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25일,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 한국인 친구인 손 아무개씨(42)를 변호하기 위해 대전지방법원을 찾은 와타나베 가즈노리씨(56)
 지난 25일,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 한국인 친구인 손 아무개씨(42)를 변호하기 위해 대전지방법원을 찾은 와타나베 가즈노리씨(56)
ⓒ 심규상

관련사진보기

"친구를 지키기 위해 일본에서 왔습니다."

지난 25일 오후 2시 대전고등법원 316호 법정(제1형사부, 재판장 윤승은). 한 일본인이 발언을 자처했다. 와타나베 가즈노리(56)씨다. 그는 손 아무개씨(43)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일본 샷포르에서 기꺼이 대전지방법원까지 달려왔다. 이어 법정 증인석에 서겠다고 요청했다.

손씨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간부에게 포섭돼 자신의 지인에게 북한을 찬양하는 의식화 교육을 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구속돼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3년 및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았다.

재판장은 와타나베씨를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았지만, 방청석에서 발언할 기회를 줬다. 와타나베씨는 서툰 한국어지만 음절마다 힘을 주어 또박또박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먼저 "있지도 않은 죄로 구속된 손씨를 지켜주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손씨와의 인연에 대해 "지난 2001년 손씨가 삿포로에 있는 대학에서 유학할 때 한국인 친구인 A씨를 통해 알게 됐다"며 "술을 같이 마시거나 등산을 같이하는 사이"라고 소개했다. 오랜 한국인 친구인 A씨를 통해 손씨를 알게 돼 친구가 됐다는 것이다.

"A는 30년 지기 친구, 북한 간첩이고 지령을 내렸다는 근거 뭔가"

와타나베씨는 A씨에 대해 "30년 지기 친구"라며 "(조선총련 분회장이지만) A씨가 지금까지 북한을 지지하거나 좋아한다고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손씨의 윗선이라는) A씨가 북한의 간첩이고 손씨에게 지령을 내렸다고 보는 근거가 뭐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손씨의 변호인은 "검찰은 A씨가 손 씨에 지령을 내렸다고 하면서도 A씨가 조선총련 분회장이라는 것 외에 북한을 위해 어떤 활동을 했는지, 북한을 찬양 지지했다는 행위가 무엇인지 입증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심지어 조선총련 활동을 한 실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지령을 내리고 누구를 포섭할 지위도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와타나베씨는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도 소회를 밝혔다. 그는 "친구란 사상, 신조 관계없이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라며 "하지만 한국에는 친구의 국적과 소속을 이유로 만나기만 해도 범죄가 되는 국가보안법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세계에서 보기 드문 법"이라며 "일본에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애들 같은 유치한 시나리오..."

와타나베씨는 "국가보안법은 사람을 다른 사람에 의해 일순간에 세뇌당하고 (조선총련 분회장과) 친구가 되면 북한을 위해 일하는 로보트화된 인간이 생겨난다고 보는 것 같다"며 "애들 같은 유치한 시나리오"라고 덧붙였다.

그는 검사를 향해 "친구와 술 마시고 만났다는 근거로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어 무슨 이익이 있냐"고 따지듯 묻기도 했다. 와타나베씨는 재판부에 대해서도 "세계의 웃음거리밖에 안된다"며 "죄 없는 손씨를 당장 석방해 달라"는 말로 발언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날 검찰은 손씨에게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을 구형했다.

재판부의 판단은 내달 27일 나올 예정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손씨에 대해 "조선총련 간부의 지령을 받아 대한민국 국민을 일본으로 유인해 회합하고 이적표현물을 취득·소지했다"며 "국가 안보에 큰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범죄로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징역 3년 및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정에는 <홋카이도신문사>와 일본 <교도통신> 기자가 참석해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 날 재판을 취재했다.

와타나베씨는 홋카이도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연행 문제에 관심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지향하는 홋카이도 모임 소속이기도 하다. <관련 기사/ <불가사리>로 포섭? 유죄 인정된다면 사법부의 수치">


태그:#국가보안법, #조선총련, #훗카이도, #대전지법
댓글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