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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죽기 전에 우리 중필이가 얼마나 고통스러웠겠습니까. 이 생각 하면 내 가슴이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집니다. 열입곱 놈들이 어떻게 술 먹고 사람을 재미로 죽일 생각을…."

14일 오후 5시30분.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증인석에 앉은 이복수(74)씨의 손이 떨렸다. 죽은 아들의 얼굴이 생각나는 듯 이씨는 약 10초간 말을 잇지 못했다.

법정 경위가 건넨 물 한잔을 마시고 목을 가다듬은 그는 "죄를 뉘우치긴커녕 19년 전처럼 두 놈이 서로 떠넘기고 있다"며 마지막까지 재판장에게 당부했다. "아무쪼록 범인을 밝히셔서 엄한 벌을 주십시오."

'이태원 살인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심규홍 부장판사)는 결심을 하루 앞둔 이날 피해자 조중필(당시 22세)씨의 어머니에게 마지막 진술기회를 줬다. 이씨의 발언은 진범으로 기소된 아더 존 패터슨(37)의 양형에 참작된다.

검정 코트 차림의 이씨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7시간 동안 법정에 앉아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그는 "피고인 앞에서 진술하는 것이 괜찮겠느냐"는 재판장 질문에 "자식을 위해선 뭐든 해야한다"고 답했다. 그리고 지난 19년 간 아무 죄 없는 가족이 겪어야 했던 고통을 토로했다.

유족 변호인 하주희 변호사도 진술 기회를 얻고 "어머니는 사건 이후 지금까지 진실에도 접근하지 못하고 피해자임에도 노심초사하며 지냈다"고 말했다. 하 변호사는 "피고인의 죄가 인정될 경우 인명을 경시하고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고려해 엄히 처벌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1997년 4월 3일 오후 9시50분 당시 17세였던 패터슨과 에드워드 리는 조중필씨가 살해된 이태원 햄버거집 화장실 사건 현장에 함께 있었다. 살인범으로 단독 기소됐던 리는 1998년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수사 끝에 2011년 12월 진범으로 기소된 패터슨은 지난해 9월에야 송환돼 10월부터 다시 재판을 받기 시작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태그:#이태원 살인사건, #조중필, #이복수, #심규홍, #존 패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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