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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에서 만난 구당 김남수 선생. 건강과 열정으로 똘똘 뭉쳐 있다. 100살이 넘은 나이를 믿을 수 없을 정도다.
 장성에서 만난 구당 김남수 선생. 건강과 열정으로 똘똘 뭉쳐 있다. 100살이 넘은 나이를 믿을 수 없을 정도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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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라고들 한다. 하지만 주변에서 100살 넘게 무병장수를 누리는 사람을 만나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사람은 다르다. 100살이 넘었지만, 흡사 청년 같다. 지난 2월 23일 만난 구당 김남수(102) 선생이 그랬다.

구당은 겉보기에 100살이라고 믿기지 않았다. 혈색이 무척 좋았다. 악수를 나눈 손으로 전해지는 힘은 영락없이 청년이었다. 3시간 남짓 얘기를 나눴는데, 거침이 없었다. 말끝에서 힘이 넘쳤다.

얘기를 나누는 내내 웃음도 잃지 않았다. 순수하고 천진함까지 엿보였다. 책과 신문의 작은 활자까지도 바로 읽었다. 키가 160㎝도 안 되는 체구였지만, 활력이 넘쳐났다. 100살 넘은 '청년'이었다.

"건강 비결은?"... 구당은 이렇게 답했다

구당 기념관 앞에 선 김남수 선생. 기념관은 전라남도 장성군 서삼면에 있다.
 구당 기념관 앞에 선 김남수 선생. 기념관은 전라남도 장성군 서삼면에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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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당 김남수 선생의 손. 100살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힘이 넘쳐 난다.
 구당 김남수 선생의 손. 100살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힘이 넘쳐 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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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비결이 궁금합니다."
"따로 없어요. 날마다 뜸을 뜨는 거 외에는. 내가 뜨고, 다른 사람이 떠주기도 하고."

"운동 같은 건 안 하십니까?"
"따로 운동할 여유도 없는데…."

구당은 뜸 예찬론자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게 뜸이라고 했다. 뜸만 뜨면 병을 예방하고, 치료도 할 수 있다는 게 선생의 얘기다. 선생의 호 구당(灸堂)도 '뜸을 뜨는 집'이란 의미다.

구당은 '무극보양뜸'의 창시자다. 기존의 뜸술이 온몸의 혈에 뜸을 뜨는 것과 달리, 8개 경혈(남자 12자리, 여자 13자리)만으로 짚어냈다. 이것을 집대성한 600여 쪽의 책 <무극보양뜸>을 펴내기도 했다. 여전히 침과 뜸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구당 선생이 이야기를 나누던 중,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있다. 지난 2월 23일이었다.
 구당 선생이 이야기를 나누던 중,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있다. 지난 2월 23일이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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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요. 내가 환자를 치료해 줄 수 있어서 행복하고. 치료를 받은 환자가 좋아지는 걸 보면서 또 행복하고. 그 맛이 나를 즐겁고 행복하게 해."

구당은 1915년 전라남도 광산군 하남면에서 태어났다. 한학과 침구학을 아버지(김서중)로부터 배웠다. 그의 형(김기수)도 '유명한 침쟁이'였다. 선생은 뜸에 더 주목했다. 침은 전문 의술이지만, 뜸은 아무라도 할 수 있는 민간의술이기 때문이었다.

나이 28살 때(1943년) 서울에 남수침술원을 연 뒤 지금껏 침과 뜸 치료를 해왔다. 현대의학으로 고치지 못한 환자를 살린 경우도 많았다.

구당은 북경중의약대학 객좌교수 등을 거쳐 현재 한국정통침구학회장, 정통침뜸연구소장, 뜸사랑봉사단장으로 일하고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 표창,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자원봉사상' 금상도 받았다.

구당의 '토·일·월요일'은 특별하다

구당 김남수 선생이 진료실에서 환자의 맥을 짚어보고 있다. 지난 2월 23일이다.
 구당 김남수 선생이 진료실에서 환자의 맥을 짚어보고 있다. 지난 2월 23일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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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당 김남수 선생이 환자의 다리에 침을 놓고 있다. 지난 2월 23일이다.
 구당 김남수 선생이 환자의 다리에 침을 놓고 있다. 지난 2월 23일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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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은 기를, 뜸은 혈을 움직여요. 침은 전기 전도 역할을, 뜸은 전깃줄을 만드는 일을 하고. 침은 통증을 잡아주고, 뜸은 좋은 피를 만들어줘요. 뜸을 떴을 때 생기는 가벼운 열상이 혈액에 이종 단백체를 만들어주는데, 이것이 면역력과 자연치유력을 높여줘요. 세계보건기구(WHO)도 공인했어요."

구당이 침과 뜸을 함께 쓰는 이유다. 선생은 "뜸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부담 없이 뜰 수 있고 부작용도 없다"라고 했다. 선생은 이 뜸을 '배워서 남 주자'고 역설한다.

실제 구당은 그동안 수천 명의 제자들을 길렀다. 그는 교육과 훈련을 통해 숙달된 제자(뜸 전문가)들을 '붕어빵'이라 표현했다. 지난해 말 전라남도 장성군 서삼면 금계리에 구당뜸집을 연 것도 이런 연유다.

30년 전부터 계획했던 선생의 고향행을 도운 것은 2011년 헌법재판소의 판결이었다. 침사 자격만으로 뜸 시술을 할 수 있다는 결정이었다. 곡절 끝에 나선 중국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구당 김남수 선생이 오른손에 든 침을 바라보고 있다. 구당 선생은 전남 장성에서 환자들을 돌보며 뜸마을 조성의 꿈을 키우고 있다.
 구당 김남수 선생이 오른손에 든 침을 바라보고 있다. 구당 선생은 전남 장성에서 환자들을 돌보며 뜸마을 조성의 꿈을 키우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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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당은 장성에 문을 연 뜸집에서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예약한 전국 각지의 환자들이다.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15명씩만 진료한다.

토·일·월요일엔 무료 진료에 나선다. 토·일요일엔 진료비 부담을 느끼거나 평일 예약을 못한 환자 20명을 대상으로 현장에서 선착순 진료를 해준다. 월요일엔 환자들의 뜸자리를 잡아준다. 진료는 나이를 감안해 날마다 오전에만 한다.

"의학은 개인 소유물이 아니에요. 소수의 특권도 아니고. 죽을 때 가져갈 수도 없고요. 만인의 공유물이죠. 국경과 종교, 인종, 남녀노소, 시설을 떠나서요. 침과 뜸은 또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고요. 제가 살면 얼마나 더 살겠어요? 많은 사람들한테 가르쳐줘야죠."

구당이 진료에 나선 이유다. '배워서 남 주자'는 그의 소신 그대로다. 선생한테서 침과 뜸을 배운 사람들이 다른 사람한테도 가르쳐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뜸마을을 만들고 싶어요. 뜸으로 환자들을 치료해주는 마을이요. 쑥 재배단지도 만들고요. 우리 동네 우리나라 사람만이 아닌, 전 세계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소로요. 내 개인의 재산으로 사유화할 생각도 없어요. 우리 모두의 재산으로 가꿔야죠."

구당의 꿈이다. 선생은 장성을 세계인들이 찾아오는 의료관광 명소로 만들 계획을 그리고 있었다. 꿈은 침과 뜸의 세계화에 닿아 있다.

구당 김남수 기념관 모습. 침과 뜸의 교육관과 홍보관으로 활용된다. 전라남도 장성군 서삼면 금계리에 있다.
 구당 김남수 기념관 모습. 침과 뜸의 교육관과 홍보관으로 활용된다. 전라남도 장성군 서삼면 금계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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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남수, #구당, #뜸전문가, #구당뜸집, #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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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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