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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중인 무세중
 공연 중인 무세중
ⓒ 주영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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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미술, 무용처럼 인간의 감성과 연관된 일련의 작업을 예술이라고 부릅니다. 작품은 저마다 고유의 의미와 의지를 갖고 있어서 우리는 예술을 통해 다양한 감상을 체험하게 됩니다. 그래서 예술은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추앙받으며 예술가들도 그에 따른 존경과 사랑을 받습니다.

네? 아니라고요? 그렇지 않은 예술과 예술가들도 많다고요? 뭐... 그건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어쨌든, 저는 여러분께 우리나라 예술계에 몇 되지 않는 진정한 예술가 중 한 분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아마 이 분의 이름을 처음 듣는 분이 많으실 겁니다. 왜냐하면 이 분의 예술세계는 우리가 있는 곳과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웃기지도 않고, 재미난 사랑이야기도 없고, 예쁜 의상도 없습니다. 무대 위에 있는 거라곤 배우와 배우의 혼뿐입니다. 쉽게 말로 하면 편할 것을 항상 이상한 행동으로 메시지를 전합니다. 관객으로서는 곤혹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1981.Anschlag bei nacht
▲ 무세중 1981.Anschlag bei nacht
ⓒ 무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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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반적인 예술작품의 선두에는 언제나 이런 예술세계가 있었습니다. 전위예술이라 불리우는 이 세계는 고독한 싸움터입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지원해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혼자서 싸우며 탐험을 계속 합니다.

새로운 땅을 개척해서 예술의 경계를 넓혀갑니다. 개척한 땅의 소유권은 없냐고요? 당연히 없습니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땅을 개척하는 것이 아니라 진리를 찾는 일입니다. 그걸 위해서 개척을 해 나갑니다. 어느 곳에 진리가 묻혀 있는지 끊임없이 찾고 탐험합니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예술 작품들은 전위예술의 수혜자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주개발 연구를 통해 인터넷, 핸드폰, 팩스 등의 기술이 상용화된 것처럼, 전위예술가의 독창적인 실험과 도전은 많은 후속 작품에 영감을 주고 아이디어를 제공합니다.

송강과 강아
▲ 무세중 송강과 강아
ⓒ 무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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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자면, 요즘 무대 위에서 자주 보이는 영상과 설치미술은 한때 파격적인 전위예술이었습니다. 고 백남준씨를 기억하시나요? 해외에서 비디오아트로 많은 업적을 쌓았습니다. 당시 그와 같은 설치미술은 미술이라고 하지도 않았지만, 그로 인해 미술의 경계가 넓혀진 지금 우리는 더욱 많은 종류의 설치미술을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비디오를 통한 시각적 효과는 장르를 넘나들며 사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건 고 백남준씨 혼자만의 공은 아닙니다. 많은 예술가들이 꾸준히 지평을 넓혀 온 결과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땅에 살아있는 대한민국 1세대 전위예술가 무세중씨가 있습니다. 그의 주활동 무대는 우리나라였고, 표현 방법도 우리 것, 말하고자 하는 것도 우리 것이었습니다. 이상한 일이지만, 우리는 스스로의 것에 자부심을 갖는 일이 익숙치 않은가 봅니다.

전통이나 민속 혹은 민족적인 것들은 구태의연한 것으로 치부하고 아무런 가치를 인정하지 않던 시절에, 무세중은 진귀하고 소중한 무형의 유산을 모아 세상에 알리고 보존하는 일에 착수합니다. 훗날 전위예술의 선두주자로 불리우는 그의 전위적 기질은 이때 이미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2005 불멸의 즈엄집
▲ 무세중 2005 불멸의 즈엄집
ⓒ 장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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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팔순의 나이에 교외 하우스에 기거하며 평생을 예술투사로 살아온 그에게, 일반 대중이 보내는 응원과 격려의 박수입니다. 60년 세월을 몸으로 익혀온 우리 혼의 그림자가 곧 무대 위에 선보입니다(<얼빛아리랑>, 1월 21~31일, 대학로예술극장3관).

아마 일반 대중인 우리로서는 별 재미없는 공연일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긴 세월 타협없는 고독한 투쟁과 업적에 대해 응원과 박수를 보내며 그가 혼자가 아님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노구를 이끌고 전장으로 들어가는 그에게 멀리서나마 그의 등을 바라보는 응원자들이 있음을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백범 김구 선생님의 '문화강국'의 꿈이 이어지도록 여러분의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태그:#무세중, #얼빛아리랑, #전위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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