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터키 정부가 최근 터키 정보부의 무기 밀반출을 폭로한 언론인들을 구속한 데 이어, 무기 밀반출 트럭의 검문을 담당한 터키 자치군 전·현직 장성들까지 체포하면서 전방위적인 공안정국을 조성하고 있다.

터키 일간지 <투데이스 자만>은 11월 30일 치 보도에서 '터키 경찰이 11월 28일 전·현직 고위 군 당국자 3명을 국가반란죄·간첩혐의로 체포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앙카라 자치군의 이브라힘 아예딘 소장 등 세 명의 전·현직 군 당국자들은 지난 2014년 1월 아다나주 지방검찰의 지휘 아래 남부 터키에서 시리아행 수송트럭들을 제지시킨 바 있다.

'터키 정부당국이 텔 아비아드의 ISIL에 전력을 공급했다'고 보도한 투데이스자만의 6월 보도.
 '터키 정부당국이 텔 아비아드의 ISIL에 전력을 공급했다'고 보도한 투데이스자만의 6월 보도.
ⓒ 투데이스자만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1년여 뒤인 지난 5월, 터키 최대일간지 <줌휴리엣>은, 당시의 채증 사진과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매체는 '트럭들은 구호물자 수송으로 위장했으나, 실제로는 박격포탄 등 2000여 발의 포탄과 중기관총 탄약 등 총 8만여 발의 탄약이 실려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 보도가 나간 뒤 터키 정보부와 레제프 에르도안 대통령 등은 이들 자치군이 시리아의 투르크멘 주민들에게 전달될 '인도주의 구호물자'를 막았다며 무기 밀반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야당 지도자들과 터키 유력 일간지 등은 문제의 트럭이 무기를 싣고 있었으며, 시리아 내 극단주의 테러그룹에게 향하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당시 검문을 담당했던 자치군 당국자들은 언론에 "이 트럭들이 투르크멘 거주지역이 아닌, 테러그룹들이 밀집된 지역으로 향하고 있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앞서 <줌휴리엣>이 사건을 폭로한 지난 5월, 터키 여당인 정의개발당(AKP)과 에르도안 대통령 등은 이 밀반출 차량 검문과 정보당국에 대한 수사를 두고 '반역과 간첩행위'라고 주장하며 당시 검문 및 수사를 지휘한 지방검사들을 형사고발했다.

터키검찰은 지난 5월 8일, 지난 2014년 당시 지역 자치군에게 트럭검문과 트럭에 동승했던 국가정보부(MIT) 요원들의 조사를 지휘한 아다나주 쉴레이만 바그리야닉 검사장 등 총 네 명의 검사들을 구속했다. <투데이스 자만>에 따르면 구속 기소된 검사들은 타르수스 고등형사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예정이며, 종신형을 선고받을 위기에 처해있다고 전했다.

터키 유력매체의 폭로... "터키정보부, IS 전사 수송지원"

지난 2014년 터키 정보부가 IS 전사들을 아트메기지에서 텔아비아드로 수송했다는 우회 노선도.
 지난 2014년 터키 정보부가 IS 전사들을 아트메기지에서 텔아비아드로 수송했다는 우회 노선도.
ⓒ 줌휼리엣 보도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그러나 에르도안 정부의 해명과 달리, <줌휴리엣>은 지난 6월에도 당시 터키정보부가 무기는 물론 IS 전사들의 수송까지 지원해줬다는 폭로 기사를 내보냈다. 이 매체는 지난 6월 12일 치 보도를 통해 "지난 2014년 1월 터키정보부 요원이 직접 동승한 두 대의 차량으로 IS 전사들과 군수물자를 수송해줬다"라고 전했다.

☞관련 영상 보기

또한 이 매체는 다른 사건으로 아다나주 지방검찰에 체포된 당시 수송트럭 운전기사가 시리아 내 IS 기지 근처에서 이뤄진 현장 검증에서 수송과정을 설명하는 동영상까지 게재했다. 현장 검증 당시 운전기사는 "터키정보부가 시리아 북서부 터키 국경 인근 IS의 아트메(Atme) 기지에서 동쪽으로 약 250km 거리에 있는 시리아 북부 터키 국경 인근 요충지 텔아비아드(Tel Abyad)로 군수물자와 전사들을 수송해줬다"라고 밝혔다.

IS의 아트메 기지와 텔아비아드 사이에는 IS와 적대 관계에 있는 쿠르드 인민수비대(YPG)가 장악한 코반(Kobane) 지역이 길목을 막고 있어 시리아 내 도로 수송이 어렵다. 그러나 터키정보부의 지원으로 IS가 국경을 넘나들며 터키 남부 지역 노선으로 안전하게 우회해 텔아비아드로 물자와 전사들을 수송했을 수 있다.

터키-시리아 국경에 있는 텔아비아드는 IS가 중동 전역에서 모집한 IS 전사들과 군수물자를 터키를 통해 시리아·이라크로 수송하는 요충지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지난 2013년까지 쿠르드계(YPG)가 장악하고 있었으나, 터키정보부의 IS 전사 및 군수물자 수송지원행각이 발각된 지난 2014년 1월부터 IS 세력이 우세해지기 시작했다.

사법부·언론 탄압으로 유럽의 골칫거리가 된 터키

<줌휴리엣> 기자들이 체포된 이후 해당 언론사가 다시 회계 감사를 받게 됐다는 <투데이스 자만>의 11월 30일 치 보도.
 <줌휴리엣> 기자들이 체포된 이후 해당 언론사가 다시 회계 감사를 받게 됐다는 <투데이스 자만>의 11월 30일 치 보도.
ⓒ 투데이스 자만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이 사건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지난 11월 24일 에르도안 대통령은 기존의 입장을 바꿔, "설사 정보부 트럭들이 무기를 싣고 있었다고 해도 별 문제될 것이 없다"라고 밝혔다. <투데이스 자만>의 11월 30일 치 보도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11월 28일 '해당 트럭들은 시리아 반군(FSA)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오히려 트럭 검문과 제지가 국가기밀누설과 반역행위'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사태는 터키 내 여론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지만, 터키 외부로 알려진 내용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유럽연합(EU) 가입협상 등을 앞둔 에르도안 정부가 IS 지원관련 스캔들의 외부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언론인과 검문을 담당한 군 당국자까지 구속하면서 공안정국을 조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록 지난 11월 29일 브뤼셀에서 열린 EU-터키 정상회의에서 난민대책으로 몸살을 앓는 EU가 터키 국경 강화의 대가로 터키에 30억 유로 지원을 합의했으나, 터키의 언론 탄압은 EU 회원국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지난 11월 30일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여전히 인권과 언론자유에 대해 터키와의 차이가 있다는 점을 잊지 않고 있으며, (30억 유로 지원 합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들을 다루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12월 14일 예정된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 협상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 편집ㅣ김지현 기자



태그:#터키정부, 언론인 구속사태의 배경과 전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