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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터닌 스캘리아 미국 연방 대법관의 타계를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앤터닌 스캘리아 미국 연방 대법관의 타계를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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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 대법원의 대표적인 보수파로 꼽히던 앤터닌 스칼리아 대법관이 타계했다. 향년 79세.

미국 언론은 13일(현지시각) 스칼리아 대법관이 텍사스 주의 리조트에서 휴가를 보내다가 잠자리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CNN은 아직 정확한 사인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자연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존 로버츠 미국 대법원장은 성명을 통해 "스칼리아는 비범한 인물이자 법관이었다"라며 "모두의 두터운 신망을 받아왔다"라고 애도했다. 이어 "그의 죽음은 국가와 법조계의 큰 손실"이라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스칼리아 대법관은 30년 가까이 대법원에서 활동하며 현명한 법적 의식과 활기 넘치는 스타일, 다채로운 의견을 지닌 전설적인 인물이었다"라며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 명문 조지타운대학을 수석, 하버드 로스쿨을 차석으로 졸업한 스칼리아 대법관은 변호사, 교수, 판사로 경력을 쌓았다. 1986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재임 기간 대법관으로 임명되면서 사상 첫 이탈리아계 연방 대법관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헌법의 원본주의를 표방했던 독실한 가톨릭교도인 스칼리아 대법관은 줄곧 보수적인 목소리를 대변해왔다. 낙태와 동성애를 강력히 반대하고, 총기 소지와 사형 제도 존치를 주장했다.

대법원이 동성결혼 합헌 결정을 내릴 때 반대표를 던졌고, 오바마 대통령이 핵심 정책으로 내세운 건강보험개혁(오바마케어)에도 반대표를 던지지는 등 오바마 행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스칼리아 대법관이 워낙 강경하자 조 바이든 부통령이 "내가 상원의원으로서 표결했던 것 가운데 가장 후회되는 일이 스칼리아 대법관을 인준한 것"이라고 토로할 정도였다.

하지만 작년에는 대학의 소수 인종 우대정책 위헌 여부를 놓고 "미국의 흑인 과학자 대다수는 명문대 출신이 아니라 수업을 따라갈 압박이 적은 대학 출신"이라고 인종 차별적인 발언을 했다가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오바마 후임 대법관 지명 놓고 정치권 '격론'

앤터닌 스캘리아 미국 연방 대법관의 타계를 보도하는 뉴욕타임스 인터넷판 갈무리.
 앤터닌 스캘리아 미국 연방 대법관의 타계를 보도하는 뉴욕타임스 인터넷판 갈무리.
ⓒ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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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리아 대법관의 사망은 곧 미국 정치권의 충돌로 이어졌다. 퇴임까지 1년을 남겨놓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이 그의 후임을 지명하는 것이 옳으냐를 놓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연방 대법관은 종신직을 보장받는다. 스칼리아 대법관은 현직 대법관 가운데 가장 오래 재직한 인물이다. 대법관이 자진 사퇴하거나 사망해서 공석이 생기면 대통령이 후임을 지명하고, 상원의 인준을 거쳐 최종 결정된다.

9명의 대법관이 보수 5, 진보 4로 갈려 있는 현재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새 인물을 대법관으로 지명한다면 수십 년 만에 진보적 성향 대법관의 비중이 높아지게 된다.

더구나 대법원은 오바마 대통령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이민법 개혁 행정명령의 위헌 여부를 놓고 오는 6월께 판결 내릴 예정이어서 새 대법관의 영향력이 막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이념 지형을 바꿀 수도 있는 오바마 대통령의 선택을 앞두고 공화당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미치 맥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국민이 새 대법관을 결정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라며 "차기 대통령이 임명권을 행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중요하고 많은 안건들이 대법원에 올라와 있다"라며 "대통령과 상원은 책임감을 가지고 최대한 빨리 대법원의 공석을 채워야 한다"라고 반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기 전 스칼리아 대법관의 후임을 지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적절한 시기에 후임 인사를 지명해 대통령의 헌법적 소임을 다하겠다"라며 "그럴 시간이 충분하다"라고 강조했다.

CNN의 제프리 토빈 수석법률고문은 "스칼리아 대법관의 타계는 미국의 가장 큰 정치적 전쟁(political battle)을 일으킬 것"이라며 "미국 상원 역사상 최대의 격론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그:#앤터닌 스칼리아, #미국 대법원, #버락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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