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보기] 이철희 "반기문 우습다, 새누리는 불임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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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가 가진 단점 중 하나가 상대를 경시하는 거거든요. 과거 이명박 후보나 박근혜 후보도 상당히 우습게 봤거든요. (상대를) 우습게 보는 오류에 빠지지 않으려고 무지 애를 씁니다만, 이래저래 따져 보니 '반기문 후보가 현실화된다면 그렇게 센 카드일까'에 대해 약간 회의적입니다."

25일 <장윤선·박정호의 팟짱>에 출연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은 장윤선 정치선임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반기문 대망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당선인은 "반기문 후보가 성립되려면 강력한 반박 또는 비박 세력이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그 대안으로 반기문 후보를 띄워야 설득력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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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5일 오후 제주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이후 약 1년 만에 방한한 반 총장은 이날 제주포럼 환영 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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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당선인은 집권세력을 등에 업고 나간다는 조건 자체가 한국 사회에 받아들여진 전례가 없고,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밑바닥인 상황에서 친박 이미지가 독이 될 수 있다며 '반기문 대망론'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 당선인은 "집권세력이 발탁하거나 영입한 대선 후보는 자생적 후보가 아니다"라며 "그 프레임에 들어가면 역효과가 나는데, 지금 반 사무총장은 '친박 후보', '박근혜의 남자'가 돼버린 것"이라고 짚었다.

이 당선인은 반 사무총장이 시대정신에도 맞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이 당선인은 "반기문 총장이 (대선) 후보가 되면 유일하게 내세울 건 '충청 대통령'인데 지금 대한민국은 충청 대통령, 영남 대통령, 호남 대통령이 필요하지 않다"며 "서민 대통령이 필요한데 그분은 서민과 완전히 다른 길을 걸어 왔다"고 일갈했다.

이 당선인은 반기문 사무총장이 통합의 정신을 강조하는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 당선인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균형과 통합을 이루려면 미국에 대해 대항하고, 좀 버티는 대신 약소국의 목소리를 더 들어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통합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 전혀 문제 의식없이 한 발언을 볼 때 이 정도 내공과 준비면 대권 후보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친박이 아주 영리하게 반기문 카드를 써서 시간을 벌고 있다고 보고요. 반기문 카드를 띄웠다가 살아나면 밀고 가는 거고, 아니면 페이스메이커로 쓰는 거죠. (반 총장은) 소모품이 될 수도 있고, 계속 살아갈 수도 있겠죠. 살아가더라도 2017년의 시대 정신을 대변하는 대선 후보로 서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이 당선인은 반기문 사무총장의 앞날에 대해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이 당선인은 "새누리당은 대선 후보가 없는 불임정당이 돼 버렸다"며 "불임 기간을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불임 기간을 넘어가기 위해 반 사무총장을 시간끌기용으로 쓰고 있다는 진단이다.

"더민주, 20년 집권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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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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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파전으로 붙어도 야권이 이길 수 있다는 게 4·13 총선에서 보였잖아요. 만약 (총선에서) 졌다면 무조건 일대일로 가야 한다는 흐름이 대세를 이뤘을 거예요. 무조건 단일화하자는 논의가 설득력을 잃었거든요. 잘하면 단일화나 연대의 그림이 나올 수 있고요. 이번 대선 이기고, 다음 대선 이기고... (더불어민주당에) 준비된 후보가 많아서 잘하면 20년 집권도 가능하거든요."

이 당선인은 컨벤션 효과를 기대했다. 이 당선인은 "후보들끼리 이번이 아니면 세상이 망하는 것처럼 붙어서 한 사람은 이기고, 나머지는 초토화된다는 경쟁의 구도가 아니라 상생의 구도를 만들었으면 한다"며 "이명박, 박근혜도 (대통령) 후보 시절 그렇게 싸웠지만, 둘 다 순차적으로 집권해서 10년 시대를 열었다"고 말했다. 무조건 단일화해야 이길 수 있다는 공식이 깨진 만큼 정당하고, 상생하는 경쟁을 거친다면 야권 대선 후보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당선인은 더불어민주당의 후보는 문재인이라는 공식이 야권에 오히려 치명타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이 당선인은 "'(후보 선정이) 요식행위 아니냐'는 레토릭이 붙으면 멀쩡한 후보도 손해"라며 "경쟁이 공정하면 여러 후보가 뛰어들 것이고, 그만큼 당력도 배가 되고, 유권자도 흔쾌히 찍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에 대한 평가도 곁들였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공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당선인은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도전을 해보는 게 나쁘지 않다고 본다"며 "자기만 이기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야권 전체에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하실 것"이라고 예상했다.

손학규 전 대표가 국민의당으로 갈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했다. 이 당선인은 "그때의 트라우마가 있다면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기정사실화되어 있는데 경쟁하는 건 아닐 거라 본다"고 말했다. 손 전 대표가 2011년 민주통합당 창당에서 크게 힘을 썼지만, 당권을 내려놓아야만 했던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를 필두로 대선을 완주하려는 의지가 강해서 손 전 대표가 또다시 들러리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존재할 것이란 예측이다.

이 당선인은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대선에서 '불펜투수로 활약하겠다'고 자처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당선인은 "옛날에 선동열 선수는 불펜으로 몸만 풀어도 게임에 영향을 줬다"며 "대권에 '안희정도 있다'고 보여주는 건 (야권 전체에) 도움되는 정치 행위"라고 전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평가도 이어졌다. 이 당선인은 "대권 주자 반열에 올라와 있으면 본인이 관심 있거나 굵직한 사안에는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지금처럼 제한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건 필요하다"고 전했다. 다만, 이 당선인은 "시장직을 열심히 하다가 대선 주자들이 다 자빠지면 나서겠다는 건 잘못된 방식"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먹고 사는 문제' 집중, "민생 정당으로 가겠다"

"선거는 여당이 잘못하면 정권을 바꾸고, 다수당을 바꿔주는 게임입니다. 여야를 동등하게 놓고 '어디가 더 낫냐'를 보는 게 아니라 집권세력에 책임을 묻고, 그 다음에 야당이 대안이 되는지를 따니느 거죠. 과거에는 새누리당이 세월호 참사나 메르스 사태가 터져도 야당이 반사이익조차 누리지 못했다고 했잖아요. 근데, 지금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 정도의 대안으로 부각된 것 같아요."

이 당선인은 4·13 총선 결과를 예상했다는 반응이었다. 당선인 이전 정치평론가 눈으로 바라볼 때 예상 가능한 측면이 컸다. 이 당선인은 "선거의 펀더멘탈이라는 경제 상황도 안 좋아서 박근혜 대통령 인기도 수치와 상관없이 대중 전선은 나빠져 있었다"며 "게다가 새누리당의 차세대 대권 주자가 명확하게 부각돼있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포함한 새누리당 당내 공천 갈등이 격화돼 있었고, 새누리당 집권이 8년 차를 이어져 오니 애초부터 여권이 승리하기 어려운 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안심하기엔 이르다. 내·외부 평가를 종합해봐도 '더불어민주당이 잘해서 이겼다'는 의견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당선인은 "아직 믿고 맡길만한 정당인지 불안해하거나 의구심을 가지는 분들이 많다"며 "국민이 더불어민주당에 기회를 줬다면 이 기회를 살릴 마침표는 내년 대선에서 끝나는 것"이라고 전했다. 긴장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정부·여당이 더불어민주당을 흔들 수 있는 요소도 남아있다. 정치권은 상시 청문회법이나 5·18 기념곡 제창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상태다. 보기에 따라 국민이 '여소야대가 되더라도 소용없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이 당선인은 그 원인을 "2012년 대선 구도를 복원하려는 박근혜 대통령이나 여권 핵심부에 있다"며 "과거 같으면 분기탱천했겠지만, 이제는 책임 있는 주체로서 전략적 인내를 하겠다"고 전했다.

이 당선인은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닌 것에 대해 지나치게 싸우는 건 국민이 반대할 것"이라며 "우리가 주력으로 가야 하는 건 먹고사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정부·여당이 민생 이슈가 아닌 문제로 갈등을 일으키더라도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포부다.

이 당선인은 기초연금 증액, 연기금 공공투자 등 더불어민주당 당내에서 내세우는 민생 공약들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치인으로서의 고민도 드러냈다. 이 당선인은 "살림살이와 관련된 문제라고 해서 다 꺼내놓고 하겠다는 건 아니지 않냐"며 "역량이 없는 것을 막 꺼내면 무책임해지니 천천히 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민심을 잘못 읽은 책임을 여론조사 기관에 떠넘기는데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부풀려서 쓴 건 언론 아니냐',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나무라면 아무 말도 안 하죠. 아는 거죠. 예를 들어 반대로 생각해보세요. 이번에 여론조사에서 야당이 압승하는 결과가 쏟아졌으면 (기사) 안 썼을 것 같아요."

한편, 이 당선인은 언론의 폐단도 지적했다. 이 당선인은 선거철이면 기자들이 '정책없는 선거'라고 지적하는데, 실제로는 정책 발표나 설명회를 개최해도 보도되지 않는 점을 토로했다. 이 당선인은 "지금 언론은 누가 물고 뜯고, 어디가 험하게 싸우는지를 보는 투견보도를 한다"며 "'당신은 조롱의 대상'이라고 (정치인들) 기를 죽이려 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뷰 전체 내용은 <장윤선·박정호의 팟짱>에서 다시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