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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모든 어른들은 '엄마'라는 말 한 마디에 마음이 울컥해지는 경험을 합니다. '엄마'라는 말에, 살아오면서 차곡차곡 쌓여진 의미가 얼마나 많은지 모두 알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그저 엄마에게 무엇인가를 바라는 마음으로 "엄마, 엄마" 끝없이 부르기 때문에 그 '울컥'해지는 마음에 담긴 의미를 잘 알지 못하겠지만, 세월이 지나 엄마가 될 즈음이면 그 의미를 조금씩 알게 되지요.

강경수/ 그림책 공작소
▲ <나의 엄마> 중에서 강경수/ 그림책 공작소
ⓒ 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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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수의 <나의 엄마>는 '엄마'라는 단 한 마디에 담긴 수많은 의미들을 그림으로 풀어낸 그림책입니다. 이 책에는 글로 된 서사가 한 문장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저 매 페이지마다 '엄마'라는 단어가 등장할 뿐입니다.

한 생명이 태어나 다시 한 생명을 품을 때까지 부르게 되는 수많은 '엄마'가 거기에 있습니다. 배가 고플 때, 외로울 때, 행복할 때, 즐거울 때, 아플 때, 심심할 때, 도움이 필요할 때, 무서울 때, 신날 때, 화가 날 때...

숱하게 "엄마"라고 불리는 그 순간이 그저 행복하기만 했으면 좋겠지만, 엄마는 '엄마'라고 불리는 그때가 힘들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한 순간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엄마"라고 부르는 아이가 더 이상은 곁에 없는 '상실감'과도 마주하게 됩니다.

그때쯤이면 그저 "엄마"라고만 부르던 아이도 '엄마'의 의미를 조금씩 알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엄마'를 떠나 보내고 자신이 '엄마'가 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지요. 시간이 나를 만든 것 같지만, 사실 여기 서 있는 나는 바로, 지칠 줄 모르고 이어진 그 수많은 '엄마'를 부르던 순간들이 모여 만들어진 것입니다.

강경수의 또 다른 그림책 <나의 아버지>는 <나의 엄마>와 생일(출간일자)이 같은 쌍둥이 그림책입니다. 하지만 이란성 쌍생아네요. 닮은 듯 닮지 않는 두 그림책이 부모님의 삶을 되새겨주고 있습니다.

언제나 우리에게 '슈퍼맨'인 우리 아빠! 못하는 것 없는 아빠를 보며 아이들은 꿈을 키웁니다. 용기를 얻습니다. 좌절할 즈음에 돌아보면 내 뒤에 계신 든든한 아버지 덕분에 아이들은 앞으로, 앞으로 달려갈 수 있습니다.

낯설고 어려운 세상이 익숙해지고, 미숙하던 것들에 자신감이 붙을 무렵, 우리는 등 뒤에 계신 '아버지'를 잊고 맙니다. 그냥 원래부터 잘했던 것처럼 그렇게 아버지를 잊어버리지요. 하지만 누구에게나 힘든 순간은 찾아옵니다.

그것이 '자만'으로 인해 생겨난 순간이든 누구도 어쩔 수 없는 운명과 같은 상황이든 어려움 속에서 우리는 나의 아버지, 나의 아빠를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그때쯤 뒤돌아보면 우리 아버지는 못하는 게 없는 아버지가 아니라, 늙고 힘없고 초라한 아버지가 되어계시지요.

끝까지 내 등 뒤에서 나를 지켜주신 분, 무엇이든 나를 위해 아낌없이 알려주시던 나의 슈퍼맨, 나의 아버지. 내가 슈퍼맨 '아버지'가 되어서야 그 분을 돌아보게 됩니다.

"아빠, 계속 있는 거지?"
"걱정 마. 아빠는 어디에도 안 갈게."

강경수/ 그림책 공작소
▲ <나의 아버지> 중에서 강경수/ 그림책 공작소
ⓒ 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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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그렇게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뒤에 서 계신 것입니다.

<나의 엄마>의 표지색은 아주 따뜻한 노란색입니다. <나의 아버지>의 표지색은 아주 씩씩한 빨간색입니다. 우리 '엄마', 그리고 '아버지'는 이렇게 우리에게 따뜻하고 든든한 분입니다.


나의 엄마

강경수 글.그림, 그림책공작소(2016)


태그:#강경수, #그림책 공작소, #나의 엄마, #나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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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속 보물들을 찾아 헤매는 의미 탐색자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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