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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 한광호 조합원이 현대차와 유성기업의 노조탄압으로 자결한지 60일이 넘었습니다. 계획적인 노조탄압으로 노동자들을 괴롭혀온 현대차와 유성기업 자본은 아직도 아무 응답도 반성도 없는 상태입니다. 이에, 금속노조 유성기업 지회 노동자들과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서울광장 시민분향소를 차리고 이 문제를 알리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2011년 5월 18일, 유성기업이 불법적 직장폐쇄를 하고,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실행한 이 날을 기하며, 5월17일부터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정몽구 회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농성도 같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노동자를 전략적으로 괴롭히는 '가학적 노무관리'는 유성기업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그렇기에, 유성 노동자들의 싸움은 우리 모두의 싸움입니다. 돌아가신 노동자 한광호님을 기리는 한편, 우리사회의 '노동자 괴롭히기'를 중단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았습니다.-기자 글  

직장폐쇄 이후 회사가 뺏어간 5년간의 꿈, 
한광호 열사는 죽음으로 우리로 다시 꿈꾸게 했습니다 

유성 경영주 '유시영'에게 한광호 열사 죽음의 책임을 묻는 손피켓을 들고 있는  유성기업 영동지회 김성민 지회장.
 유성 경영주 '유시영'에게 한광호 열사 죽음의 책임을 묻는 손피켓을 들고 있는 유성기업 영동지회 김성민 지회장.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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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의 노조파괴는 5년 동안 우리의 꿈을 모조리 다 뺏어가 버렸습니다. 우리는 힘들게 하루하루를 버텨나갔습니다. 그러나 정말 슬프게도 한광호 동지의 죽음 이후, 우리는 다시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민주노조가 나를 지켜주는 울타리이고, 내 앞의 동지가 바로 나와 함께 행복을 나눌 사람이라는, 바로 그 꿈입니다." - 4월 23일 유성 연대한마당 문화제에서 김성민 지회장 발언 중-

고(故) 한광호 열사와 같은 공장에서 일했고, 같은 노동조합에서 활동하던 김성민 지회장, 유성기업 영동지회 지회장인 그는, 동료 한광호의 죽음 후 일주일에 서너 번은 충북 영동에서 서울을 오간다.

상복을 입고 상주가 되어, 자신보다 젊은 나이에 고인이 된 동료의 영정사진을 가슴께에 들고 서울의 거리와 광장에서 외친다. 유성 자본의 가학적 노무관리가 광호를 죽였노라고, 현대차 자본이 개입한 불법 노조파괴 공작을 끝장내야 한다고 말이다.

- 2011년 이후 영동과 아산 공장에서의 현장투쟁과 부당해고나 경영진 구속처벌과 관련하여 법원 앞 농성을 해 온 걸로 알고 있다. 한광호 열사 죽음 이후에는 서울광장 앞에 분향소를 차리면서 전국적인 투쟁으로 전환되었는데, 요즘 현장분위기는 어떤가?
"광호가 자결한지 두 달이 되어 가고 있다. 나 같은 노동조합 간부뿐만 아니라 우리 조합원들도 모두 쉴 틈 없이 투쟁에 임하고 있다. 양재동 현대사옥 앞에 1인 시위하러 4명씩 조 짜서 상경하고 있고, 유성과 아산 각 공장에서 8명씩 돌아가면서 현장분향소를 지킨다.

현장순회도 매일 하면서 조합원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둘러도 본다. 지난 4월 14일 기업노조 설립 무효판결이 있은 후부터는 기업노조 게시판을 다 떼어 내는 등 물품 퇴거도 하고 있다."

5월17일 부터 양재동 현대차 사옥 앞에도 한광호 열사의 분향소를 차렸다. 현대자동차는 유성기업 자본과 함께 창조컨설팅 등을 활용, '가학적 노무관리'를 통한 노조파괴를 계획/지시 했다.
 5월17일 부터 양재동 현대차 사옥 앞에도 한광호 열사의 분향소를 차렸다. 현대자동차는 유성기업 자본과 함께 창조컨설팅 등을 활용, '가학적 노무관리'를 통한 노조파괴를 계획/지시 했다.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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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간 쉬지 않고 투쟁해 온 지회 조합원들이 누구보다 힘드실 거 같다. 가장 힘든 점은?
"위에 설명한 투쟁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이 하루 전면파업을 하거나, 최소한 1시간 이상 부분파업을 해야 가능하다. 이런 상황 속에 영동지회 조합원 220명 중, 절반이상이 월급 100만원도 못 받아 간다고 확인됐다.

40-50만원 받아가는 조합원들도 꽤 된다. 사실 조합원들이 (일부러) 말을 안 해서 나도 이 정도인 줄은 잘 몰랐는데, 사측이 뿌리는 전단지를 보니 그렇게 적혀 있더라.

동료가 죽은 충격과 슬픔도 크고, 이런 상황에도 변화 없고 뻔뻔한 사측태도를 보며 투쟁 피로도도 쌓여 있다. 그런데 경제적으로도 힘들게 되니……. 지회장으로서는 조합원들 보면 애잔하고 미안해 얼굴도 잘 쳐다보지 못하겠더라.

제일 힘든 것은, 다름 아니라 동지가 떠나갈 때 일 것이다. 마치 심장 근육이 도려내지는 것 같이 아팠다. 아시다시피 기업노조로 넘어간 조합원들이 많다. 그중에는 20년 지기 친구도 있었다. 장기화 되는 투쟁 중, 그들에게 전망을 잘 그려주지 못해서 그런 선택을 한 게 아닐까, 자책도 많이 들었다.

- 많은 노동자들, 시민사회에서 이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하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과 계획을 말씀해 달라.
"예전에 유성 조합원들도 쌍차, 콜텍, 하이닉스매그나칩 투쟁들에 자주 연대했었는데, 우리가 한 것보다 10배는 받은 것 같다. 힘 모아 투쟁하여 반드시 이 노조파괴, 가학적 노무관리의 뿌리를 뽑아낼 것이다.

열사 정국 이후에는 회사도 궁지에 몰려 버티고 있는 상황이리라 본다. 그럼에도 유가족하고만 합의하겠다, 임금만 교섭하자, 상복 입지 마라 등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회사가 저지른 가학적 노무관리 행태, 노조탄압의 악행에 대해선 여전히 함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이 싸움은 노동자를 탄압하고 죽이는 것에 대항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우리 한광호 동지는 유성과 현대 자본이 가한 가학적 노무관리의 희생자이다. 반드시 책임자가 처벌되어야 한다. 이것이 역사에 남아야 한다.

더불어 복수노조법이 시행된 지 5년인데 이를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복수노조를 활용하는 등의 극심한 노동탄압의 피해가 유성뿐만 아니다. 복수노조법 5년을 제대로 평가하고, 이후 법제개정 운동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관련기사 : "유성기업 사건, 이제 해결할 때도 됐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기관지 <일터>에도 연재한 글입니다.



태그:#유성기업, #가학적 노무관리,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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