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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비상대책위원회와 혁신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당내 계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원내지도부-중진의원 연석회의를 개최했다.
▲ 정진석 "어떤 질책, 고언도 듣겠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비상대책위원회와 혁신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당내 계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원내지도부-중진의원 연석회의를 개최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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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의 길은 고속도로 중앙선에 서 있는 것처럼 위험하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국회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비상대책위원장 관련해선 계속 고심 중인 건가"란 질문을 받고 인용한 한 영국 정치인의 말이다. 그는 "빨리 결론을 내야 하지만 얘기를 많이 들으려고 하니까 시간을 달라"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 또 "신중하게 해야 하고 중심에 서겠다고 했지 않느냐"라고도 말했다.

비상대책위원회·혁신위원회 '투트랙' 방침이 지난 17일 친박(친박근혜) 쪽의 조직적 불참으로 무산된 뒤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자신의 현실을 토로한 것이다. 특히 친박·비박(비박근혜) 사이에 끼여 있는 답답한 심정이 '중도의 길'이란 표현 속에 묻어 있었다.

이 같은 그의 '속앓이'는 최근 행보에서도 두드러진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청문회 활성화'를 골자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 논란과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하려다가 돌연 취소했다. 이를 두고 비대위 구성 등 당내 현안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왔다. 그는 같은 날 경남 거제에서 열린 조선업계 구조조정 간담회와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7주기 추도식에서도 당내 현안 관련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24일 오전 예정됐던 원내대책회의는 전날 저녁 원내부대표단 만찬으로 갈음했다. 이 역시 국회법 개정안 논란 관련 기자간담회를 취소한 이유와 같은 맥락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정 원내대표는 이날 "어제 저녁에 (당 수습방안 등) 허심탄회하게 토론을 많이 했다"라고만 말했다.

'손 떼라'는 친박과 '결단하라'는 비박, 무엇을 선택해도...

정 원내대표가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까닭은 비대위 구성 등 당 수습방안에 대한 친박·비박 간 요구가 크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적절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지난 17일 전국위 사태 이후 '심리적 분당(分黨)' 상태로 규정되는 계파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친박 측은 비대위·혁신위 '투트랙' 방침을 폐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친박계가 다수인 중진의원단은 지난 20일 원내지도부와 한 연석회의에서 비대위와 혁신위를 일원화하되,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를 분리할 것을 제안했다.

즉, 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새로 인선하고 차후 비대위 인선 과정 등에 손을 뗄 것을 요구한 것이다. 무엇보다 친박 측 중진의원들은 당시 황우여·강재섭 전 대표 등 친박계 인사를 새 비대위원장으로 제시했다고 알려졌다.

이에 대해 비박 측은 기존의 투트랙 방침을 강행하거나 비대위원장만이라도 혁신적인 외부인사를 영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친박 측이 제안한 '혁신형 비대위'가 사실상 비대위를 '관리형'으로 꾸려 당권을 재장악하겠다는 의도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와 관련, 비박 측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과 한 인터뷰에서 "이럴 때일수록 정 원내대표가 좌고우면하지 말고, 결기와 결단이 있는, 유일한 지도부의 강단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많은 당원들과 국민이 바라는 혁신, 쇄신형 비대위를 구성하는 부분에 대해 결코 본인이 인색할 필요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또 "(비대위에서) 구체적으로 특정인을 빼라는 건 친박계를 대표하는 사람이 공식적으로 정 원내대표에게 공식적으로 요구한 상황이 결코 아니다, 특정의원 한두명의 의견"이라면서 "(정 원내대표가) 결기 있는 행동을 보여주면 대다수의 새누리당 구성원들은 다 이해하고 따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종합하자면, 정 원내대표 입장에선 무엇을 택하더라도 역풍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게다가 친박·비박 측의 요구를 절충한 새 비대위원장 영입이 쉽지 않다. 정 원내대표는 전날 노무현 전 대통령 7주기 추도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 관련) "좋은 분을 찾아보다가 안 되면 도리가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그는 지난 20일 원내지도부-중진의원 연석회의 이후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찾아 당 비대위원장을 맡아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박 측의 반발이 예상되는 황우여 전 대표를 대신할 '카드'로 김 전 의장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김 전 의장은 "나보다 더 좋은 분들이 있다"라며 이를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앞서 혁신위원장에 거론됐던 김황식 전 국무총리도 최근 언론과 한 전화통화에서 "이미 일단락된 얘기를 무엇하러 다시 꺼내느냐"라며 고사 의사를 드러냈다.

20대 국회 개원 이후에나 결단 관측, 그러나 시간이 없다

결국, 정 원내대표의 '결단'은 20대 국회 개원 이후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당선인' 신분으로 법적인 대표 권한을 갖지 못한 그가 20대 국회에서 정식으로 당대표 권한 대행의 위치를 확보하고 난 뒤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란 예상이다. 또 섣불리 한쪽 계파의 편을 드는 결정을 내려 역풍을 자초하기 보단 여론 추이에 따른 결정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다만, 이처럼 시간이 소모되는 상황은 친박 측에 유리하다. 차기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 전까지만 활동하는 비대위의 특성상, 그 시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사실상 '관리형'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 원내대표도 지난 21일 "비대위는 전당대회를 위한 한시적 기관"이라며 "(9월에 시작하는) 정기국회 전엔 반드시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혁신형 비대위'가 아니라 아예 전당대회 시기를 앞당기자는 '조기 전대' 주장도 친박 측에서 주로 나오고 있다. 당권도전 의사를 밝힌 친박 홍문종 의원은 지난 18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 "정 원내대표도 (17일 전국위 무산으로) 상당히 많은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전당대회를 빨리 치루는 방안을 강구하든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강창희 전 국회의장도 지난 21일 고(故) 김재순 전 국회의장 영결식 참석차 국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정 원내대표에게 "길어야 두 달짜리 비대위를 갖고 언제까지 싸울 것이냐"라면서 조기 전대를 권유했다.

그러나 비박 측은 조기 전대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정진석의 결단'을 요구했던 김성태 의원은 같은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이 총선 참패에 따른 자성과 반성의 결과물로 어떤 책임을 지고 앞으로 어떤 쇄신과 혁신의 내용을 제시하는가, 이게 관건인데 그냥 전당대회 덜렁 열어서 지도부 선출하고 그 지도부에서 총선 참패에 따른 문제점을 논의해서 대책을 찾으라 하면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나"라고 조기 전대론을 비판했다.


태그:#정진석, #친박, #조기 전당대회, #비상대책위원회,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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