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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e-4> 책표지.
 <역사e-4> 책표지.
ⓒ 북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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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역사채널e'는 2011년 10월 7일(금), '만 년 후를 기다리는 책'이란 제목으로 <조선왕조실록>을 재조명하는 내용으로 시작했다. 2016년 3월 10일(목) 현재 218회차.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린, 세계 유일한 문자해설서로 우리의 국보이자 유네스코문화유산에 등재된 훈민정음해례본에 대한 내용이었다.

프로그램의 특징은 5분 가량의 짧은 시간에,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역사적 사실들을, 최대한 간결한 표현의 메시지와 관련 영상으로, 최대한 이해가 쉽도록 함축해 들려준다는 것이다.

<역사e-4>(북 하우스 펴냄)는 이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한 책이다. TV화면을 통해 봤던 함축적인 메시지를 우선한 후, 방송에 미처 담지 못한, 이해를 위한 긴 설명의 글(첫 번째 '나라의 보물' 편의 경우 12쪽)을 덧붙임으로써 내용의 깊이를 더했다.

'이런 내용들을 담았다'를 설명함으로써 책을 권하고자 우선 소개하고 싶은 이야기는 최근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하시마 섬'과 '하시마 섬의 강제징용 한국 노동자들' 이야기다. 

"허리를 펼 수 없는 비좁은 갱도. 옆으로 누워 석탄을 캐는 열두 시간./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나올 수 없는 갱도의 끝, 막장/ 해저 1000미터에 이르는 갱도는 평균 45도 이상의 고온으로 펄펄 끓었고, 들이치는 바닷물에 피부가 썩거나 메탄가스가 폭발하고 천장이 붕괴되어, 죽거나 다치는 일이 흔히 일어났다./ 약속한 월급 50엔~70엔. 식사비와 숙소비, 속옷 구입비, 세금과 건강 보험료, 작업도구 대여비를 공제하고 나면 실제로 받는 월급은 5엔./ 그마저도 남은 몇 푼으로 일본 정부는 채권을 구입하라고 했다/ 돈을 벌어 돌아가거나 가족들에게 생활비를 보내는 일은 불가능했다" - <역사e-4>에서.

일제강점기에 강제동원(징용) 당한 수많은 조선인들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가혹한 노동을 하다가 희생당한 하시마 섬은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만 하는 곳이다. 일본의 사죄와 적합한 보상을 반드시 받아내야만 하는 인권유린의 현장으로 말이다.

일본인들이 군함을 닮았다고 군함도라고도 부르는 하시마 섬을 2012년 미국의 방송사 CNN은 세계에서 가장 으스스한 장소, 그 한 곳으로 뽑았다. 훨씬 앞선 일제강점기, 식민지백성으로 강제 징용되어 365일 중 311일을 섬의 해저 탄광에서 12시간씩 일하며 목숨을 연명해야만 했던 한국인들은 '지옥섬' 또는 '감옥섬'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살아서는 절대 빠져나갈 수 없는 지옥과 같은, 죽는 것으로 형기를 마치는 감옥생활과 같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섬에서 한국인들은 햇빛도 들지 않고 습도가 높은 최하층에서 살며, 강도 높은 노동을 해야만 했다. 기록과 증언을 토대로 재구성한 하시마 섬의 강제 동원피해자는 약 800여 명. 이들 중 1925년에서 1945년까지 하시마 섬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는 사람은 공식집계 134명이다. 그러나 누락되거나 은폐된 사망자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런 하시마 섬을 우리 대부분은 오랫동안 모르고 있었다. 그나마 우리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희생자들의 유해봉환 및 적법한 피해보상조차 외면해오던 일본이 2014년 초 하시마 섬과 나가사키 조선소를 일본 근대화에 공헌한 산업유산으로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하면서다.

하시마 섬 편 설명은 12쪽. 5분이라는 짧은 방송분량으로는 충분히 담지 못했던 하시마 섬에서의 한국인 노동자들의 당시 상황과 조선총독부 개입으로 강제징용이 이뤄진 과정, 일본 정부의 지지와 특혜로 부활해 여전히 건재한 미쓰이나 미쓰비시와 같은 전범기업들(하시마 섬은 미쓰비시 중공업 소유 - 기자 말), 강제 징용 당했던 한국인들의 참상과 해방 후에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겪어야만 했던 고초 등을 자세하게 들려준다.

책에 의하면 하시마 섬으로 동원된 한국인 다수는 원자폭탄 피해까지 겪었다고 한다.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자 복구 작업에 강제로 투입되어야만 했고, 시체를 치우거나 청소를 하는 과정에서 잔류 방사능에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시 상황 관련 책들을 관심있게 읽은 사람들은 알 것이다. 이는 하시마 섬으로 동원된 노동자들의 현실만이 아니라 당시 강제징용된 많은 한국인들의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 역시 일본에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외에 ▲지난 2008년에 불탄 국보 제1호 숭례문을 중심으로 본 국보 지정의 유래▲일제강점기로 넘어가는 망국의 아픔 속에 우리 의사와 전혀 상관없이 남의 땅이 되어버린 녹둔도 ▲경복궁을 통해 본 조선왕조의 흥망성쇠 ▲수탈과 지나친 징수로 제주도민들을 고통 속에 빠뜨렸던, 조선선비들이 체면불사하며 얻고자 열망했던 귤, 그 100년▲청계천도 살리고 헐벗은 백성도 구제했던 영조의 청계천 살리기▲2009년 진관사 칠성각 수리 중 발견된, 일본을 누르고자 일장기 위에 태극을 그린 태극기를 통해 본 태극기의 지난 역사 ▲몽골 사람들이 극락에서 강림한 여래불을 대하듯 존경했다는 독립지사 의사 '이태준' ▲조선 조정이 발행했던 오늘날의 신문에 해당하는 조보 ▲1960년대 중반부터 태아에 관심을 가진 서양과 달리 170여 년 전에 태아에 관심을 가진 조선여인이 펴낸 임산부 지침서인 <태교신기>와 그를 집필한 여성실학자 이사주당 이야기 등을 만날 수 있다. 

사실 하시마 섬과 그 섬에서 유린당한 강제징용 한국인들에 대해선 그간 여러 언론들이 다뤘다. 그러니 이제 알 만한 사람들은 어느 정도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하필 하시마 섬 관련해 이 책 <역사e-4>를 소개하는 것은, 등재 당시 우리는 물론 세계인들에게  하시마 섬 관련 어떤 책임을 약속한 일본이 약속을 지키기는커녕 약삭빠르게 왜곡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이에 우리의 지속적인 관심과 어떤 노력이 절실한 때문이다.

일본의 하시마 섬 등재 신청에 당시 우리 정부는 "인권유린현장을 산업화 유적으로 미화할 수 없다"며 항의했다. 이에 일본은 등재 당시인 지난해 7월, "수많은 한국인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동원돼 가혹한 조건하에 강제로 노역하였습니다.(…)강제동원희생자들을 기리는 정보센터를 건립하겠습니다"(사토 구니 유네스코 일본대사)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는 유네스코문화유산 등재를 노린 말에 불과. 태도를 바꾸고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하시마 섬이 알려지기 시작하던 지난해 7월 'MBC-무한도전' 팀이 하시마 섬의 강제징용 희생자들을 기리는 공양탑과 한인들이 거주했던 지역을 찾았다. 이후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발걸음이 잦아지자 2016년 2월 14일 현재 강제징용 희생자를 기리는 공양탑은 접근을 막아놨다고 한다.

그리고 일본 정부가 약속한 강제동원희생자들을 기리는 정보센터 건립은커녕, '현재 하시마 섬을 향하는 관광선에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축하하는 포스터들이 곳곳에 붙어있다고 한다. 아울러 관광객을 위한 해설에는 한국인 강제징용에 관한 내용은 한 마디도 언급되지 않은 채 일본 산업화의 상징성만 부각'(책에서)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의 바탕인 '역사채널e'의 취지는,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우리 역사를 알림과 동시에 재조명' 하는 것이다. 아울러 '박물관 속에 갇혀 있고, 교과서 안에 잠들어 있던 낡고 고루한 역사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런 취지의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지난 역사에 관심 갖거나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길 바라본다.

덧붙이는 글 | <역사 ⓔ 4 >(EBS 역사채널ⓔ) | 북하우스 | 2016-01-04 | 15,800원



역사 ⓔ 4 -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

EBS 역사채널ⓔ 지음, 북하우스(2016)


태그:#하시마 섬, #지옥섬(감옥섬), #강제징용노동자, #유네스코문화유산, #공양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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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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