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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A아파트
 수원 A아파트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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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아파트 만들기'를 공약하고 당선한 아파트 동 대표회장이 취임 2개월 만에 해임 위기에 몰린 일이 발생했다. 해임을 추진하는 것은 일부 동 대표다. 특이한 것은 중립을 지켜야 할 관리소장이 발 벗고 나섰다는 점이다.

도대체 어떤 이유로 2개월밖에 안 된 동 대표회장을 해임하려는 것일까. 중립을 지켜야 할 관리소장은 어째서 발 벗고 나선 것이고.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지난 7일과 8일 수원 A 아파트를 방문 남기업(47세) 동 대표 회장(7일 오후)과 아파트 관리소장(8일 오후)을 따로따로 만났다. 해임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주민은 전화를 받지 않아 대화를 나눌 수 없었다.

동 대표 해임 동의서, 중립 지켜야 할 아파트 경비원들이 받아

남기업 동 대표 회장 아파트 앞 1인 시위 모습. 남 회장은 1차 해임 투표가 진행되기 전인 지난 1월 27일 부터 2월 1일 까지 아파트 앞에서 출근길 1인 시위를 진행했다.
 남기업 동 대표 회장 아파트 앞 1인 시위 모습. 남 회장은 1차 해임 투표가 진행되기 전인 지난 1월 27일 부터 2월 1일 까지 아파트 앞에서 출근길 1인 시위를 진행했다.
ⓒ 남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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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기업(47세) 씨가 동 대표회장에 당선한 것은 지난해 10월. 그는 첫 회의 때 회의록 공개를 공표했다. '투명한 아파트'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에 일부 동 대표가 사생활 보호 등을 이유로 회의록 공개에 반대했다. 반대를 무릅쓰고 그는 회의록을 아파트 누리집에 낱낱이 공개했다.

그에 대한 해임 안이 올라온 것은 지난해 12월 20일. 이유는 회의록 공개로 인한 사생활 침해와 관리소장 업무방해, 업무해태, 동 대표회장 출마 시 부정행위 등이다.

그는 "동 대표회장이 관리소장한테 업무 보고를 받는 건 당연한데 이를 '업무방해'라고 했고, 직장생활을 하기에 낮에 공사 현장을 둘러 볼 수 없었을 뿐인데 이를 '업무해태'라고 했다. 동 대표 회의록 공개는 규약상 의무 사항인데 이게 해임 사유라는 게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라고 당시 심정을 털어놓았다.

이어 "관리사무소가 후보 등록 서류를 받지 않아 선관위원장 이메일로 보낸 것인데 이를 후보 등록 부정행위라 했다"며 "관리소장이 선관위원장과 사이가 좋지 않아 선거지원 업무를 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관리소장은 업무방해로 벌금 100만 원(검사 약식 청구)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선관위, 투표 결과 공고도 하지 않고 재투표 결정

국토교통부 조사결과 보고서(왼쪽)와 수원시 행정지도 공문
 국토교통부 조사결과 보고서(왼쪽)와 수원시 행정지도 공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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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임 절차는 빠르게 진행됐다. 지난 1월 4일 195명한테 해임 찬성 서명을 받아 아파트 자체 선거관리 위원회에 해임 투표를 요청했다. 아파트 자체 관리 규약상 입주민 10%가 동의하면 해임 투표를 할 수 있다. 남 대표는 해임 동의서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확인해 보니, 해임 동의서를 받은 게 아파트 경비원들이었다. 중립을 지켜야 할 관리사무소가 오히려 발 벗고 나선 것이다. 또 위조된 서명도 있었다. 선관위도 그들(해임 추진자)과 같은 편이었다. 출근 시간에 '시작한 지 3개월도 안 된 회장, 서명 위조까지 하면서 자르려는 이유 무엇일까?'라는 피켓을 들고 아파트 입구에 설 수밖에 없었던이유다."

하지만 주민들은 남 회장 손을 들었다. 지난 2월 12일 투표 결과 해임 반대가 213명으로 찬성 176명보다 많았다. 그러나 선관위는 '남 회장이 선거 과정에서 불법을 저질렀으니 재투표를 해야 한다는 '이의신청'이 해임 요청자한테 들어 왔다'며 투표 결과를 공고하지 않았다. 열흘 뒤인 2월 22일 투표 결과를 공고하라는 수원시 행정지도까지 무시하고 재투표를 결정했다.

선관위가 공개한 남 회장 불법 내용은 ▲허위 사실 인쇄물 전 세대 무단 우편 발송과 ▲선거 기간에 불시 세대 방문 회유, 강압 등을 통한 확인서 받기 ▲휴대전화로 허위 메시지 송부다.

수원시 행정지도까지 무시하며 재투표 결정한 이유는

남기업 회장이 근거 자료로 제시한 각종 서류. 왼쪽부터 한 경비원이 해임 동의서를 직접 주민한테 받으러 다녔다는 경위서. 한 주민이 본인이 작성하지 않은 해임 동의서, 즉 허위 해임 동의서가 존재한다고 밝힌 확인서, 관리소장이 수원 지검으로 부터 벌금 100만 원 약식 기소 됐다는  처분서.
 남기업 회장이 근거 자료로 제시한 각종 서류. 왼쪽부터 한 경비원이 해임 동의서를 직접 주민한테 받으러 다녔다는 경위서. 한 주민이 본인이 작성하지 않은 해임 동의서, 즉 허위 해임 동의서가 존재한다고 밝힌 확인서, 관리소장이 수원 지검으로 부터 벌금 100만 원 약식 기소 됐다는 처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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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남 회장은 "허위사실이 아니라 그들이 내세운 해임사유에 대한 해명 자료를 발송한 것이고, 세대를 방문한 것은 선거 기간이 아니라 선거 기간 전이다.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는 제가 보낸 게 아니라 다른 누군가 '전임 동 대표들이 운영경비 등을 적합하지 않게 썼다는 국토부 조사 결과'를 주민들에게 발송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해임 동의안에 195명이 서명한 게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아는 사람을 찾아가 '사실이냐'고 물었는데, 그것을 강압이라고...그 과정에서 경비원이 서명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위조된 해임 동의안이 30여 개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라고 덧붙였다.

도대체 왜 이들은 수원시 '행정지도'까지 무시하며 동 대표회장을 자르려는 것일까? 남 회장은 "전임 동 대표들이 자신들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서라"라고 추측했다.

"저를 해임 시키려는 사람은 동 대표 10명인데, 그중 9명이 전임 동 대표다. 왜 이럴까? 궁금해서 파헤쳐 보니 국토교통부가 전임 동 대표들에게 잘 못 사용한 2000여만 원을 환수, 바로잡으라는 명령을 내렸던 게 드러났다. 투명을 강조하는 내가 회장으로 있으면 그 돈을 환수할 게 분명하니 나를 잘라서 이를 뭉개려 한 것이다. 선거 기간 중 한 주민이 이 내용을 주민들에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보냈다. 이걸 그들이 허위 메시지라, 내가 보냈다 주장하는 것이다."

남 회장의 이 같은 주장을 8일 오후 A 아파트 관리소장은 "잘 못 쓴게 아니고, 자체 운영 규정상 쓸 수 있는 돈을 썼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아파트 경비원들이 해임 동의서를 받았다는 주장은 "경비실에서 받은 게 몇 장 있다. 그러나 경비원이 해임 동의서 받는 게 불법은 아니다"라며 일부 인정했다. 기자가 '중립을 지켜야 할 관리소장이 신임 동 대표회장 해임에 적극적인 이유'를 묻자 "불법을 저질렀기 때문에 해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번 투표는 9일 오전 부로 중지해야 한다. 선관위가 결정한 해임 투표 무효 결정도 효력을 잃게 돼 남 회장은 동 대표 회장직을 되찾게 됐다. 법원이 남 회장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수원지법은 남 회장이 제기한 '해임투표선거 무효 효력정지 및 재선거 실시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9일 오전 통보했다. 


태그:#남기업,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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