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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선거일이다. 예비후보 등록 후 120일 간의 대장정이 끝나는 것이다. 정당과 정당의 대립, 후보와 후보의 대립을 넘어서 선거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고, 국민을 대신해서 우리의 앞날을 설계하고 이끌어 갈 지도자를 뽑는 것이다. 민주주의에서 선거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승리한 쪽의 환호 뒤편에는 지는 쪽의 책임론이 부상한다. 각 정당을 이끌고 있는 여야 지도부는 어떤 경우에 어떤 책임을 져야 할까?

먼저 새누리당을 살펴보자. 총선 전에 180석을 이야기 했을 정도의 압승 분위기였다. 그러다가 극심한 공천파동을 거치면서 민심의 이반을 가져왔다. 따라서 비록 180석에 가까운 의석을 얻는다 하더라도 공천에 대한 책임을 누군가는 반드시 져야 한다. 공천관리위원장 이한구는 더 이상 책임을 질 정치적 위치에 있지 않다. 따라서 대국민 사과라도 진지하게 진행하길 바란다. 공천관리위원들 또한 진진하게 반성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미 총선과정에서 잘못된 공천에 대하여 무릎을 꿇고 사과하지 않았는가? 총선의 압도적 승리가 있다고 해서 어물쩍 넘어가려는 것은 공당이나 그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

당 지도부 또한 잘못된 공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공천관리위원회가 전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정치적으로 원만하게 이끌어가야 할 책임이 지도부에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물론 지도부 내의 친박과 비박의 갈등이 주요 문제겠지만 비박이라고 해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잘못된 공천이라면 자리를 걸고라도 막아냈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과반수 의석을 넘겼다고 자신들의 승리를 자축할 일은 아니다. 이미 영남에서 강력한 지지세를 가지고 있고, 야권 분열로 인해서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는 많은 선거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170석을 기준으로 이에 미달할 경우에는 당 지도부의 전원사퇴와 사과, 그리고 향후 당 지도부로 나서지 않겠다는 국민적 약속이 필요하다. 친박 핵심들의 경우에도 이번 공천파동으로 인해 민심의 이반을 가져왔다는 점을 생각해서 당 지도부에 입성하지 않는 것이야 말로 진지한 반성의 시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어떠한가? 시간이 갈수로 자신들의 목표의석을 낮춰 잡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야권 분열을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모든 책임을 안철수와 국민의당에 돌리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들의 책임을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이다. 최소한 120석을 기준으로 승리여부의 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120석을 얻지 못할 경우 선거의 패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1차적으로는 선거를 이끌었던 김종인 대표의 당대표 사퇴와 비례대표 의원직의 사퇴로 이어져야 한다. 지금까지의 총선에서 김종인만큼 전권을 가지고 선거를 이끌었던 지도부는 없었다. 그만큼 책임도 엄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자신이 비례대표를 다섯 번 하려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면 훨씬 더 당당하게 선거운동을 이어갈 수 있었을 것이고, 자신의 주장에 대한 진정성을 확인받을 수 있었으리라. 비례대표를 다섯 번이나 하려는 욕심 때문에, 그리고 대안 없이 유력한 후보를 공천에서 탈락시키는 무모함 때문에 지지층의 상당한 이탈을 가져왔음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김종인 대표 못지않게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사람이 문재인 전 대표다. 호남지역의 민심이반을 초래해서 분당 사태를 초래하였고, 급기야는 당의 정체성을 말살시키면서 야권의 족보에도 없는 김종인을 대표로 초빙하지 않았는가? 더욱이 원칙 없는 묻지마 공천으로 지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한 후보가 속출한 상황이었다. 선거 막바지에 호남지역에 들러 지원유세를 하기도 했지만 끝까지 호남에 가느냐, 못 가느냐의 문재가 논쟁거리가 될 정도로 텃밭 민심의 이반을 가져왔던 것은 분명 문재인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야권분열이라는 악재가 있었지만 새누리당의 분탕질 공천으로 지지율의 반등이 이루어졌음에도 자신들의 의석을 지키지 못했다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김종인은 120석을 기준으로 앞서 말한 책임을, 문재인은 호남민심의 이반을 기준으로 호남 의석 중 50%를 얻지 못하면 정계은퇴를 하는 방식이어야 야권이 바로설 수 있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자유로운가?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서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선거에 임했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앞두고 교섭단체를 구성하기도 하였지만 역식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아서 공천과정에서 여러 가지 잡음을 남겼다. 원만하지 못한 진행, 안철수의 측근을 내세우려는 시도는 기존의 정당들과 다를 바가 전혀 없었다. 새정치를 내세웠지만 새로운 패거리를 만들어가는 것으로 보일 뿐이었다. 비록 선거과정에서 새누리당의 민심이반과 더불어민주당에 이렇다 할 대표주주자가 없어서 자신들 지지율의 반등을 가져오고, 또한 호남에서 많은 의석수를 차지할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야권연대를 맹목적으로 외치는 더불어민주당과 소위 개혁세력의 요청에 따르지 않았던 점을 무조건 비난할 생각은 없다. 이번 총선을 통해서 제3의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려는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따를 수 없는 요구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만한 정치적 협상을 통해서 꼭 당선시켜야 할 야권인사에 대한 배려를 하는 방식으로 지역적으로 야권연대가 필요했던 곳이 있었을 곳이고, 자신들이 우세한 지역에서도 야권연대를 통해서 지켜내는 정치력도 필요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략적인 선택에 따른 야권연대마저 모두 거부함으로써 민주개혁세력의 반발을 불러왔다는 점은 깊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최소한 국민의당이 새누리당에 동조하는 보수세력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에 가까운 민주세력으로 평가받으려면 보다 적극적이고 유연한 야권연대의 협상에 나섰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앞으로 정당운영에 있어서 자신들 사람 심기에 급급한 패거리 문화가 만연할 경우 즉시 퇴출당할 수도 있음을 각인하여야 한다.

이제 새로운 정치질서가 재편될 전망이다. 선거를 통해서 국민들의 수준이 달라졌음을 확인했을 터이고, 민심이반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확인도 했을 것이며, 확고한 지지기반이라는 것도 쉽게 변할 수 있는 것임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서 3개의 정당이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신진세력들이 대거 등용되는 마당에 앞으로의 정치 환경은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

당에서 결정하면 무조건 앞만 보고 따른 돌격대형 국회의원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의 앞날을 생각하면서 잘못된 당의 결정에는 맞서 싸우는 당당함을 보여줘야 한다. 오로지 집단적 패거리의 이익을 앞세워 국민들이 안중에도 없는 태도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정치적 판단의 기준은 오로지 국민임을 똑똑하게 인식하여야 한다. 당에 잘못 보이고는 살아날 수 있어도, 국민에게 잘못 보이고는 결코 살아날 수 없음을 명심하는 정치인이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태그:#총선승리, #총선패배, #지도부책임, #공천실패, #야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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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변호사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겸임교수(기업법, 세법 등)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범입니다. 공정한 사회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함께 더불어사는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배치되는 비민주적 태도, 패거리, 꼼수를 무척 싫어합니다. 나의 편이라도 잘못된 것은 과감히 비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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