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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20대 총선을 30일 앞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열린 청년 비례대표 후보 면접에 참석한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 등 위원들이 김빈 후보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대 총선을 30일 앞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열린 청년 비례대표 후보 면접에 참석한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 등 위원들이 김빈 후보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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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아래 더민주)의 청년비례대표 후보 선출 일정이 16일 전면 중단됐다.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한 김빈(본명 김현빈) 예비후보의 탈락, 합격자 김규완 예비후보의 자격박탈, 최유진 예비후보의 '사전 과외' 논란이 이어지자 더민주는 난감한 상황에 내몰렸다.

구조의 문제였다. 더민주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청년비례대표 관련 당규를 개정했다. 11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비롯한 비대위는 당규 제13호 공직선거후보자추천규정에 부칙으로 "(기존 원칙에도 불구하고) 비대위 의결로 제20대 비례대표국회의원 선거후보자 선정 및 확정 방법을 달리해 실시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절차를 최소화 하고 지도부가 청년비례대표를 선출하겠다는 게 개정안의 요지다. 지난 2012년 총선에서는 공개모집과 토론회, 경선 투표 등을 통해 청년비례대표를 선출했다. 실제로 더민주 공천관리위원회(아래 공관위)는 당규 개정 다음날인 12일 서류심사를 진행해, 14일 면접을 치렀고, 그날 바로 면접 결과를 통보해 후보를 4명(남: 장경태·김규완, 여: 정은혜·최유진)으로 압축했다.

이렇게 속전속결로 진행된 심사 과정에서 김빈 후보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김빈 후보는 자신의 탈락 소식이 전해진 직후 트위터에 "(앞서) 면접 잘 봤다고 (트위터에) 글 올린 지 몇 시간 만에 제가 컷오프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면접시간 5분도 이해하기 힘든데 결과가 이렇게 빨리 나온 것은 더욱 이해가 안 된다"고 적었다. 이어 "컷오프 이유에 대해 어떤 설명도 없다"며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천 주관한 공관위는 아무 책임이 없는가


제20대 총선 더불어민주당 청년비례 경선에 출마한 최유진 후보(가운데 파란색 옷)가 지난 6일 오후 국회의사당앞에 열린 정당 로고송 '더더더' 뮤직비디오 촬영에 참여하고 있다. 최 후보는 당 비례대표 후보추천TF 관계자로부터 후보 접수 서류 내용을 조언받았다는 등 논란에 휩싸이자 16일 자진 사퇴했다.
▲ 더더더 뮤직비디오 촬영에 참여한 최유진 청년비례후보 제20대 총선 더불어민주당 청년비례 경선에 출마한 최유진 후보(가운데 파란색 옷)가 지난 6일 오후 국회의사당앞에 열린 정당 로고송 '더더더' 뮤직비디오 촬영에 참여하고 있다. 최 후보는 당 비례대표 후보추천TF 관계자로부터 후보 접수 서류 내용을 조언받았다는 등 논란에 휩싸이자 16일 자진 사퇴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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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자 김규완 후보의 자격박탈은 더민주 공관위의 심사가 얼마나 졸속이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공관위가 공식적으로 내놓은 김규완 후보의 부적격 사유는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보좌진 출신"이라는 것. 더민주는 "서류에 국회의원 보좌진 경력이 있길래 면접 과정에서 물었지만, 김규완 후보가 (새누리당 보좌진 경력을) 알리지 않았다"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규완 후보는 "후보서류 접수 시 저는 제 경력을 모두 제출했다"고 페이스북에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새누리당 의원실 근무 경력서도 국회 경력 증명서에 모두 명시돼 있다"며 "언론의 추측성, 마녀사냥식 기사를 믿고 소명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자격박탈 조치를 취한 건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관위와 김규완 후보 주장 사이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확실한 건 김규완 후보가 제출서류에 국회의원 보좌진 경력을 명시했고, 이를 공관위가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공관위는 "김규완 후보가 면접 도중 새누리당 경력을 말하지 않았다"며 "몰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사전에 후보를 꼼꼼하게 검토하지 않았다는 걸 자인하는 셈이다. 이 역시 김빈 후보가 불만을 터뜨린 속전속결 심사의 폐해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책임자인 더민주 공관위는 사과의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민주는 "자질"을 거론하며 제 탓이 아닌, 청년 탓을 하는 발언을 내놨다. 김성수 더민주 대변인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청년비례대표에 도전한 많은 분들이 과연 의정활동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게 공관위의 공통적인 의견이었다"고 발표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지원자들이) 자신의 직업이라던가 해당 분야에서 '좀 더 내공을 쌓을 필요가 있지 않나'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음에도, (공관위는) 일단 규정된 제도에 의해 심사를 진행했다"며 "그런데 이렇게 잡음이 생겨 대단히 유감스럽다"라고 덧붙였다.

"흙수저는 도전할 기회조차 막아버렸다"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테러방지법 의결을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테러방지법 의결을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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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후보 개개인을 향한 비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보들을 모집·심사·선발한 더민주는 후보를 탓하기에 앞서, 당의 청년비례대표 제도를 되돌아봐야 한다. 행여 "도전자들의 자질에 의문이 들었다"는 더민주의 주장을 인정하더라도, 당사자인 더민주는 '그렇다면 왜 자질에 문제가 있는 청년들이 우리 당에 지원했을까'라고 자문하는 게 먼저다.

더민주의 청년비례대표 제도가 처음 생긴 2012년 총선(당시 민주통합당) 당시, 이에 도전한 청년은 약 380명에 이르렀다. 당시에도 여러 문제점이 지적됐으나, 지속적인 홍보와 약 한 달 동안 서류심사, 심층면접, 청년캠프, 최종 16인 토론, 청년선거인단 모바일 투표(3일)을 진행해 지금의 김광진·장하나 의원을 탄생시켰다.

물론 당시에도 청년비례대표 선출 방식에 문제제기가 있었다. 그 절차가 과도하게 길고 불필요한 과정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 됐다. 문제가 있었다면 그 부분을 보완하고 해결하려는 고민이 있었어야 한다. 그러나 더민주는 마치 '당헌에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했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 결과 이번에 청년비례대표에 지원한 이들은 27명(남자 22명, 여자 5명)에 그쳤다. 지속적인 홍보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비례대표 후보 등록비로 내야하는 100만 원이 도전자들의 발목을 잡았다.

일각에서는 청년비례대표 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면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는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고 오히려 청년들에게 돌을 던지며 이제는 그 제도까지 문제 삼는 정당에게 청년들이 무엇을 기대할 수 있으까?

더민주는 자당의 1호 청년비례대표 의원인 김광진 의원이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참가비 100만 원, 자신의 매력을 보여줄 시간도 없는 스펙경쟁 경선에 오르면 수천만 원의 경선 비용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처음부터 흙수저는 도전할 기회조차 막아버린 것이다.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접수가 끝나고 5분의 면접으로 최종대상자 남녀 2명씩 뽑았다. 그러고는 한 명이 새누리당에서 비서관을 하던 분이라는 게 언론에 공개되자 후보 자격을 박탈시켰다. 어디서 근무했는지조차 파악해보지 않은 정도의 평가로 우리 당을 대표할 청년 국회의원을 평가했다는 게 공관위의 답변이라니 황당하고 분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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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더불어민주당, #청년비례대표, #김빈, #김규완, #최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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