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충남도교육청(교육감 김지철)이 금품 수수 혐의로 A교장에게 정직 2개월을 처분했다. A교장은 정직 기간이 끝나는 오는 3월부터 학교 현장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해당 학교 일부 교사들은 A교장의 학교 복귀를 반대하고 있다.

충남 공주에 있는 공립 중학교 기간제 교사인 B교사. 그는 지난해 7월 같은 학교 A교장을 뇌물 수수 등 혐의로 충남도경찰청에 고발했다. 학교 내에서 비정규직인 약자인 기간제 교사들에게 직간접으로 금품 상납을 강요하고, 학생에게 지급해야 할 체육용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게 요지다. B교사는 "6개월마다 계약서를 써야 하는 동료 기간제 교사들을 대신해 어긋난 현실을 바로잡고 싶었다"고 말했다.

B교사는 A교장을 고발한 후 한 달 만인 지난해 8월 학교를 떠났다. A교장이 B교사에 대해 기간제 연장 계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3월 이 학교에서 영어과 기간제 교사를 시작한 이후 6년 6개월, 기간제 교사를 처음 시작한 지 12년 만에 교직을 떠났다. B교사는 "A교장을 고발한 일이 계약연장을 하지 않은 주된 이유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교장은 "앞서 B교사가 다른 여교사와 의견충돌로 갈등이 있었는데 이 일을 교육부 등에 진정을 제기해 일이 커졌다"며 "이 일로 B교사가 스스로 그만두겠다고 해 계약연장을 안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경찰 수사와는 별개로 충남도교육청 감사실이 A교장의 혐의를 조사했다. 지난해 9월 도 교육청 감사실은 금품 수수와 관련해 '일부 혐의가 인정된다'며 중징계를 요구했다. 도교육청은 같은 달 17일, A교장의 직위를 해제했다. 이어 도 교육청 징계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8일 자로 A교장에게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렸다.

B교사는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솜방망이 징계로 A교장을 학교 현장으로 불러들인 섣부르고 어이없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A교장은 "해당 기간제 교사들을 재임용하지 않은 데 대해 원한이나 앙심을 품고 사실을 왜곡해 나를 음해하고 있다"며 "이 일로 스트레스를 받아 건강이 말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건강 문제로 병원을 오가며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B교사를 비롯해 관련 교사들이 제기한 A교장의 혐의와 이에 대한 A교장의 해명을 좀 더 들어 보았다.

[의혹 1] "기간제 교사에게 금품상납 강요" vs. "강요한 적 없다"

이 학교 기간제 교사들은 A교장의 강요로 현금 또는 선물을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학교 기간제 교사들은 A교장의 강요로 현금 또는 선물을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pixabay

관련사진보기


이 학교 기간제 교사들은 A교장의 강요로 현금 또는 선물을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간제 체육교사였던 C교사는 2014년 2월, 30만 원 상당의 인삼선물세트를 A교장에게 전달했다. C교사는 "교장이 기간제 계약연장을 앞두고 '누구는 한 달 치 월급을 줄 테니 기간제로 채용해 달라고 한다'는 말로 스트레스를 줬다"고 밝혔다. 이어 "교감과 상급 교사도 '교장한테 성의 표시를 해야 한다'고 해 며칠 뒤 인삼선물세트를 선물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같은 학교 기간제 국어교사였던 D교사는 A교장에게 2014년 4월, 현금 30만 원을 전달했다. D교사는 같은 해 3월 이 학교에 기간제 교사로 채용됐다. D교사는 "교장이 호출해 갔더니 '다른 교사도 기간제 교사 채용을 원했는데 너를 채용했다, 이번에 4개 학교 배구시합이 있는데 여기에 돈 좀 내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 무렵 7차례에 걸쳐 같은 취지로 금품을 요구해 돈을 갖다 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C교사는 지난해 2월까지 4년 동안 이 학교에서 기간제 체육교사로 근무했다. 지금은 충남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기간제 체육교사로 근무 중이다. D교사는 지난해 2월을 끝으로 계약이 해지됐다.

A교장은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선물이나 금품을 강요하느냐"며 "채용 대가로 금품을 강요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금 30만 원도 D교사가 직원 친목을 위해 익명으로 내고 싶다고 해, 받아서 직원 친목회에 입금했다"고 말했다.

[의혹2] "심판 비용, 육상부 격려금도 상납 요구" vs. "스스로 가져온 것"

이 학교 교사 3명은 2014년 11월, A교장에게 각각 10만 원씩 모두 30만 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한다. 앞의 기간제 체육교사 C교사는 "저를 포함 3명의 교사가 축구대회에서 각각 심판을 맡아 심판 수고비로 각각 30만 원씩 받았다"며 "이것을 안 A교장이 '관리자 수당' 명목으로 30만 원을 요구해 10만 원씩 걷어 30만 원을 모아 갖다 드렸다"고 밝혔다.

2014년 12월 공주교육지원청은 기간제 체육교사 C교사에게 '육상부 격려금'으로 30만 원을 입금했다. 그런데 지난해 1월, A교장이 교장실로 불러 '방학 동안 육상부를 격려 방문할 때 쓰겠다'며 '입금된 육상부 격려금을 현금으로 가져오라'고 해 전달했다는 것이 C교사의 주장이다. 이후 A교장은 운동부 격려품으로 사과 4박스를 사서 전달했지만, 이때는 별도의 학교 예산을 사용했다고 한다.

C교사에 따르면, 당시 공주교육지원청이 이례적으로 '교장의 출장내역을 보고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C교사는 "때문인지 A교장은 1주일 만에 20만 원을 되돌려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교장은 "우리 학교에서 여러 시합을 하다 보니 학교장이 안전관리 등 신경 쓸 일이 많다"며 "체육과 교사들이 이게 미안했던지 스스로 걷어서 가져온 것으로, 강요한 사실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의혹3] "학생 체육용품 구입비 사적 사용" vs. "학교 내에서만 사용"

교사들에 따르면, A교장은 2014년 12월, 체육교사에게 '씨름부 여가활동을 위한 물품구입' 명목으로 50만 원 상당의 셔틀콕(배드민턴 공, 25타 1박스)을 구매해 교장실로 가져오게 했다. A교장이 2013년 1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1년 6개월 동안 셔틀콕과 배드민턴 라켓(개당 20여 만 원 상당의 선수용) 구입비로 결제한 금액은 모두 735만 원에 이른다.

해당 교사들은 A교장이 물품을 구매하지 않고 대금만 받았거나, 샀더라도 임의로 이를 가져갔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학교 물품실에서 선수용 라켓이나 셔틀콕을 본 적이 없고 학생들도 학교로부터 해당 물품을 받은 바 없다고 말하고 있다는 것. A교장은 또 운동부 물품구입비에서 선수용 운동화와 바람막이 옷, 벨트형 마사지기계 등을 사도록 한 후 사적으로 사용한 의혹도 받고 있다.

A교장은 "배드민턴 셔틀콕은 동우회 등 학교 안에서 학생, 교사, 학부모 및 지역민들과 함께 사용했다"며 "체육관에 두면 사용하기 불편해 교장실에 두고 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라켓도 교사들이 스스로 구매해, 쳐보라고 가져왔다"며 "학교 밖으로 가지고 나간 적이 없다"고 답했다. 또 운동복 등에 대해서도 "학생들을 격려하러 갈 때 사용했고 지금도 교장실에 보관하고 있다"며 "횡령이라니 말도 안 된다"고 해명했다.

[의혹4] "청소일용직 시켜 텃밭관리" vs. "교사들과 나눴다"

B교사 등에 따르면 A교장은 학교 내 청소일용직에게 학교 텃밭에 채소를 재배하도록 했다. 이후 다시 청소일용직에게 채소를 수확, 손질하게 한 후 대부분 자신의 집으로 가져갔다. 특히 A교장은 병원에 입원해서도 직원에게 연락해 일일이 수확을 지시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교사들에 따르면, A교장은 또 지난해 12월 자신의 모친상 당시, 무기계약직원에게 부음을 알릴 대상자 1000여 명의 명단 정리와 문자메시지 발송을 지시했다. 또 부의금 계좌번호가 적힌 안내 문구를 교직원 책상 위에 붙여 놓도록 행정실에 지시하기도 했다. 그는 직위해제 중인 지난해 12월 부친상 때에도 같은 방식으로 교직원 메신저를 통해 계좌번호를 보내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A교장은 "학교 체육관 텃밭에 돼지감자와 채소를 조금 심어 교사들과 나눠먹었다"고 답했다. 직위해제 기간 중 교직원에게 부음을 지시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지시한 게 아니고)지인들이 학교로 전화로 문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중인데 '정직 2개월'?

또 다른 논란은 도 교육청이 직위 해제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정직 2개월'을 결정한 배경이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너무 오랜 기간 교감 직무대행 체제로 교장 없이 학교가 운영돼 학교 운영 안정화 차원에서 인사 조처가 불가피했다"며 "해당 학교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3월 개학에 맞춰 A교장을 학교에 복귀시키려는 취지를 밝힌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징계위원회에서는 감사 자료를 근거로, 기간제 교사들이 찬조금을 낸 것이고 A교장의 강요와 요구는 없었던 것으로 판단했다"며 "배드민턴 셔틀콕 등 구매물품도 학교 내에서 사용한 점이 고려됐다"고 해명했다.

이 밖에도 A교장이 30년 이상 근무한 경력과 여러 차례 상을 받은 이력도 참작됐다. 해당 학교는 A교장이 교사들을 상대로 청렴 특강을 하고 학부모에게 청렴 의지를 담은 가정통신문을 발송해 도교육청으로부터 청렴 우수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만약 이후 금고 이상의 형이 나오면 관련 규정에 따라 징계수위를 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B교사는 "도 교육청이 해당 교장과 일부 체육교사만 만나 조사한 후 돌아갔다"며 "문제를 제기한 저를 비롯해 관련된 기간제 교사들의 얘기를 들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A교장을 일벌백계하고 학교로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거듭 "도 교육청이 허술한 조사를 근거로 징계를 내린 데다 A교장의 학교 복귀로 인한 현장 교사들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C교사도 "A교장은 학생들에게 돌아갈 예산을 용돈 쓰듯 빼내 썼다"며 "학교로 복귀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A교장은 "처분에 따를 수밖에 없지만 '정직 2개월'은 과중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앞서 한 얘기는 몸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답해 충분히 설명을 못하거나 다소 다른 점이 있다"며 "몸이 좀 좋아지면 이달 말 경까지 사안에 대해 자세히 정리해 줄 테니 그때까지 보도하지 말고 기다려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태그:#충남도교육청, #공주, #중학교, #교장, #금품수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