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태극기는 우리나라 상징이고, 태극기에는 태극문양과 괘가 그려져 있습니다.
 태극기는 우리나라 상징이고, 태극기에는 태극문양과 괘가 그려져 있습니다.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우리나라 사람치고 괘나 주역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한 번도 못 봤다는 사람 또한 없을 겁니다. 하지만 막상 알고 보면 잘 안다는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제대로 아는 사람도 별로 못 봤습니다. 다들 어렵다고 합니다. 헷갈린다고 합니다. 고리타분하다고 합니다. 점을 칠 때나 필요한 지식 정도로만 생각합니다. 

주역은 동양고전 중에서 가장 오래된 고전입니다. 공자는 책(죽간)을 엮은 가죽 끈이 세 번이나 끊어지도록 주역을 공부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생겨난 말이 위편삼절(韋編三絶)이라고 합니다. 주역과 관련한 괘는 고궁에 가면 볼 수 있고, 태극기에도 그려져 있습니다.

괘는 글자가 탄생하기 전에 사용하던 부호입니다. 태극기를 보면 중앙에 태극문양이 그려져 있고, 그 주변 네 귀퉁이에 팔괘 중 4괘, 건(☰)·곤(☷)·감(☵)·리(☲)가 그려져 있습니다.

건(乾☰, 天)은 하늘입니다. 딱히 하늘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하늘같은 것'을 상징합니다. 곤(坤☷, 地)은 땅입니다. 이 역시 땅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땅같은 것'을 말합니다. 감(坎☵, 水)은 물, 리(離☲, 火)는 불같은 것을 상징합니다. 이 외에도 태(兌☱, 연못), 진(震☳, 雷), 손(巽☴, 風) 간(艮☶, 山)도 있습니다. 이 8가지 괘를 8괘라고 합니다.

누구나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시로 읽는 주역>

 <시로 읽는 주역>(지은이 김재형 / 펴낸곳 내일을여는책 / 2016년 1월 15일 / 값 23,000원>
 <시로 읽는 주역>(지은이 김재형 / 펴낸곳 내일을여는책 / 2016년 1월 15일 / 값 23,000원>
ⓒ 내일을여는책

관련사진보기

<시로 읽는 주역>(지은이 김재형, 펴낸곳 내일을여는책)에서는 아리송하고 헷갈리는 주역을 현대어로 풀어 설명하며 시까지 덧대 그 의미를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사실 주역이라는 게 너무나 고전적인 표현이라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태극에서 음양(兩儀)이 생기고, 음양에서 4상(四象)이 생기고, 4상에서 8괘(八卦)가 생기고, 8괘가 조화를 이뤄 만들어진 64괘를 풀어 설명한 것이 주역의 골자입니다.

주역을 점을 치는 도구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도 없지 않지만 주역은 자연의 순리이며 조화입니다. 수양서입니다. 봄 다음에는 여름이 오고, 가을 다음에는 겨울이 온다고 하는 것만큼이나 순리적입니다. 옷을 벗기고, 몸을 웅크리게 하는 게 하늘의 조화라는 당연한 걸 일깨워 주는 지극한 자연서입니다. 

그런데 이 주역이라는 게 만만치 않습니다. 64괘는 각각 6효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같은 물이라 해도 조건에 따라 먹을 물이 되기도 하고, 오이가 되기도 하고, 먹을 수 없는 나쁜 것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 64괘를 이루고 있는 효(爻)라는 것도 그렇습니다. 같은 효(−·󰁌)라도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뜻과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고 싶었던 사회는 이런 게 아닌데
어느새 감시사회에 살게 되었다네.
친구들과 술 한 잔하고 비틀거리며
길을 걸을 수 있었던 날들이
오히려 좋은 날이 아니었을까?
정부의 잘못에 대해 마음껏 비판할 수 있고
거리에서 시위 행진을 할 수 있었던 날들이
좋은 날이 아니었을까? -<시로 읽는 주역> 236쪽

리(離)괘에 실린 시 중일부입니다. 리괘는 (☲)괘가 상하로 겹쳐(중복)있는 괘입니다. 책에서는 시사적이고 서정적인 시들,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시들, 노동현장을 그려낸 스케치 같은 시들, 현실정치를 조롱하고 있는 풍자극 같은 시들을 곁들여 설명하고 있어 괘에 대한 윤곽이 어렵지 않습니다.

지금 세상을 괘로 나타내면 어떤 세상일까?

미처 새기지 못해 마냥 밋밋하기만 할 수도 있는 괘에 담긴 의미를 초밥에 콕 박아 넣은 냉이고추처럼 콕 집어 이끌어 내는 자극적인 시들입니다. 시 한 구절 읽고, 괘 하나 새기다보면 요즘 세상을 괘로 뽑아보면 어떤 괘에 해당할까 하는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대동태평세상이 되면
여성, 노인, 장애인, 어린이, 이주노동자와 같은
노약자와 차별받는 사람들이 존중받고
동성애, 이성애가 구별 없이 성 정체성을 인정받으며,
동물 복지가 실현된다네.
노동자의 권리가 침해받지 않고,
농민이 농사지으며 사는 게 보장되고,
작은 나라가 큰 나라로부터 위협받지 않으며
대륙과 지구 규모의 연방제가 실현된다네. - <시로 읽는 주역> 94쪽

태(泰)괘에 실린 시 중일부입니다. 태괘는 곤(坤☷, 땅) 괘가 위에 있고, 건(乾☰, 하늘)괘가 아래에 있는 괘입니다. 하늘과 땅이 조화를 이루니 태평성세를 상징합니다.

최소한의 기본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사람들이 많고,
그들이 삶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면,
자살하는 사람이 전쟁 국가의 희생자보다 많다면,
소유는 도둑질이다.
소유는 살인이다.
소유는 전쟁이다. - <시로 읽는 주역> 454쪽

이 시는 환(渙)괘에 실린 시 중 일부입니다. 환괘는 손(巽☴, 바람)괘가 위, 감(坎☵, 물)괘가 아래로 겹쳐있는 괘입니다. 책에서는 59번째 괘인 환괘를 '쌓지 말고 골고루 뿌리자'라고 단축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괘 한 번 뽑아보고 싶지만 이런 환괘가 뽑힐까봐 차마 뽑지못하겠습니다.

 우리나라를 상징하고 있는 태극기
 우리나라를 상징하고 있는 태극기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주역이 어려운 건 길흉회린(吉凶悔吝) 때문이라고 합니다. 너도 놓고 나도 좋은 길(吉)이야 아무나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흉하고, 후회되고, 부끄럽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사실 그대로 이야기 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낙엽이 떨어진 걸 보며 겨울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압니다. 아주 당연한 것 같지만 이 자연스러운 것조차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주역은 3000년이 넘게 검증된 자연의 이치를 순리적으로 풀어 설명한 수양서이자 통치학입니다.   

주역을 통해서 바라보는 세상은 누구나가 바꿀 수 있는 세상이고, 더불어 살 수 있는 세상이고,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입니다. 괘로 새기는 주역은 심오하고 시로 읊어보는 괘는 지금 여기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요지경 속 거울입니다.

덧붙이는 글 | <시로 읽는 주역>(지은이 김재형 / 펴낸곳 내일을여는책 / 2016년 1월 15일 / 값 23,000원>



시로 읽는 주역 - 누구나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김재형 지음, 내일을여는책(2016)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