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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토 불고기 식당 텐단에서는 밑반찬은 우리나라 먹거리 콩나물무침, 부침개, 잡채 따위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교토 불고기 식당 텐단에서는 밑반찬은 우리나라 먹거리 콩나물무침, 부침개, 잡채 따위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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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람들은 거의 콩나물을 먹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보통 손쉽게 콩나물을 살 수도 없습니다. 물론 오사카 츠루하시나 한국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는 콩나물을 살 수 있습니다. 일본 간사이 지역에서도 가끔 콩나물을 파는 곳이 있지만 많지 않고, 극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콩나물 대신 일본 사람들은 주로 숙주나물을 많이 먹습니다. 일본에 숙주나물이 소개된 것도 그렇게 오래 된 것이 아닙니다. 1960년대 중반 대만에서 일본에 라면이 들어오면서 라면에 넣는 양념으로 들어와 먹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에 비하면 한반도에서는 고려 때나 조선시대에 콩나물이나 숙주나물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날로 먹을 수 있는 고기는 소 위뿐입니다. 소 세 번째 위와 식탁 모습입니다.
 일본에서 날로 먹을 수 있는 고기는 소 위뿐입니다. 소 세 번째 위와 식탁 모습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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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탁 가운데 있는 가스 불판에 고기나 해산물을 구워서 먹습니다.
 식탁 가운데 있는 가스 불판에 고기나 해산물을 구워서 먹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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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6일 저녁 교토에 있는 텐단이라는 불고기집에 다녀왔습니다. 이 집에서는 고기는 종류에 따라서 주문해서 먹지만 밑반찬은 뷔페식으로 자유롭게 담아다 먹을 수 있었습니다. 이 밑반찬이 콩나물무침, 무나물, 부침개, 잡채 따위로 대부분 한국 요리였습니다.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었던 먹거리가 일본 사람들 입맛이나 식당 먹거리로 맞았나봅니다. 특히 일본 대중식당에서 콩나물 무침을 본 것을 처음입니다.

살생을 금하는 불교의 가르침이나 먹을 것이 부족한 일본에서는 짐승을 잡거나 고기를 먹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1960년대 이후 급속한 경제 성장과 식생활의 변화에 따라서 고기를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사람들은 고기를 먹을 때 주로 전문 식당에 가서 먹습니다. 집에서 고기를 요리해서 먹는 경우는 드뭅니다.

일본 사람들이 고기 요리를 집에서 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고기 요리에 자신이 없기도 하지만 일본의 집 구조에 따른 원인도 있습니다. 일본 집은 대부분 나무로 지은 단독 주택이나 아파트나 내장제가 부드러운 석도보드나 벽지로 되어 있습니다.

집에서 고기요리를 해서 먹으면 고기 냄새가 집안에 스며들어서 냄새가 사라지는데 일주일 정도 걸립니다. 특히 불에 구워서 먹는 불고기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 심합니다. 따라서 일본 사람들 집에서 요리를 하는 것보다 전문식당에서 먹습니다.

일본 고기 집에는 한국식 갈비 고기는 먹기 어렵습니다. 일본에서는 뼈에 붙어있는 고기를 사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갈비뼈에 붙은 고기를 뼈째 구워서 먹습니다. 일본에서는 그런 경우는 보기 어렵습니다. 고기를 부위 별로 곱고 얇게 썰어서 내옵니다.

    미역국과 달걀국입니다. 미역국에는 죽순과 무가 들어있습니다. 달걀국은 중국식입니다.
 미역국과 달걀국입니다. 미역국에는 죽순과 무가 들어있습니다. 달걀국은 중국식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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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일본 고기 집에서는 날고기를 먹을 수 없습니다. 몇 년 전부터 날고기를 먹고 식중독으로 사람이 죽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때문에 일본 정부에서 강력하게 단속을 하기 때문에 날고기를 팔지 않습니다. 날고기 대신 소 위 부분은 날로 맛보았습니다. 아마도 소 위는 날로 먹을 수 있나봅니다.

텐단 식당에서는 고기뿐만 아니라 오징어나 조갯살 따위 해산물도 주문하여 먹을 수 있었습니다. 고기집이지만 고기뿐만 아니라 생선 따위도 팔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미역국이나 중국식 달걀국 따위도 먹을 수 있습니다.

다만 미역국에 죽순을 얇게 썰어서 넣었습니다. 죽순을 넣어서 끓인 미역국은 일본에서 처음 맛보았습니다. 한국 드라마의 영향인지 미역국은 한국에서 생일날이나 아기를 낳은 다음 먹는 것은 다 알고 있었습니다.

먹거리에는 국경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이곳저곳을 여행하거나 맛본 것을 자기 식으로 새롭게 만들기도 하고 섞어서 만들기도 합니다. 일본 텐단 식당 역시 이웃 우리나라의 여러 가지 먹거리 요소를 적극 활용하여 손님들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그간 일본에서는 그다지 먹지 않던 콩나물무침까지 적극 소개하는 것을 보니 파격적입니다. 아마도 일본 날씨는 습기가 많아서 콩나물이 쉽게 상하기 때문에 먹지 않았나 봅니다.

참고 누리집> 텐단(TENDAN) 식당, http://www.tendan.co.jp/, 2015.11.28
참고 문헌> 한복진,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음식 백가지 2, 현암사, 2005.2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콩나물, #텐단(TENDAN) 식당, #미역국, #소 위, #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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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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