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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를 결심한 당신. 투표했을지도 모르지만, 아직 투표 전이라면,

작은 지역만 보고 찍자. 고향 사람이니까. 학교 동문이니까. 같은 마을 출신이니까. 종씨니까. 국회에 내 고향 사람 하나가 있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니까. 향우회장이나 동창회장, 종친회장을 찍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랏일을 할 국회의원도 그렇게 뽑자. 우리 동네에 우리 고을에 국회로 갈 향우를 집어넣는 것이 고향 사람으로서 의무가 아닌가.

노골적으로 상대방을 비하하고 깎아내리는 후보를 찍자. 적어도 그는 무결하고 깨끗하니까 그렇게 자신 있게 상대방의 흠결만 잡고 늘어지는 것이 아닌가. 상대방의 아주 작은 흠집이라도 물고 뜯어서 그 후보에 대한 호감에 먹칠하는 후보를 찍자. 그 후보는 고결하고 깨끗해서 절대 국회의원이 되어서도 더럽고 추악한 정치인의 '오래된 길'을 밟지 않을 자신이 넘치는 것이니까. 그렇게 정책과 공약보다는 상대를 검게 칠하는 후보를 찍어보자. 나의 마음도 정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한 표가 될 것이다.

지역 정책을 많이 내는 후보를 찍자. 공약은 적어도 한두 개라도 지켜지면 다행인 것이다. 십여 개의 공약 중 자신의 마을과 동네에 도로가 생기고 터널이 뚫리고, 땅값이 따라 오르는 등의 효과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 군수를 뽑을 때도, 군의원을 뽑을 때도, 도의원과 도지사를 뽑을 때와 마찬가지로 국회의원도 지역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를 눈여겨보자. 국가와 사회에 영향력이 있는 법률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동네에 공기관이 들어오고 다리가 생기고 도로가 넓어지는 일이다. 힘 있는 국회의원이 우리 지역에 더 많이 신경을 쓰고 국가 중 대사보다 지역에서 더 자주 보여야 함을 마음에 새기자. 군수를 뽑을 때와 마찬가지의 기준을 가지고 고르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유력한 정당의 후보를 찍자. 한번 생겼다가 사라질 정당이나 선거를 위해 급조된 듯한 정당의 후보엔 표를 주지 말자. 그 후보의 역량과 됨됨이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이 지역이 오랫동안 기대왔고 앞으로도 기대를 거두지 않을 정당의 후보에 투표하는 일이다. 호남과 전북이 유일하게 기댈 정당에 투표하는 것이 사표를 만들지 않는 일이다. 표는 두 장이지만 같은 번호를 찍는 것이 헛갈리지도 않고 매우 현명한 일이다. 이 지역의 역량을 집중하여 60년 정통야당의 위대한 역사를 새로 쓰게 될 정당과 그 정당의 후보에 투표하는 일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1등 될 사람에 투표하자. 내 표가 버려지는 느낌을 참을 수 있겠는가. 당선인 40%의 한 표가 되고 싶지 낙선인 35%의 표가 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누가 될지는 주변에 열심히 물어보자. 이 사람이야말로 될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후보에 표를 몰아주자. 그리고 주변까지 같이 설득해서 같이 찍자. 될 사람이고 우리가 압도적으로 밀어주어야 우리 지역민에게 더 잘하지 않겠는가.

지역의 경조사에 참석을 많이 하는 정치인을 밀어주자. 정책입안과 국회의 업무는 보좌관에 맡기고 지역의 행사와 경조사에 빠짐없이 얼굴을 내비치는 정치인을 찍어주자. 그야말로 우리의 이웃이며 내 고향의 자랑이 될 정치인이다. 그렇게 얼굴을 많이 비추는 정치인이 다른 일도 훨씬 잘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고장 사람을 찍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가 되리라.

잠깐, 그런데 전통적인 투표행태가 국회와 경제사회가 나아지는 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우리 지역도 나아지지 않았고 더 늙고 쪼그라들었으며 유일하게 의지하던 그 정당은 그럴듯한 환경, 생태, 농업정책이나 경제정책을 실현한 적이 없다. 도로를 넓히고 건물을 새로 짓는 일은 우리네 삶에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았으며 서민을 점점 더 살기 힘들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나라를 혼돈과 빛더미 속에 빠뜨린 8년 새누리 정권에 제대로 대항해본 적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나의 한 표는 선명한 정책을 가진 후보에 또 한 표는 미세먼지를 걷어내고 기본소득을 실현해줄 정당에 당당하고 멋있게 찍고 나올 거다. 사표는 없다.


태그:#군소정당투표법, #소지역주의, #국회의원은뭐하는사람?,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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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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