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떼인 국밥값이 중고 소형차 살 돈은 되는데, 그분들은 저가 불쌍하구나 하고 돈 받는 것을 포기했지만, 이번 일은 계획적이고 너무 야비하여 분하고 억울한 마음을 김경습씨에게 하소연하였고, 너무 속시원하게 해결해주시어 감사하고 고맙습니다."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해고노동자 김경습씨가 국밥 식당을 운영하는 노부부로부터 받은 감사 편지의 일부다. 김씨는 최근 노부부로부터 편지를 받고, 이를 <오마이뉴스>에 보내왔다.
노부부는 거제 한 대형조선소 쪽에서 탁자 4개를 두고 국밥을 팔며 용돈벌이를 하고 있다. 그날 담은 겉절이 김치와 사골로 고은 육수로 국밥을 말아 파는 식당이다.
김씨도 이 식당을 자주 이용해왔다. 어느날 김씨는 노부부로부터 하소연을 듣게 됐다. 대형조선소 관련 물량팀에 일하는 사람들한테 국밥을 주며 외상 거래를 했고, 수 개월 동안 돈을 받지 못했다는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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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중공업 해고노동자 김경습씨가 국밥 식당하며 받지 못했던 외상값을 해결해 주어, 식당하는 노부부로부터 받은 감사의 편지다. |
ⓒ 김경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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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팀 쪽에 일하는 사람들은 대개 여러 조선소를 옮겨 다니고 있어, 식당은 외상 거래할 경우 받지 못하는 사례가 더러 있었다. 노부부가 한 물량팀장한테 받지 못한 외상값이 69만6000원이나 됐고, 노부부는 그동안 모아 놓은 거래영수증을 갖고 있었다.
김경습씨는 외상값을 주지 않은 물량팀장을 수소문해서 찾아냈다. 거제 한 조선소 협력사의 물량팀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김씨는 물량팀장을 직접 찾아 갔다.
김씨는 물량팀장으로부터 외상값 전액을 받았고, 이를 노부부한테 전해줬다. 해고노동자인 김씨가 못받은 외상값을 받아주는 해결사 노릇을 한 것이다.
김경습씨는 "누구는 해고자이면서 해결사 노릇까지 한다고 비아냥거릴지 모르겠지만, 상관하지 않는다"라면서 "억울하고 부당한 사람이 눈물을 조금이라도 딱아 줄 수 있다면 나설 것이다, 노부부가 받지 못한 외상값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줘 제 마음 또한 기쁘다"라고 말했다.
노부부는 편지에서 "고맙다는 말보다 글로 감사함을 전하는 것이 도리라 생각하여 몇 자 적습니다"라면서 "억울한 노동자들 고충을 해결해주는 노동운동도 바쁜데, 저에게 도움을 주신데 대해 다시 감사드립니다, 하시고자 하는 일 꼭 성취하시고 늘 건강하시길 빕니다"라고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