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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2주기 하루 전인 15일, 늦은 7시에 서울 명동성당에서는 유경촌 주교가 주례하며 사회사목국 사제단이 함께 하는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미사가 집전되었다. 성당은 세월호 참사로 인해 세상을 떠난 이들과 유가족, 아직 미수습된 아홉 명과 그 가족의 슬픔과 염원을 함께하고자 하는 많은 이들로 가득 차 있었다.

한국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 박동호 신부는 "미사 중에 주님의 자비하심으로 참평화의 안식이 우리 곁을 떠난 이들과 아직 돌아오지 못한 이들과 함께 하기를 간절히 청합니다, 누구보다도 주님의 자비를 희망하고 있는 매일매일 눈물을 흘리는 유족들에게 저희가 그분 자비의 도구가 돼줄 수 있는 은총과 용기를 감히 부끄럽지만 청합니다"라고 강론을 시작하였다.

박동호 신부는 특별히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포로 2016년을 '자비의 특별 희년'으로 맞는 현재 우리가 "힘없고 약한 사람, 약한 민족,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는 자연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무자비함 속에 살고 있다며 우리 교회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자세를 강조하였다.

"우리 교회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경제적 이익을 향한 욕망과 권력에 대한 욕망으로 세상을 휩쓸고 있는 그 죄악의 구조를 단호하게 거절합니다. 그리고 사적 이익이나 이념적 목적을 위해 폐쇄적 지배 집단을 형성하는 지금 당을 고발합니다. 그 죄의 구조와 폐쇄적 지배 집단, 그들 한가운데에는 무자비한 돈이라는 우상이 우뚝 서있습니다."

이어  그 무자비함이 초래한 재앙과 비극으로부터 우리는 '바른 정신으로 똑바로 바라보고 그 고통의 자각을 나의 인격적 고통으로 전환시켜 달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을 인용하며 성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적극적인 자세로 교회의 문을 열어 거리로 나가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는 실천을 해야 한다고 호소하였다.

'성당에 들어가서 해야 할 거룩함'이라는 핑계로 견고한 담 안쪽에 서서 바깥 세상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고통과 아픔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문을 닫은 교회는 병든 교회라고 선포하며 '위선', '세속의 정신', '얌심의 기억 상실'로부터 벗어나 예수님의 희생 정신을 따라야 행동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촉구하였다.

미사의 마지막에는 미수습자 중 한 명인 단원고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씨가 솔직한 심정을 전하였다. 수학 여행을 떠나는 당일, 딸 은화 양과 나눈 통화 내용을 기억한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한 이금희씨는 "세월호 참사 2년이라고 하는데, 미수습자들은 날마다 731일째 4월 16일입니다"라고 전하였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그 때의 사건, 사고 소식을 듣고도, 아이들을 만나러 내려 가는 길에도 어느 누구도 지금의 상황까지 오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는 그녀의 생생한 기억과 아픔을 들으며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렸다.

이금희씨는 "미수습자들은 실종자가 아닙니다, 정부의 책임이 있는 아홉 명입니다. 정부가 반드시 찾아줘야 하는 아홉명입니다, 그래서 기다리고 있습니다"라고 애타는 마음을 토로했다. 또 미수습자를 찾는 것은 "아홉명의 가족에게는 가족을 찾아주는 것이자, 유가족에게는 내 아이가 왜 거기에서 희생 당했는지 아는 길이자, 생존자들에게는 아픔 없이 세상을 살아가게 할 수 있는 것"이라며 함께 아파하고, 기억하고, 기도해주는 국민들 덕분에 견디고 있다고 거듭 감사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세월호로 인해 아파하는 분들이 가족을 찾고, 이와 함께 진실을 알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제도와 법을 바꿔 이런 사고가 두 번 다시 나지 않게끔, 이런 고통을 겪는 사람이 저희가 마지막이기를 소망한다"고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질 때까지 기억하고 함께 해 주시 것을 간곡히 부탁하였다.

4월 16일,
대한민국 국민에게서 이제는 지워질 수 없는 날짜.

공동체로서의 대한민국, 그리고 그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나를 돌아보게 하는 자리.

그 자리에 초대받아 그 고통과 위로가 함께 공존하는 이 곳에서 '함께'함을 느낄 수 있었던 순간에 감사하게 된다. 오늘 하루뿐이 아니라 내일, 또 그 다음 날, 내년 4월 16일이 올 때까지 우리가 내가 속한 공동체를 위하여, 이 공동체에서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하여, 곧 나를 위하여 할 수 일들을 찾고 행해야 할 때다. 그것이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남겨준 뼈 아픈 과제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태그:#세월호참사2주기, #추모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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