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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병주 저, 정기숙 역 <사개송도치부법>의 표지
 현병주 저, 정기숙 역 <사개송도치부법>의 표지
ⓒ 경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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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거래와 무역이 활발해지면 각 경제 주체는 보다 정교하고 합리적인 회계시스템을 필요로 하게 된다. 그런데 상거래는 필연적으로 쌍방이 존재하는 인간 행위이고, 쌍방이 주고 받는다는 점에서 이중적 성격을 띠게 마련이다. 이 이중적 성격을 회계 시스템에 반영한 것이 바로 복식부기이다.

복식부기는 중세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하는 지중해 연안 국가에서부터 발전되었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통설이자 유력한 학설이었다. 그런데 유럽의 정반대편인 아시아, 그 중에서도 한국에도 복식부기 시스템이 있었다는 것이 20세기 초 세계에 알려졌다.

그 시초는 1917년 타무라 류수이(田村流水)의 <동경경제잡지>와 수토 분기찌(須藤生文吉)의 고베고등상업학교 <학우회보> 기고문, 1918년 오스트레일리아 회계사 기관지 <The Federal Accountant>의 편집 후기이다.

그러한 발표가 나타나게 된 계기는 <실용 자수 사개송도치부법(아래, 사개송도치부법)>의 출간이었다. 현병주의 이 책은 동양권에서 최초로, 그리고 유일하게 자기 나라 고유의 부기를 해설서 또는 교재 형태로 출판된 책자였다. 이 책은 1916년 12월 15일에 초간본, 1928년 10월 15일에 2간본, 1928년 10월 20일에 3간본이 발간되었다. 정기숙 역자의 번역본은 이 중 3간본을 텍스트로 했다.

원저자 현병주는 1916년 출간된 <사개송도치부법>의 '서(序)'를 통해 "동방에는 학술적인 부기가 없는 것으로 여겼으나 전수되어 온 실제 예가 있다"고 지적한 뒤 "조선 송도에는 일찍부터 일종의 상업부기가 있었다. 그러나 이것 역시 학술적으로 아직 전수되지 않고 있고, 널리 사용되지 않아 식자들이 심히 한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책을 저술한 취지를 밝혔다.

1916년 출간 <사개송도치부법>, 왜 번역이 필요했나

그런데 현병주가 책의 '서(序)'를 통해 밝힌 "조선 송도에 일찍 일종의 상업부기가 있었다. 그러나 이것 역시 학술적으로 아직 전수되지 않고 있고, 널리 사용되지 않아 식자들이 심히 한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라는 저술 취지의 원문은 "朝鮮松都에曾有一種商業簿記이나此亦未嘗以學術傳授하야用度不博애深爲識者之所恨이러니"이다.

이 부분의 원문을 지금 인용, 소개하는 것은 <사개송도치부법>이 현대인이 해독하기에 매우 부적절하다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우리 조상들이 합리적인 사고를 가지고 경제활동을 해왔다는 사실을 연구해 온" 계명대 정기숙 명예교수는 "한국 고유부기를 창조한 문화적 DNA가 우리들의 뇌리에 잠재되어 왔다. 이러한 문화적 DNA를 승계 발전시켜 오늘날의 환경에 적합한 회계문화를 창조하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라면서 2015년 12월 29일 <사개송도치부법> 번역본을 출간했다.

현병주 저 <사개송도치부법>의 본문 체제와 모양
 현병주 저 <사개송도치부법>의 본문 체제와 모양
ⓒ 현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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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숙 역자의 이번 출간본은 제 1편 '사개송도치부법의 원문, 주석, 번역', 제 2편 '사개송도치부법의 서양부기 체제로 전환', 제 3편 '현병주의 사상과 생애'로 구성되어 있다. 1편은 현병주의 원저를 차례대로 원문, 정기숙 역자의 주석, 번역 순서로 소개했다. 물론 번역 부분은 원문의 해석상의 오류, 계산상의 오류 및 오기를 역자가 수정한 내용까지 포함한다.

2편은 현병주의 사개송도치부법에 의한 기장을 서양부기 체제로 전환하여 분개장, 총계정원장, 합계잔액시산표,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를 작성해 본 내용이다. 3편은 원저자의 생애와 사상에 대한 역자의 해설이다. 책의 후반에는 원문 전체도 수록되어 있다.

역자는 "한국 고유부기와 서양부기는 모두 거래의 이중성과 대차평균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면서 "18세기 후반 이래 서양 문물이 내습하여 동양의 모든 문물이 서양의 영향을 받게 되었고, 개성부기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었다. 그 결과 1940년대를 지나면서 개성부기는 실무에서 점차 사라졌다. 하지만 개성부기를 창조한 합리적 정신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며 서양부기에 내재되어 서양부기를 더욱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현병주 저, 정기숙 역, <사개송도치부법>(2015, 경문사), 원문과 번역문 동시 수록, 289쪽, 1만8천 원.



사개송도치부법

현병주 지음, 정기숙 역주, 경문사(2015)


태그:#현병주, #송도치부법, #정기숙, #경문사, #복식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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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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