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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오면 산동네 마을을 쉽게 볼 수 있다. 산동네 마을에서는 아름다운 부산의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급경사 지역에 지어진 주택이 끊임없이 이어진 장관을 구경할 수 있다.

유독 부산에 산동네가 많은 이유는 한국전쟁 이후 피란민 40여만 명이 부산으로 이주했기 때문이다. 많은 인구가 피난을 왔지만 좁은 땅덩어리에 많은 사람이 살 수 없었다. 피난민들은 산으로 올라가 판자를 이용해 임시주거지를 만들게 되었다. 이렇게 아미동, 대신동, 보수동, 영주동, 초량동, 수정동, 범일동, 감천동 등 산동네가 생겨났다.

하지만 부산이 발전하여 한국의 제2도시로 되면서 땅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이에 많은 산동네 마을에 재건축 바람이 불게 되었다. 부산 여러 동네가 개발 대상지로 선정되어 강제로 퇴거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지인들의 주거 문제와 연결되면서 반발이 거셌다. 부산시는 일부 산동네에 대해서 개발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을 우선 과제로 삼는 마을 재생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그중 2009년 마을 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완성된 감천문화마을은 성공한 마을 만들기 사업으로 전국에서 주목받게 되었다. 2015년 기준으로 한해 방문객 130만 명을 돌파하며 부산의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감천문화마을은 주민이 거주하는 마을이다. 관광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마을 주민 삶의 공간이다. 하지만 관광객이 마을을 문화 관광지로 생각하면서 주민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주민 집에 불쑥 방문하여 동물원에 동물 보듯 살펴보거나, 주민 속옷을 촬영해가는 나가는 등 사생활 침해도 일어났다. 피해가 심해지자 사하구는 감천문화마을 유료화 카드를 꺼냈다. 감천문화마을 관광객에게 입장료를 2천 원 가량 받아서 주민 복지에 쓰겠다는 내용이다.

감천문화마을이 유료화 되면 지금 보다 더 관광 상품화될 우려가 있다. 현재 감천문화마을에 있는 상가는 총 55개로 2011년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다. 그리고 마을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있고, 현지인이 201년 1244명에서 2015년 말 기준 1013명 약 18.5% 감소했다. 신규 상권을 노리는 외지인들이 장사를 위해 마을로 들어와 점포를 연 것이다.

감천문화마을 유료화는 돈을 가진 외지인들에게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을 열어주는 길이다. 그리고 마을 주민 삶을 위한 도시 재생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관광지로 전락할 것이다. 사하구는 마을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유료화 카드를 꺼냈지만 마을이 상품화될수록 주민들이 설자리는 없다.

감천문화마을 유료화 문제는 마을 주민들과 함께 신중히 결정해야 할 문제이다. 사하구 차원에는 유료화 카드를 언론에 꺼내고 여론을 미리 알아보려고 한 것 같다. 하지만 전체 여론 수렴 이전에 마을 주민 여론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한다.

먼저 현재 운영되고 있는 마을 주민협의체에서 마을 주민 의견을 모아 내야 한다. 미국에서는 도시 재생 사업을 할 때 가장 먼저 탁아시설부터 마련했다고 한다. 경제적 사정으로 아이를 맡길 수 없는 주민까지 재생 사업에 적극 참여시키기 위해서였다.

사하구는 더 많은 주민들이 주민 협의체에 참여하여 의견이 수렴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섣부른 감천문화마을 유료화는 전체 도시 재생 사업이 주민 삶을 위한 것이 아니라 관광 상품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부산일보>, <국제신문>에도 독자투고 보냈습니다.



태그:#감천문화마을, #감천문화마을 유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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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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