Group'의 의미는 A.K.T. 브랜드와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인 '무리'라는 뜻입니다. 악트그룹은 개인만의 회사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만들어 나가는 공동체 개념의 조직입니다.

악트그룹은 현재 문화 예술분야에서 창작자의 지식재산권을 지키고 창작환경이 어려운 신진작가의 예술 활동을 지원합니다.

창작자의 작품에 정당한 창작재산권을 부여하고 대한민국 국민에게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획전시 및 예술제품을 제작, 순수예술가와 대중의 소통을 추진하는 일들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다양한 문화콘텐츠 개발 및 예술교육 기획 등 재능기부를 통해 사회 공헌활동 등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예술가구 브랜드 ‘Altart’ 전시 모습
 예술가구 브랜드 ‘Altart’ 전시 모습
ⓒ 악트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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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가구 브랜드 'Altart'는 어떻게 제작되고 있나요?
"Altart는 '공간에 존재함' 그 자체로 예술작품이 되는 Art Furniture를 생산하는 브랜드로, 대중적 접근이 쉽지 않았던 예술작품과 Altart 감성가구디자인이 만나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통해 탄생된 가구예요.

가구 도어(Door)에 알트아트 전속작가들의 작품을 특이공법으로 전면부에 배치했습니다. 가구 그 자체로 예술작품이 되는 효과가 있으며, 도어를 분리할 수 있습니다. 장착된 액자걸이를 이용해 벽에 걸 수 있는 노프레임 예술 액자로도 활용이 가능한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죠.

저희 아이템은 순수예술과 디자인 가구가 결합된 새로운 예술 및 디자인 작품이며, 독자적 예술가구 브랜드를 구축해나가고 있습니다."

- 예술교육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 보이는데, 그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교 때부터 입시미술교육원에서 강사를 하면서 미대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가르쳤어요. 그때 제가 가르친 아이들이 대학에 합격하는 경험을 하면서 교육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성취감을 처음으로 맛보게 됐어요.

또한 학부생 때 교직이수를 하면서 예술교육의 매력을 더 크게 알게 됐죠. 예술교육은 단순히 기능을 가르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 '미래를 제시하는 일'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사회에 나가면 예술교육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갖고 관련 활동을 해나가야겠다고 다짐했었죠.

지금은 악트그룹의 입장에서 유능한 청년중심 예술전문 강사와 함께 문화예술교육 연구 및 개발, 교육지원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고요."

- 악트그룹에서 운영하는 '예술다방'은 단순히 카페로만 보이지 않아요. 어떤 곳인가요?
"예술다방(藝術多方)은 카페를 위한 카페가 아니에요. 실제로 예술다방은 문화예술 프로젝트로 출발했으며,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발전 의지와 열정이 가득한 젊은 청년예술가들에 의해 발족되었어요.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청년작가지원 프로그램, 문화예술기획 사업을 하는 프로젝트팀이에요. 현재 예술다방 공간은 저희 악트그룹의 아지트겸 대중들과 소통하기 위한 하나의 창구이기도 해요.

벽에 작가들 작품이 상설 전시되어 있기도 하고, 가끔씩 공연이 열리기도 하거든요. 물론 다양한 메뉴들을 개발해서 판매하며 수익을 내고 있기도 하구요."

예술다방 전경
 예술다방 전경
ⓒ 악트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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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역시 나의 길

예술을 전공한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가 예술에 대한 애착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더욱이 경제적으로 힘들어도 '작가는 작가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는 다른 일을 하면서 예술창작을 한다는 게 쉽지가 않다. 예술경영자의 길을 선택한 그지만, 예술창작에 대한 열의 또한 식지 않은 듯 보였다. 그런 그의 작품 활동이 궁금해졌다.

- 그동안 또는 앞으로 해나갈 작품 활동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제 작품은 저의 심리적 변화와 내면세계를 통찰한 후 그중에서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에 맞는 재료와 기법으로 표현하여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작업을 하면서 메탈에 대한 매력을 많이 느꼈어요. 금속이 지닌 강렬한 느낌을 그대로 살려서 글라인딩(붓터치의 질감을 금속에 살리는 작업) 작업을 한 후, 그 위에 유화와 사진으로 작업한 디지털 아트를 입히는 방식의 파인아트 작업을 당분간 지속할 생각이에요.

글라인딩 효과로 인해 작품을 보는 각도와 빛에 따라 다양한 변화가 나타나죠. 그래서 제 이야기를 전달하기에 상당히 매력적이에요. 앞으로 계속 일생에 관한 내용을 작품으로 기록한 일대기를 완성해나갈 예정입니다."

Red J (1450x1120mm / grinded aluminium, mixed media)
 Red J (1450x1120mm / grinded aluminium, mixed media)
ⓒ 하태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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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도 잘 먹고 잘 살자!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영락없는 사업가다. 하지만 그냥 사업만 하는 사람은 결코 아니다. 반드시 돈을 많이 벌겠다는 의지가 강한 그지만, 단순히 돈이 목적으로 보이진 않았다. 그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 악트그룹의 앞으로의 계획과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앞서 말씀드린 악트그룹의 의미와 설립 이념에 부합하는 일들을 꾸준히 해나갈 생각입니다. 문화예술분야에서 저희만의 콘셉트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창작자 및 제작자와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순환기능을 점차 이루어가고 싶습니다.

해외 온라인마켓 유통으로 시작한 일이 현재는 오프라인으로까지 진출해 말레이시아 쇼핑몰에 저희 키아오라코리아의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습니다. 다행히 잘 운영되고 있어서 앞으로 2년 안에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 작은 매장을 오픈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루키 브랜드와 창작품을 소싱하여 판로개척을 지원해주고 현지 기관과 협의하여 문화교류를 진행할 예정이에요. 이와 같이 소소하게 저희만의 색을 가진 콘텐츠를 만들면서 해외 네트워크 확장과 인프라를 구축하고 수익구조를 안정화하여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들이 국내를 넘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며 문화예술교류를 통한 창작활동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그럼 하태웅의 미래와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악트그룹의 미래와 함께 하는 것이 아마도 하태웅의 미래일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을 직접 부딪치며 재미있게 하는 모습이 아닐까요? 갑자기 예술다방 10호 제주점 옥상 테라스에서 예술가분들과 커피 마시면서 다음 아트페어 준비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저희 게스트하우스 손님들과 합석하여 함께 바비큐파티를 하는 장면이 핑크빛으로 떠오르네요.

문득 떠오른 생각이지만 '예술다방 10호 제주점' 오픈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생각을 하고 보니 꼭 이루고 싶다는 마음이 드네요. 이렇게 계속 꿈을 잃지 않고 가고 싶어요.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예술하는 사람이 먹고 살 걱정 없이 예술할 수 있는 세상, 술담배 대신 예술로 위로받을 수 있는 세상을 저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이루고 싶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2015 예술인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예술인 개인이 예술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은 연평균 1255만 원이며, 예술인의 50%가 예술활동 수익 이외에 경제활동을 펼치는 겸업예술인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가 다방면으로 고도의 경제 성장을 이룩한 것에 반해, 여전히 예술활동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렵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인 것이다. '예술을 하면 먹고 살기 힘들다'는 말은 여전히 수많은 예술인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태웅 대표처럼 '예술인들의 먹고 사는 문제'에 접근하여,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나가려는 청년들이 있기에 예술을 지속하고자 하는 이들이 조금이나마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의 욕심이 과해보이지 않았다.

나 역시 문화예술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비슷한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길을 가는 사람으로서 그의 이야기에 많은 부분 공감이 되기도 했고, 새로운 자극이 되기도 했다.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그의 꿈에 지지와 응원을 보내는 바이다.

<악트그룹 대표 하태웅(1983)>
Diploma in Management SBG, New Zealand
LADO Washington D.C, USA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졸업
2015 정부3.0 문화데이터 경진대회 우수상(한국저작권 위원회 위원장상)
2014 대통령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
2009-2008 대한민국 디자인전람회 특선 외 5여회 수상
예술프로젝트 기획전 및 단체전 10여회
현) AKT GROUP 대표
ALTART 디자이너
KiaoraKorea 기획
예술다방(藝術多方) 운영

덧붙이는 글 | - 글쓴이는 'Art&Culture Story 문밖세상' 대표입니다. 본 기사는 변희정의 브런치 매거진을 통해서 동시 발행됩니다.



태그:#아티뷰프로젝트, #하태웅, #악트그룹, #문밖세상, #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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