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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 매력적인 건 세계문화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미술관·박물관이 많고, 어떤 경우에는 일상을 축제로 바꿀 줄 아는 뉴요커가 많고, 다양한 문화를 융합해 예측불허의 창의력을 발휘하는 작가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대를 앞서가는 예술을 계속 주도하나 보다. 이번 3부에서도 뉴욕의 '독일미술관, 디자인미술관, 뉴뮤지엄' 등을 소개한다. - 기자 말

황홀한 '아델 블로흐-바우어 초상화'

맨해튼 뮤지엄마일(거리)에 있는 '노이에 갤러리(Neue Galerie)' 입구
 맨해튼 뮤지엄마일(거리)에 있는 '노이에 갤러리(Neue Galerie)' 입구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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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온 지 20일, 뮤지엄마일(거리)에 위치한 '노이에 갤리리(뉴갤러리)'를 소개한다. 구겐하임미술관과 가까이 있어 찾기 쉽다. 입구에 갤러리 간판 글씨가 금빛으로 반짝인다.

이곳은 뉴욕사업가 윌리엄 S. 밀러의 고급저택이었다가 후에 '해운·철도왕인 'C. 밴더빌트'에게 팔렸고 다시 유대인연구센터로 넘어갔다. 1994년에는 아트 컬렉터인 '로날드 로더(R. Lauder)'와 아트 딜러인 '서시 사바르스키(S. Sabarsky)'가 이 건물을 매입해 2001년 독일·오스트리아 전문미술관으로 재탄생시켰다.

루브르미술관에서 '모나리자'를 볼 수 있듯이, 이 미술관에서 구스타브 클림트의 '아델 블로흐-바우어초상화(일명 황금여인)'을 볼 수 있다. 클림트는 여성의 관능미를 표현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100년 전 작품인데도 매우 모던하다. 장식미술과 순수미술의 절묘한 교합이라고 할까. 이 작품을 보는 순간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에 전율이 왔다. 

이 '황금여인'은 2006년에 로날드 로더가 회화사상 최고가인 1억3500만 달러에 구입한 소장품으로, 모마에 있는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에 비길 만하다. 이 작품은 20세기 초 고전적 모더니즘, 우키요에, 비잔틴 프레스코 등 고전과 현대의 기법이 총동원됐다. 그래서 현실에서는 찾을 수 없는 상징적이고 몽환적인 세계를 연출한다.

클림트는 '에로스'를 인간의 본성으로 봤고 정신분석에도 관심이 있었다. 현실과 환상, 죽음과 염세주의, 관능과 에로티시즘이 그의 화풍의 주조다. 그는 '분리파'로 기존 화풍과는 달랐다. 이밖에도 '에곤 실레', 클림트의 제자인 '코코슈카' 등도 전시된다. 마침 러시아 추상주의와 독일 표현주의의 상관관계를 조명하는 전시도 열렸다.

그리고 오후엔 뉴욕 번화가이고 뉴욕 지하철노선이 가장 많은 다니는 '타임스스퀘어'로 잠시 갔다. 휘황찬란한 홍보전광판으로 1년에 거두는 광고료가 7000만 달러(800억)라니 놀랍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과 '록펠러센터'도 보인다. 114번 '퓰리처상'을 받은 세계적 정론지 '뉴욕타임스'가 이 근처에 있다. 그래서 스퀘어 앞에 '타임스'가 붙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나온 컬럼비아 대학

뉴욕 컬럼비아대학교 상징물인 '지혜의 여신상(Alma Mater)'과 뒤로 보이는 '로우기념도서관(Low Momoria Library)'
 뉴욕 컬럼비아대학교 상징물인 '지혜의 여신상(Alma Mater)'과 뒤로 보이는 '로우기념도서관(Low Momoria Library)'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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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나는 미술관을 잠시 접고 분위기를 바꿔 1754년에 설립된 '컬럼비아 대학'을 방문했다. 이 대학은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오바마 대통령 등 엘리트를 배출한 명문대학이다. 뉴욕에는 이 대학 말고도 중산층이 가는 '뉴욕대학'과 서민층이 가는 '뉴욕시립대학'이 있고 한편 급진적이고 실험적 학풍을 갖춘 '뉴 스쿨' 등도 있다.

컬럼비아 대학은 학부과정이 8400명, 석박사과정이 1만9500명이다. 학비가 사립학교라 비싸다. 학부는 5만 달러, 석박사과정은 6만 달러라니 미국중산층에게도 버거운 돈이다. 맨해튼거주자 5명 중 3명은 대학 출신이고, 그중 4분의 1은 대학원 이상의 학위를 취득했다니 역시 뉴욕이 미국에서도 가장 고학력 도시라 할 만하다.

이 대학은 '68시위'로 유명하다. 당시 학생운동은 전 세계적이었다. 처음엔 대학근처 모닝사이드공원에 예정된 체육관 건립이 흑인할렘지역의 커뮤니티를 위축시킨다는 이유로 촉발됐다. 그러다 나중엔 대학이 '미 국방연구소(think tank)'와 협업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게 알려지면서 이에 격분한 학생들이 대학본부 등을 점령하며 일어난 과격시위였다.

신개념 미술관, '뉴뮤지엄'

'뉴 뮤지엄(New Museum)' 정면모습, 마치 장난감 상자를 쌓아올린 것 같다
 '뉴 뮤지엄(New Museum)' 정면모습, 마치 장난감 상자를 쌓아올린 것 같다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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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서둘러 '바우어리(Bowery)'거리에 있는 '뉴뮤지엄'로 향했다. 기존의 미술관개념을 거부한다는 의미로 '뉴(New)'를 붙인 것인가. 그건 아마도 그림의 개념이 변하는 시대에 전시의 개념도 시대정신에 맞게 변해야 한다는 의도이리라.

이 미술관은 건물 자체가 이미 현대미술이다. 일본 SANAA 설계사무소 '니시자와 류에'와 '가즈요'의 합작으로 지운 것으로 후에 건축의 노벨상이라고 하는 '프리츠커상'도 수상했다. 7층인데 각기 다른 8개 사각형을 대충 쌓아올린 것 같아 툭 치면 쓰러질 것 같다.

휘트니미술관에서 1967년부터 10년간 큐레이터였던 '마샤 터커(M. Tucker)'가 1977년에 이 미술관을 설립했다. 그녀는 여기서 20년 간 이 미술관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했고 그 결실로 2005년엔 뉴욕 시와 카네기재단으로부터 2천만 달러의 기부금을 받기도 했다.

내가 갔을 때 '신표현주의·신야수주의'로 불리는 1954년 출생한 독일화가 '알베르트 욀렌(A. Oehlen)' 전시 등이 열리고 있었다. 그는 뒤셀도르프 미대교수로 '지그마 폴케'와 친구이기도 하다. 작품명이 '중독금속(Der vergiftete Asket)'인 것도 그렇지만 그의 화풍이 매우 독특한데 드로잉과 페인팅을 동시에 진행하는 그만의 방식 때문인가보다.

최고 부호저택이 '프릭 컬렉션'이 되다

맨해튼 번화가에 있는 '프릭 컬렉션(Fric Collection)' 입구와 돔 방식으로 된 내부(왼쪽)
 맨해튼 번화가에 있는 '프릭 컬렉션(Fric Collection)' 입구와 돔 방식으로 된 내부(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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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뉴욕에서 땅값이 제일 비싼 5번가에 있는 '프릭 컬렉션(Fric Collection)'를 소개한다. 이곳은 미술관이 아니고 컬렉션이다. 왜 그런가? 이곳은 원래 석탄왕 '헨리 클레이 프릭'의 개인저택이었으나 1913년 프릭의 유언대로 미술관이 되었고 1935년에 처음 공개됐다. 뉴욕의 최고부호저택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알려면 여길 가보면 된다.

안으로 들어가면 고풍스러운 가구와 고색창연한 고서가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도자기와 로마시대 조각, 로코코 프랑스식 가구와 잘 다듬어진 정원과 연못 등도 볼 수 있다. 베르사유 궁 축소판 같은 이 개인저택 미술관은 그 나름의 위엄과 품위를 지키고 있었다.

소장품으로는 이탈리아 르네상스시대 '벨리니', 네덜란드 거장 '렘브란트'와 '베르메르'와 격변기의 '고야' 그리고 로코코시대 '부셰', 영국의 '터너'와 '컨스터블' 등이 있다. 사전에 정보가 부족하면 이런 유명작가의 명화도 그냥 놓치고 지나갈 수 있다.

그중 명암대비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잘 묘사한 렘브란트의 '자화상'과 외부의 빛이 스며드는 창문이 나오는 그림이 많이 그린 베르메르의 '군인과 웃는 소녀'가 유명하다.

여길 나오면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센트럴파크'이 나온다. 거기에는 조깅하는 사람과 관광객 등으로 넘친다. 21세기 도시에 관광마차가 다녀 이색적이었다. 어느 가장이 내게 가족촬영을 부탁해 응했더니 이번엔 날 찍어주겠다고 호의를 베풀어 사진 한 장 건졌다.

'뉴욕공공도서관'과 '그랜드 터미널'

뉴욕 공공도서관 3층에서 홍보요원이 관광객에게 정기적으로 도서관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뉴욕 공공도서관 3층에서 홍보요원이 관광객에게 정기적으로 도서관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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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뉴욕공공도서관'을 가보자. 이 도서관은 1911년에 개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접속이 가능하단다. 90곳 분관과 전문연구도서관 4곳이 있고, 셰익스피어원본, 구텐베르크성서 등 희귀본도 있단다. 장서가 5300만 권 정도로 최근엔 디지털도서관도 열었다.

이 도서관 입구에는 두 마리 사자상이 있는데, 하나는 '불굴의 정신(fortitude)' 또 하나는 '인내(patience)'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세계공황 때 붙여진 이름이라니 더 공감이 간다. 하긴 공부할 때 꼭 필요한 덕목이다. 뉴욕커들,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땐 '센트럴 파크'로,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고 싶을 땐 '퍼블릭 라이브러리'로 가면 된다.

백남준도 우리에게 가장 부족한 게 정보라고 했지만 우리가 미국에 유학하는 이유도 실은 이곳 정보와 자료 때문 아닌가. 한국에도 없는 우리 자료가 여기서 발견되는 건 우연만은 아니다. 이런 문화발전소는 미국을 최강국으로 만드는 요소 중 하나이리라.

여기선 도서관 홍보요원이 정기적으로 나와 관광객을 맞이하고 그들에게 도서관 현황을 친절하게 설명한다. 내가 그의 말을 다 이해는 못했지만 이 정도의 도서관이라면 자랑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자부심은 이런 데서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여길 나오면 100년 전에 지워진 '그랜드센트럴터미널'이 보인다. 건물이 파리오페라양식이라 멋지다. 여기선 시민결혼식도 한다. 조금 더 가면 UN도 나온다. 난 호기심이 발동해 출입구보안검사를 통과한 후 UN빌딩 안으로 들어갔으나 대기시간도 길고 내 취향에 맞지 않아 UN내 미술갤러리에서 '루지에로(F. Ruggiero)'의 인물전만 보고 나왔다.

'쿠퍼-휴이트 디자인미술관'은 디지털 놀이터

'쿠퍼-휴이트 디자인미술관(Cooper-Hewitt National Design Museum)' 관객이 색 배합을 경험해 보도록 한 전시실 장면. 쿠퍼-휴이트 디자인미술관입구 파사드(아래)
 '쿠퍼-휴이트 디자인미술관(Cooper-Hewitt National Design Museum)' 관객이 색 배합을 경험해 보도록 한 전시실 장면. 쿠퍼-휴이트 디자인미술관입구 파사드(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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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은 특별히 '쿠퍼-휴이트 디자인미술관(Cooper-Hewitt National Design Museum)'을 가봤다. 우선 건물의 파사드가 멋지다. 이 미술관은 현재 25만점의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단다. 이곳은 미국문화기관 연합체인 '스미스소니언협회'에서 운영하고 있어 매년 내셔널 디자인 어워드(National Design Awards)수상자를 선정 발표한다.

전시장으로 들어가면 상단에 디자인 원칙이 적어놓고 그 개념에 맞게 작품을 전시해 놓아 매우 교육적이다. 미술관 측은 입장객에게 '디지털 펜(Pen)'을 주고 각자 좋아하는 디자인을 스캔하고 그걸 재 디자인해 보는 기회도 제공해 디지털 놀이터임을 실감나게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하면 이 미술관을 막 들어서는 순간, 뜻밖에 서울에서 강연을 들은 적이 있는 세계적 석학 '기 소르망(Guy Sorman)' 박사와 그 부인을 만났다. 내가 사진을 찍겠다니 좋단다. 부인이 패션디자이너라 그런지 부부가 멋쟁이다.

나는 세계적 석학이라는 불리는 사람도 저 나이가 되도록 현장을 저렇게 누비며 열심히 공부하는 것을 보니 그의 열정이 부러웠다. 누구는 보수적인사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세상에 이렇게 지적 호기심이 넘치고, 유머와 통찰력이 넘치는 학자는 드물 것이다.

그는 한국경제를 20년간 연구했는데 이를 위해 먼저 한국문화를 깊이 살폈다고 한 인터뷰를 읽어본 적이 있다. 그래선가 그의 한국문화 이해 수준이 높다. 그는 '달 항아리'를 한국문화의 최고 브랜드로 본다. 또한 한국경제가 고속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유교 윤리를 바탕으로 한 한국노동자의 헌신성에서 왔다고 보고 있다.

입학 절차가 간소한 '아트 스튜던트 리그'

'아트 스튜던트 리그(ASL)' 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로버트 라우센버그'의 1949년 작 '세탁(Wash)'
 '아트 스튜던트 리그(ASL)' 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로버트 라우센버그'의 1949년 작 '세탁(W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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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뉴욕 맨해튼번화가 브로드웨이 웨스트 57가에 위치한 미술학교 '아트 스튜던트 리그(Art Student League of New York/ASL)'를 가보자. 여긴 2번 방문했다.

이 학교는 입학 자격 조건이 까다롭지 않고 비전공자도 입학이 가능하다. 한마디로 열린 학교다. 석사 학위를 받은 사람도 오고 고졸생도 온다. 학교 운영을 학생 스스로의 선택에 맞출 정도로 자율적이고 자유로운 학풍이다. 정규수업도 있지만 원하면 한 과목씩 티켓을 끊어 들을 수도 있다. 과목당 수업료는 7만 원에서 28만 원까지 한다.

그렇다고 이 학교 수준이 낮은가. 절대 아니다. 미국의 기라성 같은 작가 '조지아 오키프, 사이 톰블리, 라우센버그, 잭슨 폴록, 알렉산더 칼더, 마크 로스코' 등이 다 여길 나왔다. 내가 뉴욕에서 알게 된 나오미 작가도 여기 출신으로 모교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

2번째 방문했을 때 교내갤러리에서 '전쟁과 미술(On the Front Lines)' 전이 열리고 있었다. 이 학교 출신인 '라우센버그'의 1949년 작 '세탁(Wash)'을 보니 속이 후련해졌다.

백남준의 흔적을 찾아 하루 '워싱턴DC' 방문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국립아카이브박물관(The National Archives)'건물 전경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국립아카이브박물관(The National Archives)'건물 전경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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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날이 다가오자 난 다음날 하루 백남준의 '전자초고속도로'와 '엄마'를 보기 위해 워싱턴DC로 떠났다. 하루 전 메일로 버스 예약을 간신히 했으나 관람시간 착오와 늦은 일정으로 '국립아트미술관'에 소장한 백남준 작품은 못 봤다. 나중 알고 보니 내가 제시간에 갔어도 내부공사라 볼 수 없었단다. 하긴 여기 미술관을 제대로 보려면 1주일 코스다.

짧은 시간에 워싱턴시내와 '백악관'도 잠시 봤다. 백악관은 규모가 작아 마음에 들었다. 역시 민주국가구나 싶었다. 백악관 앞엔 미국독립운동의 영웅인 '라파예트 장군'의 동상이 서 있다. 그는 미국이 독립운동을 하다 질 뻔한 위기의 순간에 프랑스에서 건너와 미국을 승리로 이끌어내 유명하다. 그래서 미국 지명에는 그의 이름이 널려 있다.

그리고 미국의 '팔만대장경'인 '국립아카이브박물관'과 '국립자연사박물관' 그리고 백남준 작품이 소장된 '국립아트갤러리' 등 관람은 다음으로 미뤘다. 워싱턴은 미국수도답게 반듯하고 모범적이나 뉴욕보다는 심심하고 허전했다. 또한 워싱턴은 정치 도시라 그런지 뭔가 딱딱한 감을 준다. 뉴욕은 이런 정치적 긴장은 없어 그냥 마음이 편하다.

뉴욕 작가들과 나눈 진한 우정

백남준 조수였던'라파엘레 셜리'와 남편 '마이클 사르프'가 내가 뉴욕을 떠나기 전 작은 파티를 열어준다며 음식을 주문하는 모습
 백남준 조수였던'라파엘레 셜리'와 남편 '마이클 사르프'가 내가 뉴욕을 떠나기 전 작은 파티를 열어준다며 음식을 주문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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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짧은 뉴욕 체류 동안 만난 뜻밖의 미국작가들이 나의 미술기행을 풍성하게 해줬다. 뉴욕의 작가들 하나같이 일상을 축제로 바꾸는데 귀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달 간 내가 알게 된 미국 작가로는 보름간 내게 방을 제공한 '딕슨(R. Dickson)부부'와 나를 작업실에 초대한 젠센(E. Jensen), 나를 '부시윅 오픈스튜디오'로 안내한 '다시(B. Darcy)', 나를 '모마'로 가이드 한 캠벨(N. Campbell), 전에 본 적이 있는데 지하철에서 다시 만나 맨해튼의 한 전시장으로 데리고 간 보셴(C. Beauchesne) 등이 있다.

그리고 난 백남준 조수였던 '셜리(R. Shirley)' 집에 2번 초대됐고 남편인 사르프(M. Sarff)는 구겐하임 임원이라 날 구겐하임 오프닝리셉션에도 초대했다. 셜리와 인터뷰 문제로 마지막 만나던 날 남편도 동참해 간소한 이별 파티를 열어줬다. 그는 내게 '모마별관'에서 열리는 '임흥순' 작품을 꼭 보라고 추천해 다음날 갔으나 쉬는 날이라 못 봤다.

한 달이지만 이들을 알게 된 건 큰 선물이었다. 백남준이 보이지 않게 도와졌다는 생각이 든다. 백남준은 생존 시 세계적 작가들과 각별한 '우정의 철학'의 나눴는데 그런 단면을 조금이라도 체험할 수 있었던 게 이번 뉴욕 미술기행의 최고 성과가 아닌가 싶다.

[관련기사]
뉴욕 미술기행 ①
뉴욕 미술기행 ②

뉴욕 미술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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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순

덧붙이는 글 | 뉴욕 미술기행 3부로 마지막 편이다.



태그:#백남준, #노이에갤러리, #쿠퍼-휴이트디자인미술관, #뉴뮤지엄, #프릭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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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중 현대미술을 대중과 다양하게 접촉시키려는 매치메이커. 현대미술과 관련된 전시나 뉴스 취재. 최근에는 백남준 작품세계를 주로 다룬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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