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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민 당선인이 유가족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주민 당선인이 유가족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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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이 여소야대 정국으로 확정된 지난 14일,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 당선자는 경기도 안산 세월호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그의 일성은 "우선 세월호 특별법을 개정해야 합니다"였다. <오마이뉴스>를 비롯해 이어진 매체들과의 당선자 인터뷰에서도 이러한 소신을 지속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관련기사:  박주민 "대권 경쟁만 가속화되면 야권 과반 무의미")

새누리당이 122석으로 내려앉았고, 무소속 당선자 7명의 복당을 허용했다고 해도 130석을 넘기지 못한 상황은 박 당선자의 의지에 힘을 실어주는 조건들이다. 그리고 15일 명실상부한 제3당으로 입지를 굳힌 국민의당은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을 꺼내 들었다.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한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경제 관련 민생법안 처리와 함께 세월호특별법 개정안을 위한 19대 임시국회를 제안한 것이다.

오는 16일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이하여 여소야대 국회의 힘을 확인시켜 줄 수 있는 기분 좋은 출발이 아닐 수 없다. 당연하고 또 응당 그래야만 한다. 민심이 보여준 '박근혜 정권 심판'이라는 총선 결과에 빠르고 정확하게 화답하는 것이야말로 20대 국회를 맞는 야당들의 의무이자 책무다.  

그런 점에서, 지난 14일 오후 이재명 성남시장이 "일단 생각나는 대로... 동의하시면 좋아요 공유하기 부탁해요"라며 자신의 SNS에 공개한 '여소야대 되었으니 해야 할 일' 리스트는 경청하고 체크할 만하다.

1)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관련자처벌 위한 특별법개정과 특검
2) 허위사실 유포하는 종편 찌라시제재법 제정
3) 교과서국정화금지법 제정
4) 테러빙자 대국민테러법(일명 테러방지법) 폐지
5) 기회균등법제정(자원 기회 소득의 소수기득권 독점 폐지)통한 경제활력 회복
6) 노동개악법 폐지
7) 진짜 노동개혁(근무시간 단축, 통상임금 확대, 비정규직 동일임금 보장 등 일자리와 노동소득 확대)
8) 대통령의 상위법 위반 시행령 금지 및 제재방안 강구
9) 지방자치탄압금지법 제정
10) 개성공단 일방폐쇄 청문회 및 원상회복
11) 사대강, 자원외교, 방위비리 등 특검
12) 사실상 역진제인 법인세 정상화
13) 한일 간 위안부합의 무효 결의안 채택

이재명 시장의 이른바 '사이다' 같은 속 시원한 일괄 정리는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 리스트는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1100여 개의 댓글이 달리고, 5000회 넘게 공유됐다. 이용마 전 MBC 기자는 "공영언론 관련법이 빠졌네요"라며 애정어린 훈수(?)를 두기도 했다.

그렇다. 많아도 너무 많다. 야당 국회의원들과 20대 국회가 할 일 말이다. 정말, 진짜 부지런히 일하지 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현재 '대한민국호'가 위기 상황인 셈이다. 사실 이재명 시장이 거론한 정책이나 법안 대부분은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하지 '않은 정책들'과 하지 '말아야 했던' 정책들과 관련이 있다.

한 마디로, 무능하고 무책임했던 '이명박근혜' 임기 8년이 만든 유해물들인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두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벌여 놓은 유해물들을 치우고, 기록적인 부채를 쌓아가고 있는 국가 살림을 비롯해 진짜 '비정상의 정상화'의 현실화에 박차를 가할 때다.

부지런해야 할 야당 VS. 불안한 청와대

이재명 시장의 리스트 첫머리에 세월호 특별법 개정이 놓여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피해자, 그리고 대다수 국민들의 '마음속 1번'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물론, '민심'의 바다는 넓고도 깊다. 반면 유해물들은 너무 많다. 부지런을 떨어야 할 여소야대의 20대 국회는 그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선별 과제들을 빠르고 굵게 선정해야 한다.

우선 몇 개만 꼽아 봐도 숨이 찰 정도다. 세월호 특별법 개정과 함께 필리버스터를 이끌어냈던 테러방지법 역시 폐기 혹은 개정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노동개혁이라 떠벌렸던 노동 5법도 마찬가지다. 통일과 외교 분야를 상징하는 개성공단 원상회복과 한일 위안부 합의 무효 역시 박차를 가해야 한다. 

급진적이라고? 아니 절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만큼 박근혜 정부가 저지른 '사고'들이 많았다는 방증이다. 한편으로 '이명박근혜' 8년 동안 지상파 뉴스가 정부 비판을 꺼리고 동시에 종편이란 '괴물'이 탄생하면서 그러한 사고를 감싸주고 은폐했기에 가능했던 비극이다. 이재명 시장이 "허위사실 유포하는 종편 찌라시제재법 제정"을 주창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총선 패배를 비롯해 이 모든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도 침묵 중이다. 15일 오전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별다른 메시지는 없었다. 다만, 청와대가 내놓은 단 두 줄짜리 논평만이 널리 회자되고 있다.

"20대 국회가 민생을 챙기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새로운 국회가 되길 바란다. 국민의 이러한 요구가 (총선 결과에)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박근혜 번역기'를 탄생시킨 대통령의 화법에서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주체'와 '내용'은 온데간데없고, '물아 분리'의 정신승리가 돋보인다. 반성은커녕 아집과 짜증만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오는 18일 오전,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똑같은 반응이 나올지 지켜보도록 하자. 이날 회의야말로 박근혜 대통령이 여소야대의 20대 국회가 제 할 일에 속도를 내도록 도움을 줄 것인지, 훼방을 놓을 것인지 가늠할 수 있는 자리일 테니.   


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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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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