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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의 아침 운해
▲ 설악산의 운해 설악산의 아침 운해
ⓒ 이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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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순위를 매기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결과가 있으니 한번 살펴보자! 한국인이 제일 좋아하는 산은 어디일까? 산행정보를 알려주는 인터넷 사이트나 포털 검색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는 산은 대부분 '지리산'이다.

성삼재에서 천왕봉까지 주능선 길이 잘 알려진 지리산은 종주 코스 이외에도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에 걸쳐 다양한 산행코스와 둘레길로 연간 2백만이 넘는 사람들이 다녀간다.

그런데 한국갤럽이 지난 2014년에 한국인이 제일 좋아하는 산을 두고 벌인 조사에서 1위자리를 차지한 건 '지리산'이 아니었다. 당시 갤럽은 만 13세 이상의 남녀 1700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실시해 '제일 좋아하는 산'을 물었는데 전체 응답자의 25%가 '설악산'을 꼽았다. 다음으로 19%의 '지리산', 10%의 '한라산' 순이었다.

장쾌한 설악산 서북 능선길

"굽이져 흰 띠 두른 능선길 따라/달빛에 걸어가던 계곡의 여운을/내 어이 잊으리오, 꿈같은 산행을/잘 있거라 설악아, 내 다시 오리니~."


설악산을 소재로 만들어진 '설악가'(작사·작곡 이정훈)라는 노래 가사말이다. 산악인들 사이에 잘 알려진 노래 가사처럼 설악산은 장쾌한 능선길이 일품이다. 설악산은 강원도 인제를 중심으로 장수대에서 대청봉까지를 내설악, 울산바위와 천불동 등 계곡과 암벽이 수려한 속초 방면을 외설악, 그리고 약수로 유명한 오색지구의 남설악으로 나눠진다.

계곡이 수려하고 볼거리가 많은 외설악은 수학여행객이나 단체관광객들로, 대청봉에 가장 빠르게 오를 수 있는 오색은 단체 산행객들로 입산통제 기간을 제외하고 사시사철 인산인해다.

고즈넉하게 설악을 감상하기에는 내설악이 적당하다. 때마침 '산솜다리'가 모습을 나타낼 초여름이었다. 남교리 십이선녀탕에서 서북능선과 공룡능선을 지나 마등령까지 수십 킬로의 고된 산행 길을 잡은 것은 그 때문이었다.

공룡의 등뼈를 닮았다 하여 이름붙여진 설악산 공룡능선
▲ 설악산 공룡능선 공룡의 등뼈를 닮았다 하여 이름붙여진 설악산 공룡능선
ⓒ 이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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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북능선의 귀때기청봉 이정표
▲ 설악산 서북능선 서북능선의 귀때기청봉 이정표
ⓒ 이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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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서북능선은 장쾌한 조망만큼 야성적이다. 능선 옆으로 나무가 없는 너덜 바위길이 거칠다.
▲ 설악산 서북능선 설악산 서북능선은 장쾌한 조망만큼 야성적이다. 능선 옆으로 나무가 없는 너덜 바위길이 거칠다.
ⓒ 이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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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첫날인 지난 6월 4일 중청대피소에 해지기 전에 도착하기 위해 새벽녘 일찍 길을 나섰다. 해뜨기 전 시작한 산행은 귀때기청봉을 거쳐 너덜바위 거친 길을 지나 14시간 만에 끝이 났다. 서북능선의 끝자락 끝청봉을 간신히 올라 중청대피소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

서북능선의 너덜바위지대에서 체력이 많이 떨어진다. 대승령 큰 감투봉부터 귀때기청봉을 지나 한계령 삼거리까지 성인 몸집만한 바위덩이들이 약 4km에 걸쳐 펼쳐진 일명 '너덜길'은 정말 힘들다. 바위 틈 사이로 발이라도 빠진다면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에 산행 속도도 그만큼 더뎌진다.

다행히 봄과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였다. 간간히 서늘한 바람이 산행으로 더워진 몸을 식혀 준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고난의 길이었지만 오른쪽으로 펼쳐진 점봉산과 오대산의 산줄기를 보며 지친 몸을 달랬다. 왼편으로는 용의 이빨 모양인 용아장성과 공룡의 등뼈 모양을 닮은 공룡능선이 탄성을 자아낸다.

시야가 탁트여 중청봉에서 속초시내가 잘 보인다.
▲ 중청봉에서 바라본 속초시내 시야가 탁트여 중청봉에서 속초시내가 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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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중청대피소가 보인다. 중청대피소 뒤로 솟은 봉우리가 설악산 최고봉인 대청봉이다.
▲ 중청대피소 설악산 중청대피소가 보인다. 중청대피소 뒤로 솟은 봉우리가 설악산 최고봉인 대청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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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봉 아래로 구름바다가 펼쳐졌다.
▲ 소청봉에서 바라본 설악산 운해 소청봉 아래로 구름바다가 펼쳐졌다.
ⓒ 이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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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넘이를 보기 위해 뒤늦게 대청봉에 올랐을 때는 시야가 탁 트여 속초 시내 영랑호가 훤히 보였다. 기나긴 산행 뒤에 함께 나누어 먹은 음식은 꿀맛이다.

숙박이 가능한 대피소는 설악산과 지리산, 덕유산과 소백산 등 4개 국립공원만 있다. 종주등 당일로는 다 돌아 볼 수 없는 긴 코스를 탐방하기 위해 잠자리를 제공한다.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야 하는데 우리가 머무른 중청대피소나 지리산 장터목대피소는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등산인구가 늘기도 했고 정상 바로 아래 위치해 일출 산행에 편리하기 때문이다.

3대가 덕을 쌓지 않아도...설악산 대청봉 일출은 누구에게나 OK!

해뜨기전 대청봉 아래로 구름바다가 펼쳐졌다.
▲ 설악산 대청봉 운해 해뜨기전 대청봉 아래로 구름바다가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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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봉에서 바라본 일출
▲ 대청봉의 일출 대청봉에서 바라본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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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봉에서 바라본 설악산 일출
▲ 대청봉의 일출 대청봉에서 바라본 설악산 일출
ⓒ 신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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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가 덕을 쌓아야 그 모습을 보여준다'는 지리산 천왕봉과 달리 설악산 일출은 덕이 부족한 사람에게도 넉넉하다. 내륙에 위치해 각종 기상이변이 잦은 천왕봉과 달리 동해로 솟아오르는 대청봉 일출은 기상의 영향이 그만큼 적다.

매번 희뿌연 구름 사이로 사위를 밝히며 시뻘건 불덩이가 솟아오를 때는 경이로움 이외에는 뭐라 표현할 말이 없어진다. 멍하니 그저 한참을 바라볼 뿐.

아쉬움을 뒤로 하고 소청봉으로 내려섰다. 공룡능선과 울산바위도 구름바다에 잠겨 있다. 공룡의 등뼈를 닮은 공룡능선은 신선대를 시작으로 마등령까지 오르락 내리락을 수차례 반복하는 약 4km의 능선길이다. 국내 최고의 수직절벽인 '1275봉'을 품고 내설악와 외설악의 경치를 조망할 수 있는 멋진 코스다.

공룡능선 바위틈에 핀 산솜다리

해가 지고 오른 대청봉에서 바라본 속초시내.
▲ 해질 무렵 대청봉 해가 지고 오른 대청봉에서 바라본 속초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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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대청봉의 운해
▲ 설악산 대청봉의 운해 설악산 대청봉의 운해
ⓒ 구용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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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이면 산솜다리가 공룡능선 깎아지른 듯 그늘진 암벽에 청초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1275봉'을 향해 오르는 길에 처음 마주친 산솜다리는 새하얗게 가느라단 솜털을 달고 바위 가에 한 쌍씩 피어 있었다. 나한봉까지 가는 길, 볕이 잘 닿지 않는 바위에 외떨어져 피어 있어 더 고고해 보였다.

'에델바이스'라고도 알려진 이 꽃은 원래 종은 알프스 고산지대에서 자란다고 한다. '깨끗하고 밝게 피는 꽃'으로 여겨지는 '에델바이스'는 지금처럼 등산이 대중화되기 이전인 "19세기 유럽의 상류 엘리트들이 자연을 이상화하며 찬양한 꽃이었다"는 해석을 <르몽드디플로마티크>(관련기사 : 에델바이스는 어느 계급의 꽃일까?)의 기사를 통해 접한 적이 있다.

'하층민이 범접할 수 없는 고귀함의 상징으로 이상화된 꽃'이라는 것이다.

우리도 그런 환상으로 산솜다리를 찾아 나선 걸까? 어여쁜 산솜다리의 자태를 바라보면서 마음 한 구석에 복잡한 생각을 품고 백담사로 하산 길을 잡고 내려섰다.

설악산 공룡능선 바위에 핀 산솜다리
▲ 설악산 산솜다리 3 설악산 공룡능선 바위에 핀 산솜다리
ⓒ 신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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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공룡능선에 핀 산솜다리
▲ 설악산 공룡능선 산솜다리 2 설악산 공룡능선에 핀 산솜다리
ⓒ 신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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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공룡능선에 핀 산솜다리
▲ 설악산 산솜다리 설악산 공룡능선에 핀 산솜다리
ⓒ 구용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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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tip
글쓴이는 동료 7명과 6월 4일부터 5일까지 1박 2일 동안 강원도 인제 남교리 십이선녀탕 탐방지원센터에서 백담사 탐방지원센터까지 내설악을 둥글게 종주산행했다. 중청대피소에서 하루를 묵었다. 공룡능선까지 포함된 코스는 약 35km이상의 장거리 종주 산행으로 일반 산행객들에게는 무리가 되는 거리다.

서북능선 산행의 경우 한계령에서 올라 귀때기청봉을 지나 장수대로 하산하면 당일 산행으로 알맞다. 공룡능선을 돌아 보기 위해서는 당일 산행으로는 새벽일찍 소공원을 출발하여 희운각 대피소를 거쳐 원점으로 회귀하거나 희운각대피소에서 하룻밤을 머물고 다음날 일찍 공룡능선을 산행하는 것이 안전하다.

설악산 능선에는 샘이 없다. 대피소에서 물을 충분히 보충하고 산행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글쓴이의 오마이뉴스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설악산, #설악산 서북능선, #산솜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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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밤이 서서히 물러갈 때, 이 봄날의 꽃이 자신들을 위해 화사하게 피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얼마나 자신을 지키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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