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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폐업 공고, 2015년 5월 6일 폐업 신고, 2016년 4월 30일 폐업 통보.

자동차 부품 쇠구슬(베어링, 강구)을 생산하는 창원 케이비알(KBR)이 세 번째 폐업하겠다고 밝혔다. 노사는 갈등 660일만인 지난 2월 합의하고, 3월 '화합 보고대회'까지 열었지만, 사측이 다시 문을 닫겠다고 한 것이다.

회사 측은 '노조의 새 집행부 구성 약속 미이행'과 '금융권 추가 대출 불가로 운영자금 부족' 등의 이유로 폐업하겠다고 했지만, 노조 측은 '위장 폐업'이라 주장하고 있다. KBR 노사의 갈등이 다시 고조되면서 노동계 안팎에서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강구를 생산하던 창원 케이비알(kbr)이 두번째 폐업신고했던 2015년 5월,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는 창원고용노동지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위장폐업 철회' 등을 촉구했다.
 강구를 생산하던 창원 케이비알(kbr)이 두번째 폐업신고했던 2015년 5월,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는 창원고용노동지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위장폐업 철회' 등을 촉구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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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측 기계반출 시도 하며 갈등 시작

노사갈등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이종철 대표이사는 2006년 옛 '한국강구'를 인수해 'KBR'로 상호를 바꾸었고, 이 대표의 두 아들 등은 밀양과 함안 등에 관계(종속)회사를 설립했으며, 특히 밀양 관계회사는 두 아들이 지분 49%를 소유하고 있었다.

KBR은 2012년 9월 밀양관계회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사측이 KBR 공장에 있는 기계를 밀양으로 반출을 시도했다. 그러다가 2013년 6월, KBR 사측과 금속노조(경남지부 KBR지회)는 '설비를 매각 또는 이전하지 않는다'고 합의했다.

그런데 KBR은 2014년 7~8월 사이 밀양 관계회사와 '매도 계약'을 체결하고 다시 기계 반출을 시도했다. 그러자 노측이 기계 반출 시도를 막았던 것이다.

지루한 법정 싸움도 진행되었다. 사측은 노측을 상대로 '기계반출 방해금지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냈다. 그런데 법원은 모두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 3부(박보영 대법관)는 올해 1월 26일 KBR 사측의 재항고를 기각하면서 '기계 반출 시도는 부당하다'고 한 것이다.

금속노조 KBR지회는 2014년 5월 7일 파업에 들어갔다. 노사는 각종 고소고발, 손해배상청구소송과 가처분신청, 재산가압류,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등으로 갖가지 갈등을 빚었다.

그리고 배임(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등의 혐의를 받아오던 이종철 대표가 유죄를 선고받았다. 금속노조 KBR지회가 2014년 10월 이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했고, 창원지검이 수사해 혐의가 있다고 보고 기소했던 것이다.

지난 3일 창원지방법원 제4형사부는 이 대표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 대표가 2011~2012년 사이 KBR 자금 55억 원을 빼내 기계를 사들여 함안 관계회사에 공짜로 빌려준 뒤 40억 원에 팔아넘겨 손해를 끼친 혐의가 인정되었다.

회사 '노조 약속 미이행' ... 노조 '위장 폐업'

이런 가운데 회사가 세 번째 폐업을 통보했다. 회사는 노사갈등을 겪던 2014년 6월, 폐업 공고했지만 실제 폐업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그리고 회사는 2015년 5월 6일에 폐업 신고했고, 그해 7월 주주총회를 열어 해산결의와 해산등기까지 마쳤다.

당시 회사는 폐업했지만, 금속노조 KBR지회는 집회와 농성, 거리선전전 등을 통해 계속 투쟁했다. 그러다가 지난 2월말 노사는 회사 정상화에 합의했다. 갈등을 겪은 지 660일 만이었다. 지난 3월 4일 열린 '노사 화합 보고대회'에는 회사 측 대표도 참석해 인사말을 할 정도였다.

그런데 회사는 정상화되지 않았다. 회사는 지난 4월 30일 금속노조 KBR지회에 폐업 통보를 했다. 회사 정상화 선언 두 달 만이다.

회사는 "3월 2일부터 설비보수, 전기시설 정상화, 거래선 확보 등 회사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어려움에 봉착하게 돼 폐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노사 합의 때 현 금속노조 KBR지회 집행부가 물러나고 새로 구성하기로 했는데,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회사측은 "은행 추가 대출 불가 통보로 운영자금이 없고, 물량 확보도 안된 상태"라며 폐업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지난 3일 노조측에 '회사 무단 점거에 따른 철수'를 요구했다.

회사는 "현재 청산 절차가 진행 중이다. 노조는 회사를 무단점거하고 있어 나가달라"며 "회사를 계속 무단 점거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 밝혔다.

금속노조 KBR지회는 "새 집행부를 꾸리기 위해 입후보 공보를 네 차례나 냈지만 지원자가 없었다"며 "회사측의 철수 요구에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KBR지회 관계자는 "KBR 사무직 직원들이 밀양 관계회사에 오고 가고 한다"며 "이번 폐업 통보는 위장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같은 사업장에서 같은 법인이 같은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세 번째 폐업 통보다"며 "회사는 그동안 '노조 혐오'를 보여왔고, 이번의 위장폐업을 규탄하며, 앞으로 투쟁 수위를 높여 나갈 것"이라 밝혔다.


태그:#KBR, #케이비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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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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