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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를 옭아매고 있는 가장 크고 단단한 올가미는 남북 분단이다. 남북 분단으로 인한 문제는 초등학생의 교육에서부터 노인 복지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있다. 나라 밖으로는 무역과 대외 관계를 비롯해 개인과 국가의 활동을 옥죄는 사슬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남북 분단은 60년이 더 지난 현재에도 해결될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분단 상황이 60년 이상 지속되면서 단일 민족의 구심점이었던 언어가 조금씩 달라지고, 역사적 사실과 그 이해에 있어서도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등 민족의 삶이 다방면에서 이질화되고 있다. 남북 분단의 벽은 하루빨리 허물어야 할 민족의 과제이다. 다음 세대에게 앞 세대가 겪었던 고통을 그대로 넘겨줄 수 없는 것이다."

조구호 문학박사는 자신이 펴낸 <분단소설연구>(역락 간, 403쪽) 머리말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조 박사는 "남북 분단의 벽을 허물기 위해 각 분야에서 많은 이들이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고, 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며 "문학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했다.

경상대학교 등에 출강하는 조구호 박사가 최근 <분단소설연구>를 펴냈다.
 경상대학교 등에 출강하는 조구호 박사가 최근 <분단소설연구>를 펴냈다.
ⓒ 경상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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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대 국어국문학과 등에 출강하는 조 박사는 남북분단의 벽을 허물기 위한 문학적 노력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했다. 책에는 1부에서 김원일, 이병주, 조정래, 박완서를 다룬 '분단소설과 지역성', 2부에서 황석영, 윤흥길, 문순태, 이청준을 다룬 '분단소설 작가 작품론'이 정리되어 있다.

조 박사는 "최인훈의 <광장>(1960)을 기점으로 2000년대까지 많은 작가들이 분단 극복을 위한 문학적 노력을 해왔다"며 "그렇지만 남북 분단이 반세기 이상 지속되면서 문학적 노력은 피로감에 지쳐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라 했다.

그는 "그동안 분단 극복을 위한 문학적 노력은 남북 대결 상황을 극복하고 통일을 지향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현실적 여건의 괴리 사이에서 뚜렷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 박사는 "이념 대립으로 인한 가해·피해 당사자들이 생존해 있는 상황에서 정서적 공유, 민족 공동체의식 회복 등 기존의 분단 극복 방안을 뛰어넘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았던 것"이라며 "하지만 분단의 벽을 허물기 위한 새로운 길 찾기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구호 박사는 경남 진영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김원일의 작품(<불의제전>), 경남 진주와 지리산을 배경으로 하는 이병주의 작품(<지리산>), 전남 벌교를 중심으로 한 지리산 일대가 배경인 조정래의 작품(<태백산맥>), 서울을 배경으로 한 박완서의 작품(<나목> 등)에서 그 지역적 특징이 분단소설에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자세하게 살피고 있다.

조구호 박사는 또 황석영, 윤흥길, 문순태, 이청준의 역사인식과 작품의 특징을 살펴보고 있다. 조 박사는 "이들은 작품 활동 초기부터 남북 분단이 사회 전반의 민주화는 물론 개인의 자유까지 억압하고 통제한 폭력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남북 분단으로 야기되는 각종 부조리와 질곡을 타파하고자 문학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설명했다.

기존 분단소설 연구에 대해, 조 박사는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문제는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대비하기 위하여 중요한 것이지만, 반상(班常)의 유습으로 인한 신분적 차별과 친일 지주들의 횡포가 심했던 지역적 특징으로 인해 야기된 이념의 갈등에 대해서는 문학적 조명이 미흡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양반과 상민의 신분 질서가 무너지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모든 국민이 동등한 인권과 자유를 보장받게 되었지만, 반상의 구분이 심했던 지역에서는 상당 기간 동안 신분 차별이 지속되어 갈등이 빈번하게 야기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일제의 식민지 지배정책에 동조하고 협조하여 부를 축적한 인사들이 해방 이후에도 득세하여 민족 간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며 "이러한 갈등은 남북의 이념 갈등과 뒤섞여 복잡하게 전개되었다. 따라서 지역적 특징으로 인한 이념 갈등과 그 상처를 극복하는 문제는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서도 중요한 문제인 것"이라 했다.

<분단소설연구>는 2011년 한국연구재단의 '인문저술지원사업'에 채택되어 3년간 연구한 결과물이다.


태그:#조구호 박사, #분단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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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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