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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1부동산 대책이 "빚내서 집 사는 정책"이라는 비난이 쏟아지자 최경환 부총리는 "빚내서 집사라 한 적 없다"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경제부총리의 이러한 항변에도 불구하고 정부정책은 집 없는 서민들에게 빚내서 집을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강요하였다.

2009년 이후 전세가격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치솟고 있다. 연 6%를 상회하는 월세전환율에 따라 월세 부담은 더욱 크게 늘어났다. 당장 거주할 집이 필요한 서민들은 치솟는 전세 가격을 감당하기 위하여 은행의 전세자금 대출을 신청하거나 전세 난민이 되어 생활의 근거지를 등진 채 조금이라도 낮은 전세 집을 찾아 떠돌아다니고 있다.

도시의 생활 근거지를 떠나지 못하는 젊은 청년들은 자기 소득의 35% 이상에 해당되는 주거비를 월세로 지출하며 소비를 줄이고 숨만 쉬고 있다. 치솟는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서민들이 일말의 기대감과 더 큰 불안감을 가지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 있다.

정부는 "빚내서 집사라 한 적 없다"고 했지만, 사실상 무주택 서민들은 빚내서 집을 사도록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2015년 부동산시장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호황을 기록하였던 것은 갈 곳 없는 서민들이 정부의 기대와 같이 대출을 받아 집을 사야만 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다.

실패한 정부의 시장 정상화

정부는 주택시장의 가격상승 기대감이 높아지면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이 모두 안정될 거라고 예상했지만 매매가격 상승은 전세가격 안정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치솟는 전세가격은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정부가 주택가격 상승을 위해 도입한 공급축소 정책은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의 공급만 축소시켰을 뿐이다.

주택가격 상승 시기에 도입된 전세제도는 해체되고 있으며 주거비를 보전하지 않는 임금체계는 주거비 문제를 개인의 부담으로 전가시키고 있다. 민간임대시장의 가격상승을 흡수하는 완충장치 역할을 담당했던 공공임대주택조차 건설업자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탈바꿈하여 창조경제로 포장되어 있다. 매매가격 상승을 통하여 전세가격을 안정화할 수 있다는 정부의 대책은 주택을 투자의 대상으로 보는 패러다임의 결과물일 뿐이다.

그 상황 속 존재하는 탐욕들

치솟는 전·월세 가격으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이러한 상황을 이용하는 탐욕이 존재하고 있다. 우선 전세자금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통하여 안정적인 수익을 실현하고 있는 금융자본이 있다. 전세자금대출은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는 안전한 상품이다. 전세자금대출은 명목상 세입자에게 대출되지만 자금상환은 금융기관에게 우선 변제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도 금융기관은 안정적으로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으며, 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여 전세자금 보증상품을 개발하여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위험이 낮은 대출상품으로 설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출금리는 주택담보대출보다 높게 책정되어 있다. 주택담보대출도 금융기관에게는 안정적인 대출상품이다. 주택가격의 60% 수준에서 대출이 이루어지고 있어 주택이 경매로 처분되어도 대출금 회수에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 2015년 12월 현재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은 0.31%에 불과하다.

주택공급업자들 역시 초과이익을 얻고 있다. 집 없는 서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분양시장에 참여하면서 그동안 미루어두었던 분양물량을 쏟아냈다. 2015년 4월 허울뿐인 분양가상한제가 사라지면서 분양가격까지 함께 올려 더 많은 수익을 실현하였다. 정부가 창조경제로 제안한 기업형 임대주택도 이들에게는 새로운 수익모델이 되고 있다. 연간 5%의 투자수익을 보장하고 있는 기업형 임대주택은 매력적인 사업모델이다.

2016 부동산 시장, 위험한 균형과 확대되는 불안감

미분양주택이 확대되면서 2016년 주택시장에는 가격하락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주택시장에서 공급과잉은 필연적으로 경기침체 및 가격하락으로 연결되었다. 이러한 공포심은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2015년 12월 이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정부도 가계부채 관리를 위하여 주택담보대출의 범위를 제한하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2015년 상반기 광풍이 불었던 분양시장도 싸늘히 식어가고 있다. 주택거래량은 2015년 11월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전환되었다.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2016년 주택시장이 본격적인 하락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어 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2016년 주택시장이 급속한 변화를 맞이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주택시장은 2010년 이후 인구의 노령화, 베이비 붐 세대, 높은 가계부채 부담으로 장기적으로 조정국면에 진입한 상태이다. 하지만 이러한 요인은 장기적인 요인이며, 주택시장은 단기적으로 가구 수 증가, 초저금리 등의 요인에 의하여 더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2010년 인구센서스를 기반으로 추정되는 장래인구 추계에서 국내 가구 수는 2020년 중반까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높은 가계부채에도 불구하고 초저금리는 가계의 이자부담을 경감시켜 주고 있다.

현재 주택시장은 장기적인 가격하락 압력에도 불구하고 수요증가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불안정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불안정한 균형은 저금리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금리인상과 가계소득 감소가 발생할 경우 작은 충격에도 불구하고 큰 파열음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이다.

앞서 말했듯이 2016년 주택시장은 2013년 이후 형성된 불안정한 균형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매매가격은 거래량의 감소에 따라 소폭의 조정국면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존재하나, 전·월세시장의 가격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주택시장의 불안정한 균형이 이어지면서 무주택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권순형 이사입니다. 이 기사는 새사연 홈페이지(http://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부동산, #주택시장, #새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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