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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문자박물관 ⓒ 유혜준
태산을 둘러보고 이동한 곳은 하남성 안양시(安阳市). 하남성은 중국에서 인구가 두 번째로 많은 성으로 1억 가까이 된다. 안양시는 하남성에서 인구가 8번째로 많은 도시로 517만 명이나 된다는 게 가이드의 설명이다.

안양시에는 중국문자박물관(中國文字博物館)이 있다. 중국 최초의 문자는 갑골문자. 거북이 등이나 뼈에 새겨진 글자라서 갑골문자라 한다. 기원전 1600년에 세워진 중국 상나라에서 만들어 썼던 문자로 세월이 흐르면서 한자로 변화, 발전했다. 상나라 때 사용됐던 갑골문자는 3천여 자이며, 이 가운데 절반쯤 해독됐다고.

안양시에 중국문자박물관이 들어선 것은 갑골문자를 사용했던 상나라와 관련이 있다. 상나라가 도읍을 지금의 안양시 샤오툰촌(小屯村)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지역에서 갑골문자가 많이 발굴되었고 지금도 계속 발굴된다나.
중국문자박물관 상징물인 자방 ⓒ 유혜준
26일 오전, 중국문자박물관을 찾았다. 입구에는 문자박물관을 상징하는 건축물이 세워져 있다. 이를 자방(字坊)이라 한단다. 중국문화의 전형적인 표식으로 랜드마크 성격을 지녔다고 한다. 높이가 18.8m, 폭이 10m인 대형 건축물이다. 그 뒤로 중국문자박물관 본관건물이 보인다.

본관의 높이는 32.5m, 외관은 금빛으로 빛난다. 상나라 시대의 문양이라는 도철문(饕餮紋)과 반리문(蟠螭文)으로 장식되어 있다.
중국문자박물관 입구에 전시된 구리도 만든 갑골편 ⓒ 유혜준
중국문자박물관 본관 ⓒ 유혜준
본관까지 가는 길 양쪽에는 구리로 만든 갑골편 28개가 전시되어 있다. 거북이 등껍질에 글자를 새길 생각을 했던 사람들의 지혜가 대단하다. 전시된 갑골편을 보면 갑골문자가 새겨진 거북이 등이 엄청나게 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시장에서 보니 그리 크지 않았다.

중국문자박물관은 2009년 11월 16일에 개관했다. 중국 돈 5억여 위안을 투자해 4층 건물로 건축된 이 박물관에는 중국 최초의 글자인 갑골문을 포함해 중국 한자 유적 4천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총면적은 7554㎡. 중국 국보급 유적인 갑골문과 금문(金文) 300여 점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1층~3층까지는 전시장이며, 4층은 사무실과 세미나실 등이 있다.

특히 2층 전시장에는 중국의 56개 민족의 글자들이 전부 전시되어 있다. 이 가운데에는 훈민정음도 포함되어 있다. 한글로 해석된 금강경도 있었다. 한국어가 아닌 '조선어'라는 설명이 곁들여져 있다. 조선족은 중국에 살고 있는 55개 소수민족 가운데 하나라고 하니 당연하겠지만, 한국어가 아닌 조선어라고 표기된 것을 보니, 썩 반갑지 않았다. 중국문자박물관에 전시된 서예 작품 가운데 한글작품은 없었다.
훈민정음이 전시돼 있다. ⓒ 유혜준
한글로 해석된 금강경 ⓒ 유혜준
중국 56개 민족이 들어간 그림이 전시되어 있었다. 조선족은 한복을 입은 여성이 장구를 치면서 춤을 추는 모습이다. ⓒ 유혜준
거북이 등과 뼈에 기록되던 문자는 세월이 흐르면서 변화한다. 사람들은 대용품을 참으로 열심히 찾았다. 대나무 등에 기록하다가 결국은 종이가 발명되고, 금속활자가 발명되면서 본격적인 기록문화가 발전했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기록을 글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 동영상, 녹음 등으로 분야가 확대되었지만, 갑골문이 기록의 기원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겠지.

갑골문자가 발견되면서 전설처럼 전해지던 상나라가 실제로 존재했던 나라라는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하니, 문자의 역할은 엄청나다. 문자가 없는 나라, 민족, 부족은 구전으로 역사를 전하기도 했지만 나라가 몰락하면서, 민족이 소멸하면서, 부족이 사라지면서 존재를 확인할 수 없게 된 사례가 많지 않나.
전시작품 ⓒ 유혜준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중국문자박물관은 한 번쯤 들러볼 만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기대한 만큼 볼거리가 많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지만, 문자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여유를 갖고 천천히 둘러보면서 문자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리라.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중국문자박물관 홈페이지(http://www.wzbwg.com/Korea/)를 찾아보자. 한국어 서비스도 한다.

덧붙이는 글 | 태항산대협곡 한국사무소, 왕망령한국 사무소에서 마련한 팸투어에 참가했습니다.

태그:#중국여행, #중국문자박물관, #갑골문, #훈민정음, #상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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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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