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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금액의 로또복권 당첨자에게, 스포츠 스타의 천억 원대의 연봉에 대해서, 증권시장에서 수십조의 돈을 벌어온 워렌 버핏에 대해서도 박탈감을 느끼거나 화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한 검사장 급 공직자가 장외 주식을 팔아 120억 원의 시세 차익을 남긴 일에 대해서 우리 사회는 들끓고 있다.

이 세 가지의 경우는 인간의 상식을 벗어나지 않았고, 반칙도 없었으며 남에게 악의적 피해를 야기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덕적으로도 문제 삼을 일도 없다. 그러나 진 경준 검사장에 대해서는 '대한변호사협회'가 나서 강력한 조사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하고 사회적 다양한 잣대가 동원되어 거의 모든 언론이 원색적 비난의 화살이 쏟아내고 있다. 이런 사건은 증시 참여자들의 입장에서는 단지 강 건너 불구경만 하듯이 무관한 일일까? 이에 대해 철저히 시장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의미를 알아보자. 

어떤 사람이 증시에서 120억 원의 수익을 냈다. 그렇다면 그 돈은 어디서 온 것인가? 증권시장에는 수많은 투자자들의 돈이 혼재되어 자금의 흐름은 미로처럼 복잡하다. 그렇다고 해서 하늘에서 내린 것도 땅에서 솟은 것도 아닌 것은 분명하다. 바로 증시에 참여하고 있는 투자자들의 돈이다. 양동이의 물을 저수지에 추가하면 그만큼의 저수지의 물이 증가하고, 물을 퍼내면 반대로 감소할 것이며, 오염된 물은 그만큼의 오염을, 맑은 물은 그만큼을 정화 시키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리고 만일 주식을 판 그 돈을 증시에서 빼내 갔다면, 증시의 유동성을 축소 시키는 결과가 되어 시장에는 그만큼 불리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공식적으로 시장의 정보를 관리하는 직위에 있었던 자가 일반인들에게는 접근이 힘든 비상장 장외주식을, 그것도 대학 동기가 경영하는 회사주식을 아주 싸게 사서 20배를 남겨 120억 원의 차익을 거둔 사건을 '고양이 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격'과 등식화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아니다. 대부분 증시의 참여자들은 공감하고 분통을 터뜨린다. 그리고 시장에 대해 다시 자괴감과 회의를 느낄 것이다.

증권시장은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는다. 돈을 번 사람보다는 잃은 사람이 현저히 많은 채 그 옛날부터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돈을 잃는다는 것이다. 이 잃은 돈의 대부분은 힘이 더 강한 자들의 호주머니로 흘러들어가고 국가의 세수(稅收), 증권회사의 매매수수료, 기업의 조달자금으로 흘러들어 거대한 자본주의를 생육시키는 데 일익을 담당해오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증권시장은 끊임 없이 참여자들이 갈등하고, 대중투자자들 앞에 가로놓인 증권시장은 대단히 강하다. 현저한 정보의 비대칭, 자금의 규모, 동조현상 등 정당한 경쟁 구도에 의한 능력의 우열을 인정해야 될 부분도 정상적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그와 반대되는 비정상적이고 형평에 어긋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오늘날 증권시장에 큰 금수저를 든 사람들이 불쑥 등장하여 돈을 퍼먹는다. 이들은 증권시장에서 절대 유리한 조건으로 우리와 경쟁한다. 마치 알파고와 아마추어 수준의 바둑 선수가 경기를 하듯이! 큰 권력을 배경삼고, 귀한 정보를 선점하고, 인맥을 동원하고, 인기인은 유명세를 등에 없고, 자신들이 직접 감사한 회사의 회계내용을 움켜쥐고 등 합법 비합법적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돈이 되는 일이면 거침없이 행동을 한다.

물론 참여자 개개인들의 돈을 직접 앗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저수지에 버린 한 동이의 '오염수'처럼 불특정 다수의 참여자에게 피해를 주고 눈에 보이지 않게, 서서히, 흙수저인 대중투자자들의 돈을 앗아 몰락의 길로 부추긴다.


태그:#증권시장의 불공정, #개미투자가의피해, #증권시장의 갑질문화, #양극화, #빈익빈부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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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반의 소시민입니다. 시민운동에 관심이 많아 경실련 창립회원으로 활동한바 있고, 중앙위원으로도 활동했습니다. 지금은 주식을 연구하고 있으며 이에 관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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