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책은 먹을거리나 옷과는 다르다. 내일까지 읽지 않는다고 상해버리는 일은 없다. 이 책이 책장에서 빠지고 다른 책이 들어와야 하는 상황이 자연적으로 생기지도 않는다. 사 놓고 읽지 않은 책은 마냥 쌓아둬도 상관없다. 사 온 책은 일단 책장에 넣기만 하면 된다. 다 들어가지 않으면 억지로 밀어 넣는다. 그러다 공간이 없어지면 놓을 데도 없으면서 새 책장 사 들일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이것은 악순환을 낳는다. 없어지지 않을 텐데 계속해서 추가하는 것은 갚을 능력 없는 빚을 계속 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게 책이라고 점점 쌓여가도 멋지다고 착각하지만, 한발 물러서서 생각하면 책을 쌓아 놓기만 해 봐야 지키지 못할 약속을 거듭하는 셈이다. 그래도 독서 좀 한다는 사람은 새로운 책을 만나면 읽고 싶고 사고 싶기 마련, 어떻게 할까? - <책장의 정석>에서.

 <책장의 정석> 책표지.
 <책장의 정석> 책표지.
ⓒ 비전비엔피

관련사진보기

누구나 마음만 있으면 앉은 자리에서 몇 권이고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책을 쉽게 살 수 있다. 어제의 정보가 오늘은 케케묵은 정보가 되기도 할 정도로 정보의 순환도 빠르다.

이런지라 책의 소장가치는 많이 떨어졌다. 세월의 흐름과 상관없이 두고두고 읽을 책도 있지만, 한번 읽는 정도로 그치거나, 내용 일부를 참고하는 정도에 불과한 책들도 있다.

책의 가치가 이렇건만, 책을 좋아하다보니 다 읽은 책은 일단 책장에 꽂고 본다. 미처 읽지 못한 책이 많은데도 새로운 책은 언제나 반갑기만 하다. 더러 누군가에게 주기도 하고, 다시 읽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버리기도 하지만, 사실 쉽지 않다.

누구에게 주려다 언젠가 참고할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막상 마음이 흔들리기도 하고, 버리려다 아무래도 아까워 다시 꽂기도 한다. 이렇게 우리 집에는 먼지를 뒤집어쓴(쓸) 책들이 늘어가고 있다.

어느 정도인가. 5개의 기다란 책장에 빼곡하게 채워진 것은 이미 오래전, 그 책장 위 공간에 천장까지 쌓았고, 이미 꽂힌 책 앞에 다시 빼곡하게 꽂거나 쌓았다. 그러고도 대략 100권 정도의 책들이 노트북 주변에 손닿는 대로 제멋대로 쌓여 있다.

어떤 내용을 참고할 일이 있어 몇 번을 찾고 찾다가 결국 찾지 못하고 다시 구입한 책들도 있다. 이럴 때마다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는 아쉬움에 책 정리의 필요성을 생각하곤 했다. 그러나 그동안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책정리에 대한 어떤 기준 또는 룰이 없어서였다.

여하간 분명한 것은 책은 계속 나올 것이고(우리나라에서 1년에 나오는 책은 4만 권 정도란다), 책을 외면하지 않는 한 지금처럼 계속 쌓일 거라는 사실이다. 그러니 이제라도, 어떻게든 책을 어느 정도 정리해야한다는 것, 가지고 있는 책 일부는 어떻게든 내쳐야 한다는 것. 새로운 책을 만나려면 반드시 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급이면 지금처럼 쌓이기 전에 정리를 하면 더욱 좋다는 것이다.

여하간, 이는 나만의 이야기나 사정이 아닐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마도 책을 즐겨 읽거나 좋아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비슷한 사정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정리하는 것이 좋을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정리할까?

'나는 책장에 넣을 책과 넣지 않을 책을 명확히 구분한다. 과학, 역사, 경제 같은 논픽션은 넣는다. 소설이나 에세이, 만화 같은 픽션은 넣지 않는다. 그렇다고 소설이나 만화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과학 같은 분야는 '최신 정보가 계속 변화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보를 항상 업데이트해야 한다.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자신이 지금 어떤 오래된 책을 갖고 있는지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업데이트가 필요한 책은 책장에 꽂아둔다,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 오래된 정보만 믿고 있다가는 세상을 따라잡지 못한다. 책장에 꽂아두고 업데이트를 거듭해야 한다.

소설이나 만화 같은 픽션은 업데이트가 필요 없다. 이들 작품은 세상에 나온 시점에 완성돼 있으며 다른 작품으로 다시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책으로 바뀌는 일 없이 계속 책장에 남아 있게 된다. 몇 년이 지나도 책장에 변화가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이런 소설이나 만화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처분할 타이밍을 놓쳐서 계속 쌓이다가 책장에 더는 공간이 없어지고 결국에는 모아서 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 <책장의 정석>에서.

<책장의 정석>(비전코리아 펴냄)의 저자 '나루케 마코토'는 일본에서 인지도 높은 논픽션 서평 사이트를 운영하는 한편, 서평을 쓰는 사람이라고 한다. 서평을 쓰는 현재 1년에 읽는 책은 대략 200여 권. 그런데 서평을 쓰지 않은 예전에도 1년에 100여 권씩은 꼭 읽었단다. 오랫동안 많은 책들을 읽고 살아왔으니 책이 쌓이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저자는 나처럼 누군가에게 주거나 버리려다 언젠가는 읽을 것 같고 참고할 것 같아 다시 끌어안았던 지난날의 소회를 시작으로, 반드시 책을 정리해야 하는 이유와 단순한 소장이 아닌 나를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자료 가치로서의 책 정리와 그 필요성에 대해, 그리고 책장 공간 활용 등, 효율적이며 다양한 책 정리 방법들을 조목조목 들려준다.

저자는 말한다. "책 정리에도 룰이 있다. 책장을 편집하면 인생도 편집할 수 있다"고. 대체 어떤 룰이 있다는 것이며, 어떤 책장이 인생 편집을 가능케 한다는 것일까? 찾기 쉽게 꽂거나, 내게 필요치 않은 책들은 내보내고 쌓이는 먼지를 닦는 정도로만 생각해온  책 정리를 주제로 책 한 권을 쓴 저자의 조언들은 신선하고 솔깃하게 와 닿는다.

사실 책 제목처럼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정석'이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나처럼 어떤 분야의 책인가? 그 구분조차 없이 저자와 한번 읽으며 판단한 것들을 기준삼아 두고두고 읽을 책과, 버려도 좋을 책으로 구분해 무작정 쌓고 있다면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들을 참고해 자신만의 책 정리 기준을 세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니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이미 자신만의 책 정리 방법을 터득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읽을 필요성을 그리 느끼지 못할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책 정리 방법, 그에 관한 참고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한번쯤 꼭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책 정리를 하려면 책에 대한 자신만의 어떤 기준과 안목과 이를 바탕으로 한 가치판단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짧은 시간에 생기지 못할 것이다. 저자는 우리보다 책을 훨씬 많이 읽으며, 그렇게 읽은 책들을 사회 활동에 많이 활용한다는 일본의 비즈니스계에서 유명한 독서가이다. 그리고 <산케이신문>이나 <주간아사히> 등에 서평을 연재하는 인지도 높은 저널리스트다.

이 책은 일본 독자들을 우선하여 썼을 것, 책 관련 저자만의 책 이야기와 나를 성장시키는  자산으로써의 책장 정리, 삶(사회활동)과 연관된 책 읽기 등, 특별한 노하우들'을 다분히 풀어놓고 있다. 가뜩이나 우리보다 책을 많이 읽는다는 일본의 독자들이 저자의 이와 같은 어드바이스로 더 많은 책들을 읽고 성장할 수 있음이 무척 부럽다고 할까. 아깝다고 할까.

대형서점에 도착하면 가장 안쪽으로 간다. 이곳은 어느 서점에나 전문서적이 자리한다. 나와 관계없는 분야라 생각하지 말고 멈춰서 읽어본다. 어떤 종류든지 평대에는 역시 잘 팔리는 책이 진열돼 있다. 의학코너라면 그곳을 둘러보기만 해도 의학의 경향을 알 수 있다.

또 그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명저도 반드시 놓여 있으니 그런 책을 찾아 읽어보는 것도 좋다. (…)그리고 꼭 들를 곳은 아동서 서가다. 어려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으면 이 서가에 가 보기를 권한다. 아동서 서가는 입문용으로 적합한 책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 서점에서 가장 눈에 띄는 평대에는 베스트셀러가 진열돼 있을 것이다. 그것을 대충 살펴본다. 지금 어떤 책이 인기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베스트셀러를 보면 현재 우리 사회의 유행이 보인다. 다만 인기 있는 책의 경향만 파악하면 충분하므로 거기에서 책을 살 필요는 없다. - <책장의 정석>에서.

이제 막 책읽기의 재미를 붙인 사람들에게는 특히 더 권하고 싶은 그런 책이다. 이처럼 어려운 분야에 도전하는 책읽기 방법이나, 책값 비싸다고 후회하지 않을 책 선택 방법, 대형서점 십분 활용하기 등, 어찌 보면 사소하기도 하나 누구나 쉽게 알려주지 않는 실속 있는 정보들 또한 많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책장의 정석> | 나루케 마코토 (지은이), 최미혜 (옮긴이)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5년 12월 |14,900원



책장의 정석 - 어느 지식인의 책장 정리론

나루케 마코토 지음, 최미혜 옮김,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2015)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