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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떼인 국밥값이 중고 소형차 살 돈은 되는데, 그분들은 저가 불쌍하구나 하고 돈 받는 것을 포기했지만, 이번 일은 계획적이고 너무 야비하여 분하고 억울한 마음을 김경습씨에게 하소연하였고, 너무 속시원하게 해결해주시어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해고노동자 김경습씨가 국밥 식당을 운영하는 노부부로부터 받은 감사 편지의 일부다. 김씨는 최근 노부부로부터 편지를 받고, 이를 <오마이뉴스>에 보내왔다.

노부부는 거제 한 대형조선소 쪽에서 탁자 4개를 두고 국밥을 팔며 용돈벌이를 하고 있다. 그날 담은 겉절이 김치와 사골로 고은 육수로 국밥을 말아 파는 식당이다.

김씨도 이 식당을 자주 이용해왔다. 어느날 김씨는 노부부로부터 하소연을 듣게 됐다. 대형조선소 관련 물량팀에 일하는 사람들한테 국밥을 주며 외상 거래를 했고, 수 개월 동안 돈을 받지 못했다는 설명이었다.

삼성중공업 해고노동자 김경습씨가 국밥 식당하며 받지 못했던 외상값을 해결해 주어, 식당하는 노부부로부터 받은 감사의 편지다.
 삼성중공업 해고노동자 김경습씨가 국밥 식당하며 받지 못했던 외상값을 해결해 주어, 식당하는 노부부로부터 받은 감사의 편지다.
ⓒ 김경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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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팀 쪽에 일하는 사람들은 대개 여러 조선소를 옮겨 다니고 있어, 식당은 외상 거래할 경우 받지 못하는 사례가 더러 있었다. 노부부가 한 물량팀장한테 받지 못한 외상값이 69만6000원이나 됐고, 노부부는 그동안 모아 놓은 거래영수증을 갖고 있었다.

김경습씨는 외상값을 주지 않은 물량팀장을 수소문해서 찾아냈다. 거제 한 조선소 협력사의 물량팀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김씨는 물량팀장을 직접 찾아 갔다.

김씨는 물량팀장으로부터 외상값 전액을 받았고, 이를 노부부한테 전해줬다. 해고노동자인 김씨가 못받은 외상값을 받아주는 해결사 노릇을 한 것이다.

김경습씨는 "누구는 해고자이면서 해결사 노릇까지 한다고 비아냥거릴지 모르겠지만, 상관하지 않는다"라면서 "억울하고 부당한 사람이 눈물을 조금이라도 딱아 줄 수 있다면 나설 것이다, 노부부가 받지 못한 외상값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줘 제 마음 또한 기쁘다"라고 말했다.

노부부는 편지에서 "고맙다는 말보다 글로 감사함을 전하는 것이 도리라 생각하여 몇 자 적습니다"라면서 "억울한 노동자들 고충을 해결해주는 노동운동도 바쁜데, 저에게 도움을 주신데 대해 다시 감사드립니다, 하시고자 하는 일 꼭 성취하시고 늘 건강하시길 빕니다"라고 인사했다.


태그:#해고노동자, #조선소, #국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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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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