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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댐이 들어서는데 또다시 수해방지 공사?

도대체 이것이 무슨 공사인가요? 우리 강 원형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는 내성천에서 도대체 무슨 공사이길래 이렇게 하천을 완전히 뜯어고치는 개조 공사를 감행한다는 말인가요? 지난 16일 나가본 내성천은 완전히 공사판이었습니다.

완전히 공사장으로 변한 내성천. 엉터리공사로 우리하천 원형의 아름다움이 사라진다
 완전히 공사장으로 변한 내성천. 엉터리공사로 우리하천 원형의 아름다움이 사라진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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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자연하천을 인공하천으로 개조하는 공사를 벌이고 있는 경상북도. 도대체 무엇을 위한 공사란 말인가?
 천혜의 자연하천을 인공하천으로 개조하는 공사를 벌이고 있는 경상북도. 도대체 무엇을 위한 공사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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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내성천은 여러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주요 서식처로, 그 서식처가 파괴되면 일부 종이 멸종될 수밖에 없는 중요한 공간입니다. 이런 중요한 공간을 이토록 무참하게 파헤치는 공사는 도대체 얼마나 중요한 일일까요?

그 목적이 매우 궁금해집니다. 그래서 공사장 초입의 선간판에 붙은 공사의 목적을 살펴봤습니다. '내성천(영주지구) 하천재해예방사업'이란 공사명이 붙었습니다. 그 아래 공사의 목적은 이렇습니다.

공사 내용을 알리는 입간판. 경상북도가 발주처로 되어 있다.
 공사 내용을 알리는 입간판. 경상북도가 발주처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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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과업은 지방하천인 내성천의 상습 수해위험지구에 대하여 홍수방어 능력 증대 및 수해 피해로부터 도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그 목적이 있음." - 발주처 경상북도 하천과

공사구간은 행정구역상 영주시 평은면 용혈리 '미림마을'에서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 즉 '무섬마을'까지입니다. 미림마을은 내성천에서 영주댐이 들어서는 바로 아랫마을입니다.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영주댐의 목적 중의 하나가 '홍수방어'입니다. 홍수를 방어할 목적으로 댐을 짓는데, 그 아랫마을에 홍수 방지를 위한 새로운 공사를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댐으로 인한 공사, 망가지는 내성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그래서 이 공사의 주무관청인 경상북도 하천과 담당자에게 물었습니다.

우리강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는 내성천의 모습을 완전히 바꿔놓을 공사를 감행하고 있다
 우리강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는 내성천의 모습을 완전히 바꿔놓을 공사를 감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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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주댐이 들어서면 그 아래 마을엔 홍수방어 능력이 증대되는 것 아닌가?
"영주댐이 완공되면 비상방류 시에 바로 댐 하류가 위험하니까, 기존의 제방을 보수해서 호안 제방공사를 하는 것이다."

그랬습니다. 자연재해로서의 수해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업이었습니다. 즉 영주댐이 들어서서 물을 방류하게 되면 일어나게 되는 위험에 대해 공사를 한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었습니다.

- 영주댐 때문에 예상되는 피해에 대해 공사를 하는 것인데, 수자원공사와 경상북도가 어떤 조건으로 공사를 진행하나?
"경상북도와 수자원공사하고 협의했다. 그래서 국비 60%와 도비 40%를 들여서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돌아온 대답입니다. 영주댐 건설 때문에 벌어지는 사업에 국비와 도비가 쓰이고 있습니다. 마지막 4대강 사업인 영주댐 때문에 내성천까지 파헤쳐진 것입니다. 영주댐 비상방류 위험을 위한 공사라는데, 다른 홍수 피해가 최근에 있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왕버들 숲을 완전히 도려내고 인공 개조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왕버들 숲을 완전히 도려내고 인공 개조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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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르고 뽑아낸 왕버들이 죽은 채 널부르져 있다. 무성했던 왕버들 구간이 이 구간에서 사라져버렸다.
 자르고 뽑아낸 왕버들이 죽은 채 널부르져 있다. 무성했던 왕버들 구간이 이 구간에서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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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미림마을 이장에게도 물었습니다.

- 혹시 최근에 홍수피해를 입은 적이 있느냐?
"1985년도 경에 대홍수가 났다. 그래서 당시 제방공사를 했다. 그것이 지금의 제방이다. 그 이후엔 홍수피해가 없었다."

미림마을 이장의 대답입니다. 영주댐만 없다면 손을 댈 필요가 없는 제방을 13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서 공사를 진행하는 셈입니다. 이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서 내성천의 자랑인 3~4km 거리의 왕버들 숲이 완전히 절단이 났습니다. 왕버들 숲을 완전히 도려내고 돌망태 등을 쌓는 호안공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 호안공사는 쓸모있는 것일까요? 꼭 저런 공사를 벌여야만 하는 것일까요? 전문가의 견해는 달랐습니다.    

"아무리 댐의 직하류라도 댐 바로 아래에서 약 100m 정도만 콘크리트 제방으로 만들어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을 수 km까지 콘크리트 제방 공사를 벌이는 것은 토건공사를 위한 공사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

지형학자인 오경섭 교원대 명예교수의 설명입니다. 댐 직하류 약 100m는 산지입니다. 오경섭 교수의 설명대로라면 지금 경상북도가 벌이는 사업은 굳이 안 해도 되는 공사인 셈입니다.

큰 필요성이 없는 공사 때문에 우리 하천의 원형질 아름다움을 간직한 하천(4km 양안)이 인공제방으로 변하고, 멸종위기종들의 서식처가 완전히 괴멸되게 생겼습니다.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오충현 교수는 <내성천의 생태적 가치 보고서>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왕버들 숲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이 지역 주민들이 하천의 범람 방지와 둑의 보호, 마을의 경관을 고려하여 마을 차원에서 조성하고 관리해오던 마을 숲이다. 이 숲들은 생태적인 차원에서도 중요하지만 문화 경관적인 측면에서도 보호가치가 매우 높은 숲이므로 보호가 필요하다… 내성천은 수위가 낮고 모래밭이 넓게 발달하여 야생동물들이 물을 먹기 편한 구조로 되어 있다. 또한 주변산림과 잘 연결되어 있어 먹이 및 피난처를 구하기 편리하므로 야생동물 서식에 매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지역이다."

공사전 내성천의 모습이다. 2014년 5월 왕버들숲에 물이 올랐을 때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 공사 전 공사전 내성천의 모습이다. 2014년 5월 왕버들숲에 물이 올랐을 때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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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버들숲을 완전히 베어내고, 인공제방을 만드는 공사를 진행중이다. 경상북도에서.
▲ 공사 진행중 왕버들숲을 완전히 베어내고, 인공제방을 만드는 공사를 진행중이다. 경상북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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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용가치가 크지 않은 공사를 위해서, 홍수를 방지하기 위해 주민들이 심어둔 왕버들 숲을 제거한 것입니다. 생태적인 차원에서도 중요하지만 문화 경관적인 측면에서도 보호가치가 매우 높은 숲을 괴멸시킨 것입니다. 

국보급 하천이 망가져도 환경부는 힘을 못 쓰고

이에 대해 관리 주무부처인 대구지방환경청 환경영향평가과에 신고를 했습니다. 뒤늦게 나가본 사후환경영향 조사 담당자는 공사가 과도하게 진행된 사실을 인지하고 이행조처를 내렸습니다. 

그 이행조처의 내용이란 것도 부실하기 짝이 없습니다. '보존가치가 있는 왕버들은 다른 지역에 이식하고, 공사 구간에서 멸종위기종이 발견되면 다른 곳으로 보내주는 것'이 골자입니다.

내성천의 깃대종이자, 멸종위기 1급종 흰수마자. 이런 공사장에서는 흰수마자가 도저히 살 길이 없다
 내성천의 깃대종이자, 멸종위기 1급종 흰수마자. 이런 공사장에서는 흰수마자가 도저히 살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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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공사구간에서 내성천의 깃대종이자 멸종위기 1급종인 흰수마자가 만약 나오면, 흰수마자가 살 수 있는 다른 공간으로 이주시켜주는 것이 이행조처란 뜻입니다.

이미 강변과 강바닥을 다 파해쳐 놓아 그곳에서 발견될 흰수마자도 없을 뿐더러 그렇게 이주시키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공사장인 해당 4km 구간은 이제 흰수마자가 살 수 없는 공간으로 변했습니다. 이런 사실이 중요한 것이고, 이에 대한 책임을 경상북도에 물어야 합니다.

해외 교수도 극찬한 내성천, 공사로 망쳤다

대한민국에서 대개의 하천공사가 이런 식입니다. 그곳이 어떤 곳이든 간에, 그곳에 어떤 중요한 멸종위기종들이 살건 간에, 물길을 막고는 하천의 모습을 완전히 뜯어고쳐 놓습니다. 하천도 하나의 생물이라 볼 수 있을진대 어떻게 이런 공사가 버젓이 자행될 수 있는지요?

4대강 사업은 그런 면에서 하천 토건사업의 악습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 나라의 중요한 네 개의 강을 한꺼번에 인공의 하천으로 개조한 사업을 국가가 앞장서서 벌여놓으니, 지자체들도 너도나도 앞다투어 토건행정을 벌이는 것입니다. 그곳에서 '경제가 일어난다'는 미명하에 말입니다. 그런 경제성장을 도대체 누가 원한 것인가요?

자연 하천을 없애고, 인공하천으로 개조하는 토목공사. 도대체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베어진 왕버들숲의 잔해가 강 가운데 가득 놓여있고, 갈 곳을 잃은 백로들이 그 앞을 버티고 시위라도 벌이고 있는 듯하다.
 자연 하천을 없애고, 인공하천으로 개조하는 토목공사. 도대체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베어진 왕버들숲의 잔해가 강 가운데 가득 놓여있고, 갈 곳을 잃은 백로들이 그 앞을 버티고 시위라도 벌이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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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은 이미 마지막 4대강 공사인 영주댐 공사로 인해 심각한 생태·환경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지자체까지 앞다퉈 토건행정으로 내성천을 망치고 있습니다.

"유럽에 이런 강이 있었다면 내성천은 국립공원 감이다. 반드시 보존해야 한다." - 독일 하천복원 전문학자인 칼스루헤공대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
"이렇게 아름다운 모래 강은 미국 내에서 평생 한 곳에서만 본 적이 있습니다… 은퇴 후에는 정말 이곳에 들어와 살고 싶습니다." - 미국 환경계의 석학인 랜디 헤스터 교수

몇 차례 우리나라를 방한해 내성천에 가본 세계적인 하천학자들의 찬사입니다. 지구별 유일의 하천이자, 우리 하천의 원형을 간직한 지역이라고 평가받는 내성천. 우리 강 내성천에 너무한 짓을 벌이는 게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으로, 지난 수 년간 4대강 사업과 영주댐 문제를 고발해오고 있습니다.



태그:#내성천, #영주댐, #경상북도, #수해방지, #미림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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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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