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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고양생태공원 코디네이터
 이미숙 고양생태공원 코디네이터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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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생태공원에서는 계절이 오는 걸 소리나 냄새로 먼저 알아요. 소리는 새소리. 계절에 따라 다른 아이들이 오니까. 아, 파랑새가 오니까 여름이 오겠구나. 밀화부리가 울면 겨울이 오는구나. 이러는 거죠. 쇠오리가 오고, 청둥오리가 와서 자리를 잡는 걸 보면서 겨울이구나 하는 거죠."

12월의 고양생태공원은 황량하다. 잎이 사라진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를 드러냈고 억새, 갈대, 부들은 물속에 잠긴 채 바삭하게 말라간다. 여름 내내 푸르게 빛나던 메타세쿼이아도 나뭇잎을 떨구고 겨울을 맞았다.

그래서 겨울의 고양생태공원에는 볼거리가 없는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겨울에만 볼 수 있는 것들이 남아 있다. 겨울 철새들과 그들이 남긴 흔적, 겨울을 준비하는 곤충 집 등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2일, 이미숙 고양생태공원 코디네이터를 고양생태공원에서 만나, 겨울을 맞이한 생태공원을 함께 둘러보았다. 겨울이 깃든 고양생태공원은 고즈넉하면서 평화로웠다.

고양생태공원
 고양생태공원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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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생태공원은 고양시에서 최초로 생태를 주제로 조성한 공원으로 2013년 5월 25일, 문을 열었다. 고양시는 버려진 나대지 1만8천 평을 5년여 동안의 공사기간을 거쳐 생태공원으로 탈바꿈시켰다. 고양생태공원은 사람의 간섭을 최소화하면서 최대한 자연에 가깝게 유지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그래서 상시 개방을 하지 않는다. 예약제로 운영하면서 방문을 제한하고 있다.

이미숙 코디네이터는 2009년, 고양생태공원 조성공사가 시작됐을 때부터 전문위원으로 참여하면서 고양생태공원과 인연을 맺었다. 그건 그가 고양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생태운동에 참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생태공원이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한 뒤에는 코디네이터로 참여하면서 생태공원 운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고양생태공원은 이제 2년 반밖에 안 돼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지만, 예상보다 빨리 자리를 잡았다고 할 수 있어요. 2014년 6월부터 12월까지 생태모니터링을 한 결과 포유류 7종, 조류 51종, 양서파충류 8종 등을 포함해서 곤충과 식물상 310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거든요. 지금은 그보다 훨씬 많이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겨울을 맞이한 고양생태공원
 겨울을 맞이한 고양생태공원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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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코디네이터의 설명이다. 이렇게 빠르게 고양생태공원이 빠르게 자리 잡은 것은 사람의 접근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곳을 찾아 둥지를 튼 생물들은 경계심을 허물고 자연의 법칙에 따라 살아가고 있다는 게 이미숙 코디네이터의 설명이다.

곤충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면서 곤충을 먹이로 하는 다양한 새들이 찾아오고, 그 새들의 천적인 너구리가 이동해왔다. 그리고 황조롱이도 찾아와 생태공원 하늘을 빙빙 돌면서 먹잇감을 찾는다. 자연에는 자연의 법칙이 깃드는 게 당연하다.

"이곳에는 때까치들이 서식하고 있어요. 견학을 오는 사람들 전부가 때까치를 볼 수 없지만, 그들이 남긴 흔적은 볼 수 있어요. 때까치가 먹이인 메뚜기나 줄장지뱀을 잡아 나뭇가지에 꿰어놓거든요. 나중에 먹으려는 거죠. 그걸 보면서 때까치가 살고 있다는 것을 견학오는 사람들에게 확인시켜줄 수 있어요."

때까치가 잡아서 나뭇가지에 꽂아둔 줄장지뱀.
 때까치가 잡아서 나뭇가지에 꽂아둔 줄장지뱀.
ⓒ 유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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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바로 고양생태공원에서만 할 수 있는 생태교육이란다. 그뿐만이 아니다. 사람의 접근이 제한된 고양생태공원은 말없이 거닐기만 해도 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때까치의 먹이가 되는 줄장지뱀이 있고, 맹꽁이가 찾아와 알을 낳으면서 자연의 신비로움을 체험하게 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더없이 소중한 공간이라는 것이 이미숙 코디네이터의 생각이다.

고라니 가족이 찾아오고, 너구리 부부가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아 키우는 곳이 바로 고양생태공원이다. 저녁나절이면 꿩들이 긴 울음소리를 남기면서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곳이기도 하다. 한데 이 꿩들이 지난 11월초부터 보이지 않게 됐단다.

"아무래도 너구리 부부가 먹어치운 것이 아닌가 싶어요. 여름 내내 돌아다니더니 한 달째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게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요. 너구리들이 가끔 정신 줄 놓고 앉아 있는 새들을 덮치거든요."

고양생태공원의 자작나무숲. 이곳에는 오색딱따구리가 산다.
 고양생태공원의 자작나무숲. 이곳에는 오색딱따구리가 산다.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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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이 아니다. 한여름에 생태공원 안을 돌아다니다 보면 뱀들이 '야동'을 찍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도 있단다. 그렇게 늘어난 뱀들은 고양생태공원 한쪽을 여름 내내 차지하면서 '뱀밭'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지금은 죄다 겨울잠을 자러 들어갔다.

이런 동물들이 고양생태공원에 둥지를 틀고 자리를 잡은 것은 바로 옆에 대화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이미숙 코디네이터의 설명이다. 생태공원을 끼고 흐르는 대화천을 통해서 동물들이 이주하고, 새들 역시 찾아온다. 그래서 이미숙 코디네이터는 대화천을 생태공원과 함께 생태 벨트로 복원해 함께 보전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2월의 대화천에서는 '노란 빤스'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쇠오리들이 떼를 지어 헤엄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엉덩이에 '빤스'를 입은 것처럼 노란 무늬가 있기 때문에 이미숙 코디네이터는 쇠오리를 '노란 빤스'라고 부른단다.

고양생태공원
 고양생태공원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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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둥오리, 쇠오리, 노랑부리저어새 등의 철새가 대화천과 고양생태공원을 찾아 깃드는 것은 한강이 가깝기 때문이란다. 고양시에 있는 장항습지와 일산호수공원 역시 고양시의 생태자원이 풍부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고양시의 풍부한 생태자원이 바탕이 돼 고양생태공원이 생태공원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죠. 고양생태공원은 고양시의 보물창고라고 할 수 있어요. 이 공간을 고양시의 자랑거리로 만들려면 자연이 자연 그대로 깃들 수 있게 간섭을 최소화하면서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는 게 필요합니다. 성급하게 성과를 내려고 하면 자연은 망가질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 면에서 볼 때 고양생태공원의 미래는 밝다. 이미숙 코디네이터는 최성 고양시장이 생태와 환경에 깊은 관심을 갖고 생태지향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한다.

"생태와 환경 마인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거든요. 그에 대한 깊은 이해와 철학이 있어야 가능한데, 그런 면에서 고양시는 열린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서 버려진 나대지를 활용해서 생태공원을 만들어낸 것이죠. 저는 그걸 잘 지키는 지킴이와 안내자 역할을 하는 것뿐이죠."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이미숙, #고양생태공원, #최성, #고양시, #대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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