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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애낳는 기계냐?"
 "우리가 애낳는 기계냐?"
ⓒ 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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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아기 많이 낳는 순서대로 여성 비례 공천 줘야", "세 자녀 갖기 운동 벌여야", "조선족 대거 받아들여야" 등의 황당한 저출산 대책을 내놓으며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은 "저출산, 여대가 책임져야"라는 말로 화답한다.

한마디로 윗분들이 미쳐가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해 경제와 인구 정책에 있어 위기감이 감돌고 있는 것 안다. 장기적 국가 플랜을 위해 출산율이 늘어야 하는 것도 일정 부분 인정한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현상만 볼 게 아니라 그 원인을 제대로 진단해야 한다.

그러나 요 며칠간 있었던 김무성 대표와 심화진 총장의 '출산적령기 청년이 애를 낳아야 한다' 식의 책임 부여성 발언은 저출산 문제의 외피만을 볼 뿐이다. 출산적령기 청년이 출산을 하지 않는 원인에 대한 고민은 찾으려야 찾아볼 수 없다.

모르는 건지 모르는 척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유를 말해주겠다. 다들 알다시피 출산적령기의 청년 대부분이 제 밥 벌어먹기도 힘들어서다. 흥부전에서 흥부 부부는 애만 주야장청 낳아 자식들 배 곯리고 자기도 형수에게 가서 밥 구걸을 한다. 출산적령기 청년 대부분도 마찬가지다. 애 낳았다가 감당 안 되면 형수가 때린 볼에서 짠내나는 밥알을 떼먹어야 할 형편이다. 그나마 형수댁 밥주걱에 밥알이라도 붙어있으면 다행이고.

현대는 흥부가 살던 조선 시대보다 더 나은 시대라는 반박은 기각한다. "우리 때는 말이야"라는 김 부장님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당신 때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면 지금도 당신이 느끼지 못하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출산 안 하면 감옥 가야 하니?

사실 비출산의 이유는 그것뿐만이 아니다. 좀 더 본질적으로 들어가서, 결혼이 필수가 아닌 것처럼 출산 역시 필수가 아니다. 출산을 하지 않는 건 이기적인 게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 출산을 의무로 강제하는 법은 없다. 애를 많이 낳을수록 이타적이라고 규정한 법도 없다.

국가에서도 출산 강제가 반인권적임을 알고 출산 '강제'가 아닌 출산 '장려'라는 키워드의 정책을 만든다. 출산은 강제가 아닌 선택의 문제다. 내가 비혼을 택한 게 사회적으로 멸시받을 이유가 아닌 것처럼 누군가의 출산 여부는 제3자가 이래저래 참견할 일이 아니다.

게다가 심화진 총장의 발언인 "저출산과 육아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게 바로 여대라고 본다"에서 알 수 있듯 출산에 대한 의무 아닌 의무는 여성에게만 부여될 때가 많다. 하지만 명심하자. '출산에 대한 책임은 남녀가 같이 진다' '출산에 대한 책임은 남녀가 같이 진다' '출산에 대한 책임은 남녀가 같이 진다' 오타 아니다. 일부러 세 번 쓴 거다.

프린트해서 화장실 거울에 붙여놓자
 프린트해서 화장실 거울에 붙여놓자
ⓒ 김명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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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나온 김무성 대표의 "아기 많이 낳는 순서대로 여성 비례 공천 줘야" 발언 역시 마치 출산의 책임이 전부 여성에게만 있는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김무성 대표의 말을 남성에게 적용하면 출산 경험이 없는 김무성 대표를 비롯해 모든 남성 정치인은 다 공천 탈락이다.

남성을 출산의 책임으로부터 격리시켰기에 할 수 있는 무분별한 발언이다. 심화진 총장과 김무성 대표의 발언과 같이 출산을 여성의 문제만으로 묶는 건 국가와 남성들의 책임 회피다. 여성의 자궁은 남성과 국가의 식민지가 아니다.

그래도 비출산을 이기적이라 여기고 눈치 주고 싶으면 그 차별적 행위라도 남성에게 동등하게 해달라. 그래야 똥 묻은 개가 아닌 겨 묻은 개 정도는 된다. 물론 출산에 대한 오지랖은 당신 마음 속에만 고이 간직하는 게 가장 좋다.

그래도 출산을 장려하고 싶다면

지난해 12월 박 대통령은 제4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3차 회의에서 "지금 우리나라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방치하면 젊은이들 가슴에 사랑이 없어지고 삶에 쫓겨가는 일상이 반복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에 대한 댓글을 오마이TV가 편집했다.
 지난해 12월 박 대통령은 제4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3차 회의에서 "지금 우리나라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방치하면 젊은이들 가슴에 사랑이 없어지고 삶에 쫓겨가는 일상이 반복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에 대한 댓글을 오마이TV가 편집했다.
ⓒ 오마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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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무성'이라는 닉네임에 부합할 만큼 권력과 재력을 가진 김무성 대표도 자신의 자녀가 세 자녀 정책에 실패했다고 공언한다. 그도 못 한 걸 지금의 청년에게 장려하고 싶다면, 국가가 제대로 일해야 한다.

'복지'가 필요하다. 국가가 원활히 작동하기 위해 출산을 장려하는 거라면, 국민도 그에 부응하기 위해 복지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우리가 거지라서 복지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권리 좀 보장해달라는 거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 공약 중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 게 몇 개나 있나. 출산을 요구하기 전에 비출산의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 처방부터 내려달라. 그러라고 청와대에 앉아 있는 거다. 물론 완전무결한 출산 정책이 나온다고 해서 출산을 강제할 권리가 생기는 건 아니지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고함20>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출산, #김무성, #심화진, #저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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