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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새해를 맞아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하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지난 1일 새해를 맞아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하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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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6일, 4번째 핵실험을 감행했다.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이는 '시험용 수소탄'이며 '자위적 조치'라고 한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도 않지만 어떤 이유이건 핵실험은 잘못된 행동이며 비난받아 마땅하다. 당연한 이야기를 반복할 필요는 없다.

북한이 무엇을 터트렸든 간에 한국 정부는 이를 사전에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등골이 오싹해진다. 국방부 말대로 북한이 '은밀하게 준비해서' 몰랐다고 치자. 그렇다고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갈피를 못 잡고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시작점은 북한의 이번 핵실험에 대해 '바로보기'이다.

'지진파'로 북핵 위력을 평가하긴 힘들다

국방부는 이번 북한 4차 핵실험에 대해 '실패'로 평가했다. 북한의 군사력·군사비·병력에 대해서는 그리도 후하게 평가하던 국방부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핵실험 결과만큼은 지난 3차 때부터 평가가 인색하다.

지진 강도만으로 핵실험 결과를 단정하는 것은 무리이다. 폭발력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조차도 한계가 있다. 핵실험 장소의 지질과 실험갱도의 형태에 따라 같은 실험을 반복한다고 해도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지진파만으로 북한의 핵 개발 수준을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핵실험을 하는 목적이 단순히 폭발력을 알아보기 위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술적인 문제를 확인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그저 '지난 3차 실험 때는 진도가 4.9였고 이번에는 4.8이 나왔으니 오히려 위력이 줄었다'는 식으로 봐서는 안 된다.

북한이 넉넉하지 않은 핵물질인 플루토늄(Pu)이나 고농축 우라늄(HEU)을 써가며 지난번 성공한 3차 실험과 동일한 조건에서 다시 실험했을 리는 없다. 지난번보다 적은 양의 핵물질을 사용하고도 비슷한 진도가 나왔다면 오히려 진보된 것이다.

북한이 말한 시험용 수소탄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는 없으나, 적어도 이번에는 핵무기의 소형화, 경량화와 함께 발전된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을 했을 것이란 점이다. 지진파에 북한 핵실험 결과가 고스란히 담겨 있지는 않다.

북한 핵실험, 대외관계 악화 돌파구?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지난 7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북한 핵실험 관련 현안보고를 마친 후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한민국 장관, 북한 핵실험 관련 현안보고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지난 7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북한 핵실험 관련 현안보고를 마친 후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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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것은 그럼 '왜 북한의 김정은이 이 시점에 핵실험을 했을까' 하는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 의도를 알아야 대응과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벌써 우리 사회에서 이번 일을 냉정하게 바라보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반응을 보면, 북한과 김정은을 '미친놈' 또는 '바보'로 만들기에 급급하다. 모란봉악단의 중국 공연 취소도 '홧김에 그랬다'거나 '핵실험을 반대해서 김양건을 군부가 죽였다'는 식의 용감한 북맹(北盲)들의 무책임한 수다가 언론을 통해 여과 없이 노출되고 있다. 이래서는 제대로 된 대응이나 해결책이 나올 수가 없다.

핵실험은 단순하게 한두 가지 요인과 의도만으로 결정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대내외적으로 다양한 요인과 의도가 작용한다는 점에서 매번 핵실험 결정도 동일하게 이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외부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할 수도 있고 내부적인 요인이 중요할 수도 있다. 지난 세 차례의 핵실험과 비교해 이번 4차 핵실험 역시 대내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과연 무엇이 핵심요인이고 의도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

북한이 기습적으로 핵실험을 감행한 이유가 '대외관계가 악화되는 가운데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지난 2015년 12월 들어 미국이 평화협정 제의를 무시하고 추가 제재를 가해오는 상황에서 '벼랑 끝 전술' 차원에서 핵실험을 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12일까지로 예정됐던 남북 차관급 회담이 결렬되고 같은 날 모란봉악단도 베이징 공연 직전에 철수하는 등 주변국과 관계가 악화된 바 있다.

이는 절묘하게 김정은의 2015년 12월 10일 첫 수소폭탄 보유 발언, 12월 15일 수소탄 실험 지시, 1월 3일 최종적으로 실험을 결정했다는 북한의 발표 등과 겹친다. 그러면서 마치 핵실험의 모든 과정이 20여 일이라는 단시간에 이루어진 것처럼 착각하게 한다. 핵실험이 20일 만에 이루어질 수 있다는 건가?

사전 준비를 해오면서 적절한 시기를 찾던 중 2015년 12월 전개된 일련의 대외 정세가 핵실험을 최종 결정하는 계기가 됐을 수는 있지만, 이를 핵심적 이유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번 핵실험이 미국 오바마 행정부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것이란 분석 역시 대외적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다는 분석과 같은 맥락이다. 북한이 이미 오랜 경험을 통해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2016년)에는 그다지 할 것도 얻을 것도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핵실험이 오바마 정부를 상대로 한 것이라는 주장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해서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 나와 주면 좋은 것이고,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북한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다. 오히려 협상이 없는 동안 미국의 다음 정부와 일전을 위해 몸값을 올리고 협상 카드를 준비하려는 것으로 보는 쪽이 오히려 설득력 있다.

북한, 미국, 그리고 중국의 관계

핵실험 직후 북한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핵실험은 결국 미국의 위협에 대한 정당한 자위력 행사'라고 한다. 발표 내용의 대부분을 미국 이야기로 채우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핵실험의 의도가 미국에 대한 것이라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핵실험을 결정하는 데 있어 미국이란 대외적인 요인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이번에도 대단히 중요한 요인이었음은 틀림없다.

드러난 내용만으로 북한의 속내를 너무 쉽게 평가하는 것은, 지금까지 북한의 행보를 보더라도 위험하다. 더구나 북한의 방송을 한국이나 미국도 보겠지만 결국 주요 시청자는 북한 주민들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발표는 미국을 향하는 화살이기에 앞서 인민들에게 보내는 목소리이다. 오히려 핵이 있어 미국에도 이리 당당히 떠들 수 있으니 인민들은 걱정하지 말고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에 매진하자'는 호소처럼 들리는 것은 이상한 것인가?

그런 점에서 이번 핵실험은 당 대회를 앞둔 북한의 대내적인 의도 분석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내적으로 보면 당 대회는 경제성과만을 가지고 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북한은 최근 '속도전'까지 내세우며 당 대회 이전 경제적인 성과를 끌어올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단기간에 경제적인 성과를 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에 당 대회 이전에 안보문제만이라도 해결하고 가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이 아닌가 예상해본다. 그래야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대로 당대회를 통해 휘황한 설계도를 제시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경제-핵 무력 병진노선'은 유지하겠지만 이제는 '핵 무력 완성, 경제 올인 노선'으로 가려는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물론 핵실험으로 대북 제재가 강화되고 국제사회에서 고립이 심화하면 북한 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나 제재의 영향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많다. 어떠한 선택이든 득실 양면이 있기 마련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핵실험으로 분명 잃을 것이 있다는 점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 북한에 중요한 것은 흥하느냐 마느냐 하는 발전의 문제가 아닌 망하느냐 마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핵실험의 핵심은 중국이다. 정말 북한이 중국에 핵실험 사실을 알리지 않았는지와 함께 앞으로 중국이 어떻게 행동할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언급한 대로 2016년에 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있다.

이런 상황이 북한에는 외부적으로 간섭받지 않고 내부 안정에 치중하면서 '몸값'을 올릴 수 있는 기회이다. 이는 중국에도 미국과의 관계에서 좋은 기회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이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영향력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레버리지'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3차례의 핵실험 이후 매번 많은 사람이 '북중관계는 이번만큼은 끝났다'고들 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국제사회에 대국으로 올라선 중국이 유엔이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북한 핵실험을 규탄하고 제재 결의에 찬성한다고 해서 중국의 속내까지 변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것이 바로 북한에 대한 중국의 딜레마이면서 우리가 안고 있는 중국 딜레마이기도 하다.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향하게 만들어야

조태용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지난 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 강행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려고 건물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조태용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지난 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 강행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려고 건물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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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실험을 중국이 사전에 몰랐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왜 모를 수밖에 없었는가 하는 것이다. 북한이 은밀히 했다는 점에서 기술적인 한계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북한을 보는 시각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북한을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았고 특히 안이하게 방심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 류윈산의 방북으로 '북중관계가 좋아지는 상황에서, 또한 당 대회를 선포한 상황에서 경제적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북한이 핵실험이라는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국이 예측한 바 있다. 이것이 우리의 희망사항대로만 북한의 행보를 예측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아무리 감시장비가 좋아도 이런 자세와 시각으로는 다음에도 북 핵실험을 사전에 감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후 북한은 핵실험을 하고도 미국과 한국정부에 '영혼 없는 회담 제의'를 해서 국면을 희석하고 책임을 떠넘기려 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협상테이블에 쉽게 나서지 않을 것이란 점을 알기 때문이다. 사실 북한도 실제 협상준비를 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따라서 북한이 당 대회 준비에 정신없는 시점이 미국이나 한국에는 오히려 북한을 상대로 협상을 제의할 적기일 수도 있다.

북한의 핵실험은 잘못된 행동이며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번 핵실험을 북한의 잘못된 선택이라고 우리 스스로 단정짓고 끝내려는 태도는 김정은을 '비이성적인 정신병자'로 취급한 채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의 핵실험이 잘못된 선택이었음을 북한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북한이 경제 발전-비핵화 노선만이 진정으로 살 수 있는 길임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동엽은 군 출신 북한 전문가이다. 18년간 해군 장교로 복무했고 2010년 중령으로 예편했다. 현재는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미시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태그:#4차 핵실험, #북핵,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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