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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11일 저녁 창원 사파공동성당에서 배기현 총대리신부의 주례로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미사'를 진행했다.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11일 저녁 창원 사파공동성당에서 배기현 총대리신부의 주례로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미사'를 진행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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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2016년 6월 22일 오후 1시 45분]

"잊지 않겠습니다."
"너희는 이 일의 증인이다."

11일 저녁 창원 사파공동성당에 걸린 펼침막 문구다.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박철현 신부)가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미사를 열었다. 미사 참가자들은 가슴에 모두 노란 리본을 달았다. 

사회를 본 박철현  신부는 "아직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 9명이 있다. 세월호 인양이 늦어지고 있다. 2년전 참사는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며 "서로 위로해야 하는데, 정치와 경제의 논리로 외면해 온 것은 아닌지.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사랑하고 평화를 위해 기도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천주교 마산교구 배기현(콘스탄티노) 총대리신부가 주례․강론을 맡았다. 배 신부는 "주교가 해야 할 자리인데 대신하게 되었다"며 "세월호 희생자 분과 남아 있는 가족에 대해 무슨 말을 한다는 게 참으로 부끄럽다"는 말부터 했다.

배 신부는 "교구청에서는 매주 목요일 저녁마다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미사를 올렸는데, 저는 두세번 참석했을 정도다. 그래서 저는 할 말이 없고, 사실은 부끄럽다"며 "저 자신도 이제사 2주기 미사를 준비하면서 '내가 왜 이렇게, 내 안에 중요하지 않고, 무엇인가 의문스러운 느낌이 들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맨 먼저 마음 속으로 느껴지는 것은, 죽어가는 아이들의 순간을 제대로 똑바로 바라볼 자신이 없었다는 것"이라며 "숨이 막혀 죽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내 중심에 두고 살아간다는 게 버거웠다"며 반성했다.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11일 저녁 창원 사파공동성당에서 배기현 총대리신부의 주례로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미사'를 진행했다.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11일 저녁 창원 사파공동성당에서 배기현 총대리신부의 주례로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미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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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신부 "뒤집힌 세월호, 물고기가 죽어가는 모습이었다"

'참담한 부끄러움'이라 표현한 배 신부는 "왜 그랬을까. 왜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관심을 애써 왜곡하도록 만들었을까를 생각해 보면, 그 죽음은 따로 있었던 게 아니라 제법 오래된 생활습관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배기현 신부는 "우리 모두 대한민국 사람이면, 서양 사람들이 400년 동안 이룩한 문명을 불과 40년만에 기적처럼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어 냈다고 자랑하면서, 발전과 진보만이 살 길이라 고함치는 세상에 살다보니 발전과 진보가 아닌 것에는 어색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2년 전 4월 16일, 뒤집혀진 세월호의 남은 부분은 마음 속에 다른 영상으로 떠오른다. 커다란 물고기 한 마리가  두 개의 쇠꼬챙이한테 찔려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모습이었다"며 "그것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그 고기와 비슷했다"고 덧붙였다.

'천민자본주의'와 '설익은 민주주의'를 언급했다. 배 신부는 "두 개의 쇠꼬챙이가 무엇인가. 하나는 천민자본주의고, 다른 하나는 설익은 민주주의다"고 말했다.

이어 "가게에 가서 돈이 없어 라면을 외상으로 사면, 두 번째 사려고 하면 주인이 안 된다고 한다. 사람이 돈 때문이 사람이 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옛날에는 친척이 오면 좋아서 고구마 빼데기라도 삶아서 주었고, 헤어지기가 섭섭해 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우리 집에 친척이 올까 걱정한다. 친척이 와서 우리의 행복을 방해할까 걱정한다. 돈이 하느님이고 사람은 사람이 아니다. 천민자본주의의 하느님은 돈이다"라고 덧붙였다.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11일 저녁 창원 사파공동성당에서 배기현 총대리신부의 주례로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미사'를 진행했다.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11일 저녁 창원 사파공동성당에서 배기현 총대리신부의 주례로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미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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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신부는 '설익은 민주주의'에 대해 "대낮에도 버스 기사가 얼마나 무지막지한지 빨간불인데도 서지 않고 질주한다. 조금만 어두워지면 차들은 빨간불에도 서지 않는다. 이런 모습에서는 민주주의를 탄생시킬 수 없다"며 "설익은 민주주의는 자기만이 정의이고, 자기 목소리를 함께 해주는 사람만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 신부는 "결국 아이들이 죽어 갔던 것도 천민자본주의와 설익은 민주주의와 빼닮았다"며 "이것을 깨고 다시 그 아이들이 사랑하는 부모의 가슴 속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하느님한테 맡기는 것"이라 말했다.

배기현 신부는 "여유 없이 우리 주장이나 돈만 내세우는 우리가 그들을 죽였다고 생각하니 부끄럽다. 이렇게 고백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미사 참가자들은 다함께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자고 했다. 추모미사에는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노회찬 총선후보, 손석형 민주노총 경남본부 지도위원 등이 참석했다.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11일 저녁 창원 사파공동성당에서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미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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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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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11일 저녁 창원 사파공동성당에서 배기현 총대리신부의 주례로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미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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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11일 저녁 창원 사파공동성당에서 연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미사'에 정의당 노회찬 총선후보가 참석해 김유철 시인 등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11일 저녁 창원 사파공동성당에서 연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미사'에 정의당 노회찬 총선후보가 참석해 김유철 시인 등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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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천주교, #세월호 참사, #추모미사, #사파공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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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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