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취임 때부터 가장 강조한 게 3년 임기를 채우고 싶다는 것이다.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고 주어진 임기 3년간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다. 총선에는 절대 출마하지 않겠다."

"공사에서는 세 차례의 복귀명령에 이어 어제 마지막 복귀를 지시한 바 있으며, 아울러 징계절차를 신속히 진행하여 법과 원칙에 따라, 가담 정도에 따라 단호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최연혜 전 코레일 사장과 손창완 전 코레일 상무감사위원의 정치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위는 2014년 1월 최연혜 전 사장이 기자회견 때 한 말이고, 아래는 손창완 전 상임감사가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한 담화문(2013년 12월 19일) 중 일부다. 그러나 최 전 사장은 지난 14일 임기 6개월을 앞두고 사임한 뒤 비공식으로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 신청을 했다. 손 전 상임감사는 지난 18일 현역인 부좌현 의원을 밀어내고 더불어민주당 안산단원을에 전략공천됐다.

지난 2013년 12월 10일, 전국철도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서울 중구 코레일 서울사옥 앞에서 수서발 KTX 운영회사 설립 이사회 개최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
 지난 2013년 12월 10일, 전국철도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서울 중구 코레일 서울사옥 앞에서 수서발 KTX 운영회사 설립 이사회 개최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잠시 2013년으로 돌아가 보자. 코레일은 그해 12월 초 수서발 고속철도(KTX)를 코레일에서 분할, 별도의 회사를 세워 운영하겠다며 사실상 민영화 방침을 밝혔다. 코레일이 수서발 KTX 운영을 자회사에 넘기는 내용의 '수서 고속철도 주식회사 설립 및 출자계획'을 의결한 상임이사회 6명 중에는 최연혜 사장과 손창완 상임감사도 포함됐다.

철도노조는 민영화 저지를 위해 12월 9일부터 역대 최장기인 23일에 걸쳐 파업을 벌였다. 파업이 낳은 상처는 깊었다. 코레일은 철도노조에 대해 파면·해임 130명, 정직 251명, 감봉 23명 등 404명을 징계했다. 단순 가담해 직위 해제된 8393명은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철도노동자들은 코레일 출신의 두 인사, 최연혜와 손창완이 각각 여당과 야당에서 20대 총선에 나선 것을 어떻게 생각할까. 김명환 전 위원장 등 노조 간부들은 지난 1월 15일 항소심에서도 철도노조 파업을 주도한 혐의(업무방해)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19일 김 전 위원장으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 전 사장은 한때 KTX분할 민영화는 절대 안 된다며 <조선일보>에 기고까지 했는데 분할 민영화와 철도 부실화를 초래할 수서고속철도 분할을 주도했다. 그랬던 사람이 퇴임사에서 철도활성화 성과 운운하며 나라 위해 큰일 하러 간다고 했는데, 더 큰 개인의 성공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의 민영화 정책을 확실히 관철하겠다는 말로 들렸다.

손 전 감사가 철도노조 파업 당시 발표한 글을 보면, (내가) 경찰조사를 받으며 느꼈던 공권력의 협박을 지울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의 전략공천을 받을 만큼 대단한 줄은 몰랐지만 감사 자리가 철도직원들이 줄곧 비판해왔던 '정치권 스펙 쌓기'로 확인돼 안타깝기만 하다."

새누리는 최연혜 같은 '친위대'가 필요하다?

지난 2013년 12월 10일, 서울 중구 코레일 서울사옥 기자실에서 최연혜 당시 철도공사 사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수서발 KTX 법인 및 철도파업 관련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지난 2013년 12월 10일, 서울 중구 코레일 서울사옥 기자실에서 최연혜 당시 철도공사 사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수서발 KTX 법인 및 철도파업 관련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최연혜 전 코레일 사장은 '처신의 달인'으로 불린다. 그는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민주당 이미경 의원이 철도청장 후보로 추천하기도 했다. 2004년에는 철도대학 교수에서 철도청 차장으로 발탁됐다.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대전 서구을에 출마해 '리틀 박근혜'로 불렸으나 낙선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 의해 코레일 사장으로 2013년에 전격 발탁되면서 화려하게 재기했다. 

최 전 사장은 취임 후 철도노조 파업 진압, 수서발 KTX 신설, 대대적인 구조조정 등 실적을 쌓았다. 동시에 정치권을 향한 징검다리 놓기도 잊지 않았다. 철도 파업의 여파가 남아있던 2014년 초, 당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를 만난 최 전 사장은 "정치를 하고 싶으니 잘 돌봐 달라"면서 자신의 과거 지역구인 대전 서구을 당협위원장 인선을 청탁했다가 사퇴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그는 살아남았다.

최 전 사장은 퇴임사에서 "(코레일에서) 최초의 영업흑자를 달성한 일은 영원히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레일 측은 최 사장 재임기간동안 2년 연속 1000억 원대 영업흑자를 달성했다고 추켜세웠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 관계자는 "대대적인 파업노동자 징계에 따른 인건비 절감, 인력구조조정에 따른 저임금과 비정규직 양산, 여섯 개 자회사 쥐어짜기 등으로 이룩한 실적"이라면서 "철도노동자들의 피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일신의 영달에 혈안이 된 모습에 분노를 멈출 수 없다"라고 분개했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공천 파동을 겪으면서도 '진박' 후보들을 지역구에 내리꽂는 상황에서 최 전 사장 같은 '진박 친위대'가 필요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 핵심 인사였던 유민봉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을 필두로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등 비례대표 당선 안정권 명단에 이름을 올린 면면이 이를 뒷받침한다.

비례대표는 각 분야의 전문성과 사회적 약자 등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신청자 명단을 보면 '2016년판 유정회'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유신정우회, 즉 유정회는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대통령이 장기집권을 위해 대통령 추천으로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선출한 국회의원들로 구성돼 국회 장악을 위한 입법 친위대 역할을 자처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를 자신의 발목 잡는 존재로 규정하고, 유승민 찍어내기 등 끊임없이 삼권분립을 훼손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아버지처럼 결국 임기 후반기와 그 이후를 대비해 국회를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와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지역구로도 모자라 비례대표마저 '진박 전위부대'로 포진시키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창완, 안산과 인연은 1년여... 단원을 주민 반응은 '시큰둥'

손창완 경찰대학장이 2010년 9월 9일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경례를 하고 있다.
 손창완 경찰대학장이 2010년 9월 9일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경례를 하고 있다.
ⓒ 경찰대학 홈페이지

관련사진보기


더불어민주당이 안산 단원을에 전략 공천한 손창완(60) 후보는 '경찰맨'이다. 1981년 경위 특채로 경찰에 발을 들여 놓은 후 안산경찰서장, 경찰청 홍보담당관, 전남지방청 차장, 서울지방청 차장, 전북지방청장, 경찰대학학장 등 31년을 경찰로만 살아 왔다.

손창완 후보는 이명박 정권 후반기인 2012년 8월 20일 코레일 상임감사위원으로 취임했다. 경찰대학장을 그만 둔지 9개월여 만이다. 경찰 출신인 손 후보와는 업무 연관성이 전혀 없는데도 부임했다. 코레일 같은 공기업의 감사는 법인 재산 관리 등을 하는 자리다. 반면 권한과 대우는 최상급이지만 책임질 일은 없다.

손 후보가 누구의 힘으로 코레일의 상임감사위원으로 부임했는지는 확인이 안 된다. 또 철도파업 당시 그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알 수 없다. 손 후보는 코레일에 이어 두 번째로 낙하산(전략공천)을 탔다. 이번 목적지는 여의도 국회다. 그가 내려앉은 단원을에서 주민들은 손 후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주민들은 대부분 손 후보가 전략 공천됐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고잔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이아무개씨는 "손창완이 누구야? 여긴 부좌현인줄 알았는데… (손창완 후보가) 안산에서 뭐하던 사람이야? 단원을은 낙하산타고 내려 온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곳인데 웬일이지"라면서 되레 기자에게 설명을 부탁했다.

자신을 골수 야당 지지자라고 밝힌 채아무개씨(슈퍼마켓 운영)는 "선거를 한 달 앞두고 안산과 별 상관없는 사람을 공천하면 어떻게 한다는 거야, (경찰 출신이라는 기자 설명을 듣고) 안산이 살인에 강도로 만날 뉴스에 오르니까 경찰을 공천한다 이거지, 쪽팔려서 못살겠다, 얼마나 우습게 보였으면…"이라고 말했다.

전략공천의 취지는 지방 토호세력들이 득세하는 것을 차단하고 여성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 정치 신인을 끌어안기 위한 인재영입이다. 하지만 단원을 주민들은 안산경찰서장으로 1년여 인연을 맺은 게 전부인 손 후보의 전략공천을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김대중·김영삼·김종필의 '3김 시대' 이후 공천제도는 하향식 공천에서 상향식 공천으로 확대되는 듯했다. 하지만 양당 체제의 고착화는 새 인물과 구태정치 물갈이라는 이미지 쇄신을 위해 인재 영입, 즉 전략공천 필요성을 더했다. 전략공천이 실제 정치권 인재 영입과 선거 승리를 위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기폭제가 되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작금의 전략공천은 새누리당의 '친박 패권'과 더민주당의 '김종인 패권'처럼 인적쇄신보다는 권력 교체에 따른 보복 수단과 계파 정치 등으로 급속도로 변질되고 있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총선 이후 국회 장악과 당 장악을 위한 권력투쟁이 도사리고 있다. 단원을을 비롯해 유권자들이 이같은 패권 정치의 소용돌이에서 희생양이 될는지 아닐지는 4월 13일 유권자의 선택에 달려있다.


태그:#최연혜 전 코레일 사장, #새누리당 비례대표 신청, #철도노조 파업, #손창완 코레일 상임감사, #손창완 안산단원을 전략공천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