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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역경제 활성화 약속'을 들고 대구를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다. 남긴 발자취에선 '대구만은 지켜내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박 대통령은 10일 경북 안동시에서 열린 경상북도청 신청사 개청식에 참석하기 앞서 대구의 세 곳을 방문했다.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국제섬유박람회가 열린 엑스코, 스포츠문화산업비전 보고대회가 열린 대구광역시 육상진흥센타를 차례차례 들렀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주축이 된 '진실한 사람들', 이른바 진박 인사들이 대구에서 총선 예비후보로 등록했지만 지지율이 지지부진하다. 이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은 '진박 지원사격'이란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박 대통령은 지난 8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창조경제 현장을 점검하겠다'고 밝혔고 경제 챙기기 차원에서 방문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말은 안해도 물씬 풍기는

하지만 국회의원 총선거를 한달여 앞둔 상황에서 대통령이 여당 핵심 기반지역을 순회하는 모습을 순전히 '경제 챙기기'로 볼 수 있을까. 박 대통령이 이날 스포츠문화산업비전 보고대회에서 한 발언의 일부를 보자.

"생활스포츠 저변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되는 추세를 고려하면 이런 성장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적극적으로 규제를 개선해서 다양한 체육시설 설립을 유도하고, R&D 투자 확대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신기술을 개발해서 이러한 성장 곡선을 더 끌어올리고,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대구시는 작년 12월에 우리나라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스포츠 융복합 산업 발전의 비전을 선포하고, 스포츠 산업 발전에 매우 적극적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목표와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오늘 발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박 대통령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고 노골적으로 말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스포츠산업으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그동안 대구가 앞장서왔으니 계획을 말해보라'는 대통령의 말을 들은 사람이 이번 대통령 방문으로 대구의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것은 뻔하다. 더구나 이 자리엔 대구지역 체육단체 관계자, 현역 및 은퇴 선수와 지도자 등 지역사회에 영향력이 있는 인사들 470여명이 모인 자리여서 이후의 파급력도 크다.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박 대통령은 국내 최고 재벌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대동했다. 국제섬유박람회장에선 대구의 주력산업의 대표 격인 대구경북 섬유산업협회장과 여러 섬유산업 관련 기업인들, 박람회장을 찾은 인파들이 박 대통령을 만났다. 지역주민들의 기대감은 한껏 높일 수 있는 행보였다.

의원들은 대면도 못했는데, 진박 정종섭만 대통령과 악수

박 대통령의 의도는 마지막 일정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경북도청 신청사 개청식엔 대구·경북지역 국회의원과 총선 예비후보 등 이 지역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행사 뒤 박 대통령은 일부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눴다. 예비후보들은 이날 지정 좌석을 받지 못했는데,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만 귀빈 지정 좌석인 앞줄에 앉아 박 대통령과 악수를 나눴다. 정 예비후보는 '진박연대 6인'에 속해있다. 박 대통령과 척을 진 유승민 의원은 물론이고 현역 의원 대부분이 박 대통령과 대면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날 박 대통령이 대구공항에 착륙해 첫 번째로 방문한 신천3동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바로 정 예비후보가 뛰고있는 대구 동갑 지역구다. 박 대통령이 국제섬유박람회에 들린 엑스코는 대구 북갑 지역구로, '진박연대 6인' 중 하춘수 예비후보가 출마했다. 마지막으로 들른 대구광역시 육상진흥센터는 도로 하나만 건너면 수성갑 지역구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가 김문수 새누리당 예비후보에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앞선 상태다.

대통령이 손을 잡았다고, 또 누가 있는 지역을 갔다고 '지원사격'으로 해석할 수 있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방식은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의 차기 대선주자였던 시절부터 즐겨 써왔던 '자기 사람 도와주기' 방식이다. 이번 대구 방문에선 굳이 말로 하지 않았다 해도 '이번 총선에서 대구를 지켜내겠다', '대구에 진박이 공천돼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확연히 드러난 것이다.

오히려 환영?... 영리한 김부겸의 반응

그런데 여당 핵심 기반에서 분투하고 있는 야당 예비후보는 오히려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을 적극 환영하고 나섰다. 김부겸 예비후보는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지금 대구는 여느 선거 때와 달리 국민의 이목을 끄는 전국적 관심 지역이 되어 있습니다. 정치에 대한 대구 시민들의 관심도 높습니다. 대구 지역 경제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대구가 침체를 벗어나 변화해야 한다는 바람도 간절합니다"라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이어 "대통령께서 이 기회를 잘 활용해주시길 바랍니다. 지역 경제가 다시 한 번 소생할 수 있도록 애정과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고 당부했다. 더민주는 이날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을 비판하는 논평을 냈는데 소속 예비후보는 오히려 환영하고 나선 데엔 고개가 갸웃한다.

하지만 김 예비후보의 논평을 한번만 더 읽어보면, 방점은 '대구 지역 경제가 매우 어렵다'는 데에 찍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즉 '줄기차게 새누리당만 뽑아준 대구의 지역경제가 이렇게도 어렵다. 이번엔 더민주를 뽑아야 대구가 변화한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태그:#박근혜, #진박, #대구방문, #김부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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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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