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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청소년은 학업으로 인해 학교와 학원에서 자신들의 자유를 내려놓고 하염없이 공부만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푸를 청'이라는 한자의 의미와 맞는 것일까? 이번 인터뷰 기사를 통해 특정분야에서 활동하며 자신의 재능과 끼를 알림으로써 참된 청소년으로써의 삶을 살아가는 청소년을 소개 할 예정이다. 많은 청소년들이 이 글을 보고 잊어버렸던 자신의 꿈들을 다시 떠올리기를 바란다. [편집자말]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 등 유럽축구경기에 열광한다. 단순한 경기관람을 넘어 축구는 그들의 취미이자, 이야깃거리이자, 스트레스 풀이용이자, 삶이다.

그리고 이런 수많은 경기를 보고 분석하는 사람 또한 많다. 이들 가운데 우리나라에 블로그에서 해외축구 칼럼을 쓰며 인정받은 한 청소년이 있다. 평범한 학생이 쓰는 단순한 스포츠기사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많은 네티즌들의 인정을 받으며, 지난해에는 자신의 글들을 모아서 책으로 출판까지 했다. 지난 12일 서울 목동의 한 카페이서 <알고보면 더 재미있는 축구이야기> 저자 임준석(19)군을 만나 그의 축구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그를 인터뷰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지난해 여름이었다. 서점에서 축구 관련 서적들을 읽다가 해외 축구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논리적인 설명을 담아낸 책의 저자가 1997년생, 당시에 수능준비에 한창인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라는 것을 알고 나이 계산을 몇 번이나 해봤다.

놀라움도 잠시, 그를 인터뷰하기에는 시기 상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이렇게 그를 포기하기엔 그의 활동들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그 후 몇 달을 기다려 마침내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약속 장소인 한 카페에 들어가니 수능이 끝난 홀가분함과 함께 수능 이후에 친구들과 놀러 다니느라 피곤한 여력이 섞여 있는 표정으로 반갑다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워밍업: 1년 만에 교복을 벗고 다시 유니폼을 입다

지난 12일 서울 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임준석군.
 지난 12일 서울 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임준석군.
ⓒ 유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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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임군은 지난해 3월 블로그에 수능이 끝날 때까지 글을 못 쓸 것 같다는 글과 함께 축구 분석 블로거란 유니폼을 잠시 벗어둔 채, 고등학교 3학년이라는 교복을 입고 오랫동안 활동을 쉬었었다.

"정말 축구 경기도 보고 싶고 글도 쓰고 싶었지만 친구들은 다들 공부하는데 나 혼자 공부를 안 하게 되는 것 같았어요. 정말 활동하고 싶었지만 진짜 딱 1년만 참자는 마음으로 공부에 열중했어요. 원래 성격이 한 곳의 집중을 하게 되면 잘 흔들리지 않는 스타일이라 다행히 잘 참을 수 있었어요. 사실 이런 성격이 축구를 분석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지난해 11월 말, 그는 '바르셀로나 대 AS로마의 챔피언스리그'의 경기를 가지고 돌아왔다.

"오랜 기간 동안 쉬어서 예전보다 경기를 분석하거나 글을 쓰는 감각이 많이 떨어져 걱정됐어요. 그냥 여러 축구경기를 보다가 한 경기에 갑자기 끌리게 되어 글을 써봤는데 다행히 몇몇 분들이 제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을 인식하고 댓글을 남겨주시니까 '그래 내가 이 맛에 활동을 했지'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현재까지 4개의 경기 분석 글을 올렸다. 아직은 여유를 가지고 쉬면서 페이스를 끌어 올리는 중이라고 전했다. 과거 전 리버풀(잉글랜드 명문 프로축구 구단)감독이었던 빌 샹클리(1913~1981)감독의 명언인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란 말처럼 임군역시 오랫동안 활동을 쉬었지만 여전히 실력은 전문가였다. 그의 감각들은 머지않아 다시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전: 해외축구경기 분석 블로거

임 군이 처음부터 긴 분석글이나 칼럼을 쓴 것은 아니라고 한다. 자신의 옛 추억을 떠올렸다.

"처음에는 지금 블로그가 아닌 다른 사이트에서 단순히 경기 결과나 정보들을 올린다든지 간단하고 짧은 글을 쓰면서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다른 블로거들이 경기를 분석하는 것을 보고 '나도 한번 해봐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새로운 블로그를 열고 지금의 경기분석, 칼럼 글들을 쓰게 되었어요. 처음 1년 정도는 사람들의 반응이 거의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글을 쓰게 됐고, 점점 댓글이나 구독 수도 올라갔어요. 반응이 좋으니 기분이 좋았어요."

그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서 내심 기분도 좋았지만 글을 쓸 때 아무래도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들이 늘어나 지금은 작업을 할 때 상당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어 약간의 피곤한 점도 생긴 것 같다며 웃음을 지었다.

90분 동안의 긴 경기에서 나오는 모든 자료들을 얻으려는 것은 바닷물을 컵으로 퍼내듯 무모하고 힘든 일이다. 따라서 분석가마다 경기를 볼 때 중요시하는 것들이 저마다 다르다. 그렇다면 임군이 경기를 볼 때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무엇일까? 그는 정말 많은 부분들이 중요해서 한 가지만을 고르기가 힘들지만, 그 중에서도 '압박'이란 전술을 중요시한다고 말했다.

"현대 축구에서는 압박을 통하여 상대가 여유 있는 플레이를 못하게 하는데, 이 압박하는 방법도 되게 여러 가지에요. 전방압박이라든지, 맨투맨이라든지, 지역방어라든지… 그 중에서 자주 나오는 두 가지 전술을 말씀 드리자면, 첫 번째론 강팀과 약팀의 경기에서 자주 나오는데 대부분 약팀들은 수비진을 두껍게 하여 어떻게 골대를 지키느냐, 강팀들은 이 수비벽을 어떻게 뚫느냐, 이것이 가장 큰 관점이에요.

약팀들은 수비의 인원을 늘림으로써 상대방이 공격이 들어왔을 때 빈틈을 줄이거나, 상대방 선수 각각의 수비수를 한 명씩 붙여서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등의 작전을 내세워요. 두 번째로는 라이벌 경기같이 비슷한 실력의 팀들 간 경기는 초반부터 계속 치열한 모습을 보이는데, 이때 자주 등장하는 것이 앞에서 말씀 드렸던 전방압박이란 전술이에요. 경기장 어디서든지 상대방을 긴장하게 만들고 상대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죠."

어떻게든 쉽게 설명하려는 임군의 노력이 표정에 묻어났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임군의 경기분석 글들을 보고 인정하고 감탄하는 가장 큰 이유를 뽑자면 바로 이런 열정과 노력에서 나오는 세밀한 분석들을 옮긴 '사진자료'이다. 대부분 스포츠 기사들과 전문 분석가들의 차이를 보면 단순히 말로만 풀어서 쓴 것이 아닌 자료를 보여주며 자신의 의견을 독자들에게 보다 쉽고 객관적으로 이해시키는 점이다.

"핸드폰이나 컴퓨터 등을 켜두면서 선수들의 움직임을 계속 기록하면서 경기를 봐요. 나중에 기억이 안 떠오를 때도 있고 글을 쓸 때 당시 경기의 영상을 찾아보며 분석하고 다시 봤을 땐 별로 중요한 부분이 아닐 때도 있기 때문에 정말 중요한 과정이에요."

바로 이런 점이 그가 한 경기에서 많은 분석들을 할 수 있고, 단순히 한 장면만을 보지 않고 여러 가지 상황들을 돌려 보면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했던 결정적인 '어시스트'가 아닌가 싶다.

2016년1월23일(현지시간) 토트넘vs크리스탈팰리스의 경기에서 임군이 휴대폰으로 기록한 부분이다.
 2016년1월23일(현지시간) 토트넘vs크리스탈팰리스의 경기에서 임군이 휴대폰으로 기록한 부분이다.
ⓒ 임준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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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1월 23일(현지시간) 토트넘vs크리스탈팰리스의 경기를 분석한 것을 세밀하게 사진자료로 옮겨 설명하고 있다.
 2016년1월 23일(현지시간) 토트넘vs크리스탈팰리스의 경기를 분석한 것을 세밀하게 사진자료로 옮겨 설명하고 있다.
ⓒ 임준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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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타임: 블로거를 넘어 한 책의 저자로

축구 관련 블로거로 활동하던 임군은 지난해 자신이 이때까지 써온 경기분석, 팀 분석, 칼럼 등을 묶어서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해외 축구이야기>라는 책을 출판하였다. 사실 임군은 그렇게 책을 내는 것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제가 유명하신 한준희 해설위원님, 이성문 기자님처럼 정말 실력 있는 사람도 아니고, 저는 단순히 축구를 좋아해서 보고 글을 썼던 게 전부인데 책을 낼만한 자격이 있는가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 제가 고민할 때 아버지와 주변 사람들이 잘 되지 않더라도 도전이라 생각하라는 말씀에 용기를 내게 되었어요."

그러나 걱정과 달리 책을 보고 그에게 새롭게 연락한 사람도 많았고, 블로그에도 더 많은 관심들이 생긴 것 같아 다행이라고 짧은 안도감을 보였다.

후반전: 풋풋한 성인으로써의 출발

임군은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해 12년간의 학생생활을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얼마 후면 대학생이라는 새로운 인생의 길을 걸을 것이다. 이와 함께 임군의 축구이야기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때까지 글을 써온 것도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정말 축구를 좋아하기 때문이었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축구를 사랑하는 이 열정으로 계속 글을 써나갈 거예요."

임군의 말에서 나온 '열정'이란 단어가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의 축구에 대한 열정은 경기장 위에 있는 선수들 못지않은 것 같다. 이어서 임군은 앞으로의 계획을 얘기했다.

"이때까지 저의 글들을 보니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들 위주로만 써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부터는 EPL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의 축구리그 소식, 예를 들어 독일이나 스페인 같은 곳들도 경기분석을 해가며 전하고 싶고, 한국의 K-리그 역시도 써보려고 해요. 특히 K-리그는 한국 축구리그인데도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는데, 관련 글을 씀으로써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축구에 더 관심을 가지고 사랑해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해요."

만약 임군이 미래에 영향력 있는 축구평론가가 된다면 지금의 박문성, 서형욱 해설위원들처럼 한국 축구의 중심이 되어 있을지 의심치 않는다.

"당연히 저는 축구와 관련된 활동을 하고 싶어요. 그 꿈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미래의 일에 걱정하지 않고 글을 쓰는 것에 만족해요. 수능 때문에 한동안 글을 못 쓰던 것처럼 언제든지 제가 글을 어쩔 수 없이 못 쓰게 되는 순간이 올 수 있으니,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지금에 만족하며 살고 싶어요."

잠시 미래의 자신을 상상하며 임군은 웃었다.

"그래도 만약 제가 유명한 축구 언론인이 된다면 지금 유명한 축구평론가들처럼 특정 리그를 전문적으로 맡아 정보를 전해주고 싶어요. 어떤 리그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리그의 전문가가 되어 많은 이야기들을 써보고 싶어요."

임군의 모습을 보니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산다는 것은 정말 더할 나위 없는 삶인 것 같다. 하지만 누구나 항상 자기 마음대로 살 수는 없다. 임군이 수능 때문에 1년이라는 긴 시간을 참아왔듯이, 언제 어디서든지 우리가 하고 싶은 것들을 방해 받거나 못 할 수가 있다. 그렇다고 거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참고 버티며 기다리다 보면 보다 더 나은 상황이 다가올 것이다.

청소년이라고 해서 모두가 공부만을 위해 학교를 가고 학원을 다니는 것은 '푸를 청(靑)'이라는 의미에 벗어난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은 꿈을 꾸고 그것을 향해 다가가는 시기이다. 그 과정 속에 학업, 과제 등이 가로막는다면 꾹 참고 기다리길 바란다. 나비가 되기 위한 고치 속에 애벌레, 그 기다림의 끝에는 찬란한 하늘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보인고등학교 신문기자부(BNS) 기자입니다.



태그:#인터뷰기사, #청소년, #축구평론가, #해외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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