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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형 혁신학교 이름은 '행복나눔학교'입니다. 올해부터 행복나눔학교로 선정된 21개 학교에서 4년간 교실 혁신이 꾸준히 추진됩니다. 행복나눔학교가 공교육의 모델이 될 수 있을까요? 가고 싶은 학교, 행복한 교실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오마이뉴스>가 <충남도교육청>과 공동으로 행복나눔학교를 돌며 시행 1년을 들여다보았습니다. [편집자말]
홍동중학교
 홍동중학교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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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중학교(충남 홍성군 홍동면) 학부모들은 "다른 엄마들이 몰랐으면, 할 만큼 학교가 좋다"고 했다(관련 기사 : 너무 좋아서, 딴 엄마들은 이 학교 몰랐으면). 어떤 학교이기에 입을 모아 자랑하기 바쁜 것일까?

박용주 교장은 홍동중을 '온 마을 학교'라고 소개했다. "학교는 마을과 한몸"이라고 말한다. 홍동은 '귀농 귀촌 1번지'로 꼽히고 있다. 한국 최초로 벼농사에 오리농법을 도입한 곳이다. 유기농업 선진지다. 연간 2만여 명이 이곳을 배우기 위해 찾아온다.

홍동중이 설립되기 이전에는 대안학교인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아래 풀무학교)가 고등학교뿐 아니라 중학교의 역할을 대신했다.

"씀바귀 연구할 거예요" "막걸리 전문가 될 거예요"

홍동중 학생들의 손모내기 모습. 자연과 더불어 사는 생태적 삶을 실천하고 있다.
 홍동중 학생들의 손모내기 모습. 자연과 더불어 사는 생태적 삶을 실천하고 있다.
ⓒ 홍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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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설립된 풀무학교는 현재 고등부와 전공부를 운영하고 있다. 졸업생들의 일부는 홍동에 정착해 마을을 키우는 지역 주민으로 성장했다. 홍동중 또한 자연스럽게 지역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마을학교 역할을 하고 있다. 마을에서 배워서 마을에 정착해 삶을 개척하는 게 당연시되고 있다.

박 교장은 "마을이 아이들을 키웠다"고 말한다.

"마을 주민들이 나서 아이들 한 명 한 명 성장 과정에 따라 돕고 보살펴요. 학생들이 마을의 소중함을 자연스럽게 느껴요. 마을 지도자, 의사로 성장해 마을에 일하러 내려와요."

마을 주민들의 삶을 지켜보고 겪어온 아이들의 꿈도 매우 구체적이다.

"(홍동중 졸업생 가운데) 매년 10명은 풀무학교에 가요. 꿈을 물으면 '씀바귀 연구할 거예요' '막걸리 전문가 될 거예요.' 하고 답해요. 농사를 지으며 하고 싶은 일을 시골에서도 즐기며 살 수 있다는 걸 알아요."

양도길 교사(교무주임) 또한 홍동중만의 독특한 문화로 '마을학교'를 꼽았다.

"지역과 함께하는 마을 학교죠. 교사만 전문가가 아닙니다. 지역 학부모와 마을분들까지 학교를 둘러싼 모든 환경을 교육적 요소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도덕 선생님이 병가 중인데요. 4월에 귀촌하신 분이 수업을 대신 해주고 있어요. 추천을 받아 마을 교사로 모셨습니다. 마을 전체를 교실로 활용해요. 마을과 상호작용, 상호 배려하는 독특한 문화가 있어요."

발칙한 토론 '학교 망하게 하는 비법은?'

홍동중 학생들의 토론회
 홍동중 학생들의 토론회
ⓒ 홍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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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작은 것에서부터 큰 일까지 아이들의 의견을 물어 결정합니다. 스스로 결정하게 하고 권리를 돌려주자는 의미죠. 교장이 먼저 의사 결정하는 일이 이 학교에서는 없습니다. 해오름터(도서관), 해마루(체육관), 해누리(지역사회교육문화센터), 해솔정(느티나무 정자), 나눔실(회의실) 모두 건물 이름을 아이들이 지은 거예요.

종종 발칙한 토론도 합니다. '학교 망하게 하는 법', '학교를 꼭 다녀야 하나'를 주제로 토론한 적도 있어요. 민주적 토론문화가 꽃피는 학교로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학생회는 월 1회 학급자치회와 연 4회 학생 다모임을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듣는다. 교과 수업도 '마을'을 교실로 활용한 학년별 성장단계에 따라 진행된다. 1학년 '진로 탐색'은 전국 최초로 유기농 특구를 만들어낸 마을 주민과 마을 단체를 둘러보는 '마을 탐구' 과정이다.

교사(오른쪽)와 학생들 간 스스럼이 없다.
 교사(오른쪽)와 학생들 간 스스럼이 없다.
ⓒ 홍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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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생태와 인간'은 학교 텃밭을 활용한 수업이다. 김희영씨는 한 달에 두 번씩 학교 텃밭에서 아이들에게 생태교육을 하는 주민 교사다. 자연스럽게 흙에 대한 소중함 등 따뜻한 감성 수업이 곁들어진다. 3학년은 '삶과 인성'으로 지역 하천, 협동조합, 로컬푸드매장 등을 다니며 마을 현장에서 공동체적인 삶을 경험한다.

문화예술교육도 "모자라지 않게" 신경 쓰고 있다. 매주 금요일 오후는 뮤지컬, 플루트 등 13개 문화예술활동이 벌어진다. 이 학교는 기업체의 도움을 받아 전문 뮤지컬 지도를 받은 아이들이 매년 뮤지컬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자유학기제에는 예체능과 교양을 함께 체득할 수 있게 마을 주민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가동된다.

박 교장은 "교육은 '따뜻한 언어'이고 '교육의 90%가 언어'라고 강조한다. 그가 시적 감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풀꽃 시문학회' 회원이기도 한 박 교장은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들과 손편지를 나누며 교감한다. 아이들이 책 읽은 얘기를 한 줄 이상 써오면 무조건 선물을 준다. 아이들의 시적 감성을 키우는 그만의 교육법이다.

"행복나눔학교는 사륜자동차"

박용주 교장과 함께 요리수업을 하고 있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
 박용주 교장과 함께 요리수업을 하고 있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
ⓒ 홍동중 최근영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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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중 통합학급 수업 모습
 홍동중 통합학급 수업 모습
ⓒ 홍동중 최근영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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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길 교사는 "아이들이 무조건 고등학교로 진학하지 않고 자기 삶을 사는 데 필요한 게 뭔지를 찾아가는 걸 보고 아이들의 변화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잘하는 것을 찾아주고 경험해주게 하고 자신감을 주는 게 교육"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행복나눔학교'(충남형 혁신학교)에 대해 "학부모, 학생, 교직원은 물론 마을이 함께 가는 사륜자동차"라고 답했다. '행복나눔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묻자 '소통'과 '서로에 대한 인정'을 꼽았다. 교육부와 충남도교육청 등 교육 당국에는 두 가지를 건의했다.

"농어촌 소규모 학교에 교원 수급 등을 더 배려해 줘야 합니다. 농산어촌 학교에 불이 꺼지면 마을이 재생할 수 없어요. 작은 학교를 어렵게 하면 결국 나라가 허약해집니다."(박용주 교장)

"아이들 중심의 교육을 하기에는 아직도 행정업무가 많습니다. 전라도나 경상도처럼 교육청과 지자체가 나서 행정업무 인력을 2명씩 지원해 줬으면 합니다. 돈보다는 업무경감 위해 인력을 지원해 줬으면 해요."(양도길 교사)

다시 홍동중 학부모들의 이야기로 되돌아 가보자.

"너무 칭찬만 하는 것 같은데 정말 좋은 학교예요. 다른 학부모들도 '이만한 학교는 없다'며 자부심을 느끼고 아이를 보내고 있어요. 같은 즐거움을 느끼는 학부모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홍동중학교는?
박용주 홍동중 교장
 박용주 홍동중 교장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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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3학급으로 시작해 현재 129명(6학급)이 다니고 있다. 교장 교감을 포함 교사 11명 등 모두 20명의 교직원이 근무중이다. 미래지향 농촌형 공교육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 지역사회와 지역 인근 학교가 소통하고 협력하는 공동체 학교를 꿈꾸고 있다. 이 학교는 '배움이 즐거운 온마을 학교'로 불리길 바라고 있다.

농촌형 공교육 정상화 모델학교로 학생,교직원,학부모,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네 바퀴를 지향하고 있다. 특히 지역 초중고가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행복나눔학교의 경우 배움중심 교육과정, 참여와 소통의 학교운영, 집단지성을 통한 교육역량 강화를 꾀하고 있다.



태그:#홍동중, #행복나눔학교, #마을학교, #혁신학교, #충남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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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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