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아직 덜 자란 버드나무에 앉아 있다. 가지에 비해 쇠부엉이가 지나치게 커보인다.
▲ 작은 가지에 앉아 있는 쇠부엉이 아직 덜 자란 버드나무에 앉아 있다. 가지에 비해 쇠부엉이가 지나치게 커보인다.
ⓒ 이경호

관련사진보기


대부분의 포식자들은 밤에 활동한다. 재규어나 호랑이 등의 상위포식자들은 낮에 은신해 숨어 있고, 밤에 먹이 활동을 한다. 야행성인 포식자들 중 '밤의 제왕'은 역시 부엉이 아닐까? 개인 생각을 일반화 시키는 오류일 수 있으나 새를 보는 탐조인이라면 응당 부엉이를 상상할 것이다.

부엉이류는 쥐류부터 시작해서 커다란 꿩까지 다양한 동물들을 사냥한다. 부엉이는 다른 새들에 비해 소리에 훨씬 민감하다. 때문에 비행 시에도 펄럭거리는 날갯짓 소리가 나지 않는다. 먹이가 소리를 듣고 도망치는 것을 예방하여 사냥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부엉이류의 가장 큰 특징은 짝귀라는 것이다. 좌우 비대칭으로 소리가 귀에 들어오는 거리가 다르다. 귀의 크기도 차이가 나는데, 때문에 소리의 세기도 차이가 있다. 세기와 거리 차이가 발생하는 것을 이용하여 어둠속에서도 사냥감의 위치를 파악하여 사냥 한다.

부엉이의 실제 모습을 확인하기는 매우 힘들다. 야행성이기에 밤에 소리로 확인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모습이 주변과 조화가 잘 되도록 보호색을 띠고 있어, 환한 대낮이라도 찾는 것이 어렵다. 실제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많은 탐조경험과 함께 높은 시력과 주의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밤에 활동하지 않고 낮에 활동하면서 다른 부엉이에 비에 쉽게 눈에 띄는 녀석이 있다. 바로 쇠부엉이다. 다른 부엉이에 비해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이지,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새는 아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관심대상종으로 지정되어 있고, 천연기념물 제324-4호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는 귀한 새이기 때문이다.

지난 1일 대전환경운동연합은 금강 정기모니터링 과정에서 충남 논산시 강경읍의 금강변 갈대 밭에서 활동하는 쇠부엉이를 2개체 확인했다. 넓은 갈대밭을 끼고 편안하게 월동하는 모습이었다. 앞이 탁 트인 개활지를 좋아하는 쇠부엉이에게 매우 적합한 환경이었다. 작은 가지에 앉아 있는 모습은 약간 놀랍게도 느껴졌다. 덩치에 비해 가지가 너무 약해 보였기 때문이다. 새들의 가벼운 몸을 실감 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쇠부엉이의 등장, 자연 회복의 신호탄

 소나무에 앉아 있는 쇠부엉이
ⓒ 이경호

관련사진보기


귀한 쇠부엉이 두 마리가 월동하고 있는 갈대밭은 4대강 사업 이후 방치된 곳이다. 4대강 사업 종료 후 조성되었던 공원의 모습은 이제 확인이 불가하다. 2012년에 완공된 이후 4년 만에 자연의 모습과 가깝게 변했다. 자연이 스스로 회복하면서 귀한 쇠부엉이가 찾아온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확인이 되지 않던 쇠부엉이였다.

특히 쇠부엉이가 온 곳은 지난 2012년 4월 4대강 사업 당시 모래바람이 심각하게 불던 지역이라 더 놀랍다. (관련기사: 모래폭풍 속에서 물을 뿌리는 노동자가 있어요) 준설과 공원조성으로 초지가 형성되지 못했던 곳이다. 모래폭풍으로 주민들의 피해가 발생해 원성까지 듣던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빼곡하게 갈대밭이 형성되어 있고, 듬성듬성 버드나무까지 자라고 있다.
만약 또 돈을 들여 4대강 사업의 완공된 형태 그대로를 유지했다면 생기지 못했을 현상이다.

아무것도 없는 모습을 확인 할 수 있다.
▲ 2012년 모래폭풍이 일고 있는 현장 아무것도 없는 모습을 확인 할 수 있다.
ⓒ 이경호

관련사진보기


가드레일 아래 길이 이어져야 하지만 초지로 변하면서 사람의 진입은 어렵다.
▲ 현재 쇠부엉이가 찾아온 모습 가드레일 아래 길이 이어져야 하지만 초지로 변하면서 사람의 진입은 어렵다.
ⓒ 이경호

관련사진보기


4대강 사업이 끝난 이후 수천억 원의 돈을 들여 조성한 둔치공원 대부분은 이제 자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다행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억지스럽지만 공원을 유지하기 위한 돈이 없기 때문에 벌어진 자연회복이다. 거기에 이곳은 사람도 찾아오지 않는 지역이다. 사람이 찾지 않는 곳에 공원을 만들면서, 유지하고 관리할 필요성이 없어졌다. 그 결과로 이곳은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금강에도 이렇게 자연으로 회복되고 있는 곳이 많다.

자연에 감사할 따름이다. 자연으로 회복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어 다행이다. 쇠부엉이의 도래는 자연으로 복원되고 있는 신호탄 같은 것이다.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 쇠부엉이의 서식은 먹이피라미드의 아래에 위치한 생물들이 균형을 잡아가고 있다는 방증인 것이다.

2011년 다음 위성지도에 표시한 관찰지역 - 공사가 진행중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 쇠부엉이 관찰 지역(주황색 점선) 2011년 다음 위성지도에 표시한 관찰지역 - 공사가 진행중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 이경호

관련사진보기


MB, 수천억 원 낭비하고도 "4대강은 성공적 정책"

이렇게 자연이 제 모습을 찾아가면서, MB가 4대강 공원 조성에 퍼부은 수천억 원의 돈은 휴짓조각이 되었다. 본래 목적인 공원의 모습을 3년 만에 잃어버렸기에, 사업비는 공사를 수주하여 진행한 업체들의 호주머니에 상납한 꼴이 되었다.

상황이 이럼에도 MB는 아직도 4대강 사업이 잘 된 사업이라며 자랑을 하고 다닌다. 격분하지 않을 수 없다. 공원으로 만들지 않고 자연으로 두었다면, 훨씬 더 많은 생물들이 확인되었을 게다.

걱정은 아직 남아 있다. 이렇게 잘 유지된 곳에 다른 이유로 개발을 하려 들지 않을지 노심초사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4대강 사업 이후 하천을 분류했던 친수구역, 복원구역, 보전구역의 구분을 다시 진행 중에 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평가가 없이 재분류된다면 이처럼 복원되고 있는 구역이 친수구역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 쇠부엉이 같은 야생 동식물들의 생태계가 복원 된 현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 한 채 구역을 설정을 해서는 안 된다.

다시 대규모 예산을 투여해 공원이 조성되는 일이 반복될 수 있기에 4대강 사업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통해 금강 전역에 복원되고 있는 습지와 초지들을 보전하고, 이를 통해 균형 잡힌 생태계가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쇠부엉이가 서식하고 있는 이곳처럼 생태계가 회복단계로 접어든 지역은 대부분 찾는 사람들이 없는 곳이다.

만약 상황들을 무시한 채 복원된 습지와 초지에 사람이 손을 댄다면 생태계 훼손뿐만 아니라 또 다른 예산낭비의 전형이 될 것이다. 금강은 4대강 사업으로 충분히 개발이 되었다. 추가 개발을 꿈꿀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개발의 꿈은 이제 접고 보전의 길로 가야할 곳이 금강이다. 이런 보전의 길로 가기 위해, 복원되고 있는 강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라도 이제 4대강사업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이를 통해 4대강에 죄인인 MB를 역사에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 미래에 또 다른 MB가 나타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태그:#금강정비사업, #쇠부엉이, #모래폭풍
댓글1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날로 파괴되어지는 강산을 보며 눈물만 흘리고 계시지 않으신가요? 자연을 위한 활동이 필요하시면 연락주세요! 대전환경운동연합 회원이 되시면 함께 눈물을 흘리고 치유 받을 수 있습니다. 회원가입하기! https://online.mrm.or.kr/FZeRvcn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