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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경력(?)만 20년이 넘었지만 이번 20대 총선 만큼 흥이 나지 않는 경우도 드문 것 같다.

선거일이 코앞으로 다가 오는데도 특별히 가슴에 와 닿는 인물과 공약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총선의 투표 용지는 2장. 각 정당 및 무소속으로 출마한 인물에 대해 투표하는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와 지지 정당에 투표하는 비례대표 선거가 바로 그것이다.

마땅한 후보가 없다면 지지 정당에라도 투표하겠다는 마음으로 나름 전열(?)을 가다 듬고 있었다. 막상 선거가 다가 오면서 내가 사는 홍성예산 지역구로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들의 면면을 조금 더 살펴보고 싶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지역신문들을 뒤져가며 출마자들과 총선 관련 기사를 하나둘 찾아보기 시작했다.

내가 지역 사정에 밝은 편이 아니라서 그런지 마음에 와닿는 후보를 찾긴 어려웠다. 하지만 더이상 그런 수고를 할 필요가 없게 됐다. 홍성으로 이사를 와 전입신고 까지 마쳤지만 이번 선거는 홍성군민 자격으로는 참여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홍성에 사는 나는 송파구 유권자

지난 3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에서 집배원이 제20대 국회의원선거 관련 선거공보물을 우편함에 넣고 있다.
 지난 3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에서 집배원이 제20대 국회의원선거 관련 선거공보물을 우편함에 넣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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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5일. 다른 집들은 선거 관련 공보물이 속속 도착하는데, 우리집 우편함만 텅 비어 있었다. 뭔가 불길한 마음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에 접속했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고 선거인명부를 확인했다. 그 결과 내 투표소는 홍성이 아닌 전에 살던 서울시 송파구 모처로 돼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을 확인해본 결과, 전입신고 날짜에 이유가 있었다. 내가 홍성으로 이사온 날은 3월 18일 금요일. 주말이라서 그 다음 월요일인 3월 22일에 전입신고를 했지만, 접수가 거부됐다. 전에 살던 사람들이 전출신고를 하지 않고 주소지에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라도 있었다면 그걸 증거자료로 삼아 문제 없이 전입신고를 마쳤을 게다. 하지만, 내 매매계약서는 등기 이전 문제로 법원에 가 있었다. 덕분에 전입신고는 차일피일 미뤄지다가 3월 28일에야 이뤄졌다.

선거인명부는 3월 22일부터 26일까지 작성됐다고 한다. 다시 말해 3월 22일까지 전입신고를 마친 세대는 전입한 주소지에서 투표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후 전입신고를 한 세대는 이전 주소지에서 투표를 해야 한다. 3월 28일에 전입신고를 한 우리 가족은 홍성군민 자격으로 4.13 총선을 맞을 수 없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이런 사실을 하나도 몰랐을 것이다. 어쩌면  4월 8~9일에 있는 사전 투표에 참여할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선거일인 13일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됐을 수도 있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투표를 포기할 수도 있겠다 싶다. 나는 투표를 위해 홍성에서 서울까지 달려갈 만큼 정치 의식이 투철한 '열혈 시민'이 아니기 때문이다.

딱 한 줄 안내만 있었어도...

이번 일을 겪으며 든 생각이지만, 전입신고 시 약간의 배려만 있어도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인터넷으로 전입신고를 할 경우, 'OO일부터 전입신고를 할 경우, 선거인명부에 미등록돼 투표는 이전 주소지에서 해야 합니다'라는 문구만 띄워 줘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서다.

관공서를 직접 방문해 전입신고를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전입신고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구두로 안내를 하거나 창구 옆에 안내문을 걸어두고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도록 조치하면 되지 않을까.

어쨌든 투표권은 소중하다. 선거에 참여하라고 말로만 떠들 일은 아닌 것 같다. 누구나 쉽게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사소한 부분까지 배려하는 것이 그보다 더 중요하다.


태그:#선거 , #사전 선거 , #사전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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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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