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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어이없는 일들이 한국사 국정화 강행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더니 새누리당은 지난 10월 25일 국정화 비밀TF팀 사무실이 도종환 의원 등에 의해 폭로되자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을 '감금'했다고 억지를 부려 온 국민을 쓴웃음 짓게 하였다.
도종환 의원은 "내부자 제보에 따르면 비밀TF는 최근 전국역사교사모임 워크숍 자료를 입수해 이를 근거로 좌편향 단체로 몰아가기 위한 자료를 25일 종편채널과 보수신문에 제공할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최근 정부•여당의 국정화 반대 논리와 국정화 반대 학계•집필진에 색깔론을 덧씌운 논리•자료도 이 비밀TF팀에서 주도적으로 마련했다. 한술 더 떠 TF상황관리팀은 "교원•학부모•시민단체 동향파악 및 협력", "언론동향파악 및 쟁점발굴" 등 통상적 교육부 업무를 넘어선 비밀정치공작소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후 이 사건은 야당이나 언론에서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의 지엽말단적인 부분적 사안으로 취급되고 교육부는 한술 더 떠 TF팀을 11월 13일 '역사교육 정상화 추진단'으로 공식화하는 후안무치의 작태를 서슴지 않고 있다. 청와대가 진두지휘하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직접 관리하는 국정화 비밀TF팀의 존재는 헌법 31조에 보장하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국기문란행위로 전혀 다른 차원의 중대한 문제인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 61조에 보장된 국회의 '국정감사권•조사권'도 무시하는 처사이다. 또한 정부조직법 2조(중앙행정기관 설치와 조직), 4조(부속기관의 설치)에 위배되고, 운영비 44억도 예비비에서 전용되어 불법으로 사용되었다. 예비비는 예측할 수 없는 긴급한 상황에 정부가 예산을 사용한 뒤 국회에 사후 보고할 수 있는 예산이다.

그런데 여당 예결특위 위원장이 정부에 역사교과서 국정화 예산의 세부 내역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정부는 이를 끝내 거부했다. 국회의 예산•결산권도 무시하는 정부 태도에 국민들은 그럴수록 무슨 비밀이 그렇게 많은지 궁금증이 더해가고 있다. 거기에다 교육부는 문책 받아야 마땅한 비밀TF팀장 오석환 충북대 사무국장을 11월 4일 대구시 교육청 부교육감으로 승진 발령하여 빈축을 사고 있다.

일찍이 YS가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하였듯이 모든 공무원에게 법률을 무시하고 청와대의 지시만 잘 따르면 출세한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 정권이 국정화를 자행하면서 하는 짓을 보면 유신독재나 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에서 불법적으로 국가권력을 총동원하여 탄압했던 사실을 떠오르게 한다.

[사례 1] 1988년 10월: 국정감사 "교원정보부 사건"

1988년 10월 5일 문공위 국정감사에서 이철•박석무 의원 등은 '교원정보부'의 실체를 제보 받고 문교부 건물 15층에 설치된 '국민정신교육 장학관실 전담반'의 실체를 폭로하게 된다. 당시 장관도 모르는 방에 설치된 '전담반'에서 "교원 집단행동 관계철", "해직교사 관계철", "주요대학 자료철" 등 전국교사들의 동향보고•연락망•전담요원 회의자료 등을 찾아냈다.

여기서 주요한 것은 이런 서류들이 문교부 장관도 모르게 작성되고 전결 처리되어 청와대로 보고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이에 야당의원들이 교원정보부를 폐지할 것과 박찬봉 장학관의 징계를 요구하여 당시 김영식 문교부 장관이 교원정보부를 폐지하고 박찬봉 담당 장학관을 경남의 국립대로 좌천발령을 하였다.

[사례 2] 1989년 9월: 국정감사 "교원노조 대책" 폭로 사건

1989년 9월 20일, 국정감사 당시 이철 의원에 의해 폭로된 '전교조 대책'(청와대 비공개 문서)에 의하면 정부는 청와대를 정점으로 전 행정기관을 동원, 전교조 조직을 와해시키기 위하여 총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하였다. 청와대를 주축으로 하여 행정기관이 비방 왜곡 유인물•영상을 제작하여 언론에 배포하는 등 가능한 조직과 자금을 총동원한 전방위적 대책이었다.

또한, 청와대는 전교조 대책 예산을 위해 전경련을 통해 18억 원을 갹출하도록 했고, 청와대•안기부•검찰을 포함한 차관급 실무자로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정례적으로 운영하였으며, 당정회의를 통해 민정당의 전조직을 동원하여 전교조 와해 공작을 벌여왔음이 확인되었다.

'회의자료'에 적시된 사항중에는 삼성그룹이 전그룹 소속사원에게 내린 '89년 비상노사관리지침'에서 소속사원이 전교조에 대한 지지서명운동을 차단하라고 하면서 재벌그룹이 전교조 탄압에 앞장선다는 여론 형성을 방지하기 위해 가급적 교재는 배포하지 말고 구두교육을 실시하라고 되어있다. 또한 국가예산으로 집행할 수 없는 부적절한 분야는 경제계에 협조를 구하라는 내용까지 포함되어있었다.

[사례 3] 대한변호사협회 '87-88년 인권보고서'

국정원 과거사위 보고서 "정치•사법 편 Ⅳ의 주요 시국사건과 관계기관 대책회의 편"을 보면 다음과 같다.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독재 권력의 속성상 집권자에 충성하는 정보 집단인 청와대 비서실•안기부•보안사 등이 정책 결정과 집행에 직접 관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최고위 TF회의로서 문제의 수준이나 정치적 의미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되어왔다. 정권적 차원의 문제에 대처하는 모임으로서 가장 고차원적인 것으로는 국무총리•민정당 대표위원•대통령 비서실장•안기부장이 정례회동하는 것이 있는데 그 아래로는 대통령특별보좌관, 안기부장 또는 차장, 보안사의 담당자, 관계부처 장관, 검찰총장, 치안 본부장 등이 회동하며 시국에 대한 대처방향과 사건의 처리 방향등을 논의하는 것이 있다. ……비록 법령상 의결권이나 정책 집행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참석자들의 수준에 비춰볼 때 합의된 내용은 사실상 정부 당국의 정책 결정과 같은 효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P.240~241)"고 하였으며 1988년 10월 22일 열린 국정감사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에 서동권 당시 검찰총장은 공안기관 대책회의(관계기관 대책회의)가 실재했으며 '시끄러울 때'는 주 2회 정도 모이기도 했다고 증언하였다.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가 오랜 조사 끝에 내놓은 보고서 <과거와 대화, 미래의 성찰>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을 국민들에게 다짐했으나, 박근혜 정부는 국정화 추진을 강행하면서 과거 유신독재나 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보다 더 뻔뻔하게 헌법유린•국정농단의 비밀TF팀을 또다시 운영하며 국회와 국민을 속여 왔다.

비밀TF팀의 참여기관•구성인원•운영기간•운영예산 등의 문제점 등 어느 하나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고 슬그머니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닌 것이다. UN과 세계최대규모의 교원단체인 국제교원단체연맹(EI)도 지난 10월 29일 박대통령에게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철회하라는 서한을 보내왔지만 박근혜 정부는 민주적 논의와 국회의 동의절차도 깡그리 무시하고 국정화를 향해 일방적으로 폭주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사안을 야당도 몇 차례 방어하는 시늉이나 하고 결국에는 면죄부를 주고 국정화에 날개를 달아주는 역할에 그친다면 여당은 물론 야당도 내년 총선에서 심판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태그:#국정화비밀TF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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