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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쿰부(Solukhumbu) 무클리(Muklri)에 친정을 둔 발라 라이(Bala Rai)씨가 어린 시절 다녔던 학교. 이 학교에 발라 라이씨 부부와 우리 부부 그리고 발라 라이씨의 아버지가 함께 찾아간 건 지난 22일이었다. 우리 일정 4박 5일 동안 30시간을 지프에서 보내야 했다.

험난하고 험난한 길을 달려 이틀째 발라 라이 씨 친정집에 도착했다.
▲ 솔로쿰부 발라 라이 씨 친정집 가는 길 험난하고 험난한 길을 달려 이틀째 발라 라이 씨 친정집에 도착했다.
ⓒ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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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고 힘든 일정에 돌아오는 날까지 3일 동안을 극심하게 앓다가 어제는 발라 라이씨의 친정아버지께서 예약해둔 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집에 돌아왔다. 며칠간 페북도 멈추었고 세상 돌아가는 모든 정보는 단절됐다. 어젯밤 한국에서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가 진행 중이라고해서 밤새 앓으면서도 팩트TV를 보다 잠들었다. 그런데 아침에도 필리버스터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곳은 사가르마타(하늘바다, 에베레스트)아래 산악마을 무클리(Muklri, 해발 2400m)라는 곳이다. 네팔에서는 여성의 친정집을 마이티 거르(Maiti ghar)라고 부른다. 네팔 라디오를 듣다가 가끔 "마이티 거르~ 마이티 거르~" 하고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내가 친정을 둔 사람은 아니니 여성의 친정집에 정서를 다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타국에 시집간 여성의 고향 방문을 함께했고, 아내와 친한 친구의 친정집이다. 아내도 친정집을 지나가는 길이었으나 우리는 나중에 가자고 하고 함께한 길이다.

히말을 보며 달리는 길이 그나마 피로감을 덜어주었고 가끔씩 사진을 찍으며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 솔로쿰부 가는 길은 히말이 있었다. 히말을 보며 달리는 길이 그나마 피로감을 덜어주었고 가끔씩 사진을 찍으며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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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 라이(Bala Rai)씨의 친정집에 가는 일은 벌써 몇 개월 전부터 아내와 이야기된 일이다. 당초 일주일 계획이었으나 5일 만에 모든 일정을 소화했다. 모두가 발라 라이씨 친정아버지의 잘 준비된 계획 덕분이었다. 지프를 대절하고 호텔을 잡고 식당을 예약하고 모든 비용부담까지…. 덕분에 네팔한국문화센터는 빵 만들 재료비와 이미 확보한 축구공, 배구공 그리고 우리 부부가 쓴 책만 준비하면 됐다.

그동안 한국에서 아내와 발라 라이씨가 주도해서 만든 네팔 한국 결혼 이주여성협회(Nepalese Women Society, South Korea)에서는 매월 친정에 회원 1인당 1만 원을 적립해왔다.

나라에 어려운 일이나 지역에 그리고 친정집에 어려움이 있을 때 돕자는 취지였고 이번에 첫 방문자인 발라 라이씨가 공부했던 학교에 학용품을 사서 전달했다. 적은 금액을 꾸준히 모아서 친정집에 어려움을 함께하자는 정성이 잘 전달됐으리라 믿는다.

또 다른 결혼이주여성 집을 찾아 1박을 하고 두 개의 탁자를 맞대어놓고 케잌도넛츠 600여개를 만들었다.
▲ 무클리 결혼이주여성집에서 빵 만들기 또 다른 결혼이주여성 집을 찾아 1박을 하고 두 개의 탁자를 맞대어놓고 케잌도넛츠 600여개를 만들었다.
ⓒ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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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방문에서 우리 부부와 발라 라이씨 부부는 작은 일을 함께 시작했다. 낯선 땅에서 결혼이민자로 살아가는 네팔인 여성들의 힘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지진으로 산악지대에서 살면서 여전히 그 피해의 흔적을 안고 살아가는 그들에게 작은 힘이 되었기를 바란다.

발라 라이씨의 아버지는 자신이 살던 땅에서 태어났고 발라 라이 씨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지금 카트만두에서 솔로쿰부까지 멀고 먼 길을 오가면서 그린벨트라는 NGO 활동가로 활동하며 나무를 심는 일을 네팔전역에 확대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살던 집터에도 유실수를 심었다며 우리에게 설명하는 그의 눈빛은 새로운 꿈을 밝히듯 빛나고 있었다.

비렌드로다야 학교는 발라 라이씨가 공부한 학교다. 아이들에 밝은 표정이 우리들에게 위안을 주었다.
▲ 비렌드로다야 학교를 찾아서 비렌드로다야 학교는 발라 라이씨가 공부한 학교다. 아이들에 밝은 표정이 우리들에게 위안을 주었다.
ⓒ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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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찾았던 학교 아이들 표정이다. 우리를 대하는 아이들에 표정은 밝기만 했다. 눈동자는 깊고 맑게 빛나고 있었다. 고마운 일이다. 피곤함에 지친 일정에 힘을 돋아주는 아이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전하고 싶었다.

네팔에 와서 활동하며 지금 처음으로 정말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너무 힘들지만, 며칠 동안의 여정을 돌아보며 다시 기운을 북돋우고 있다. 4박 5일 솔로쿰부(Solukhumbu) 여정의 일부를 동영상에 담기도 하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지금은 그 사진을 보며 기억을 더듬는 중이다. 지나온 어제의 일이지만 오래된 지난날처럼 아련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사람과 사회에도 게재합니다.



태그:#발라 라이씨의 친정집 가는길, #발라 라이, 먼주 구릉, #네팔한국결혼이주여성협회, #네팔한국문화센타, #솔로쿰부 무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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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사람의 사막에서" 이후 세권의 시집, 2007년<히말라야,안나푸르나를 걷다>, 네팔어린이동화<무나마단의 하늘>, <길 위의 순례자>출간, 전도서출판 문화발전소대표, 격월간시와혁명발행인, 대자보편집위원 현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홈페이지sisarang.com, nekonews.com운영자, 전우크라이나 예빠토리야한글학교교사, 현재 네팔한국문화센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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