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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에 홀린 듯 아르헨티나 탱고에 빠졌다. 먼저 서정적인 탱고 선율에 마음을 뺏겼다. 또 파트너와 하나되어 움직이는 강렬한 동작에 꽂혔다. 바로 충무로에 있는 아트 탱고를 찾아가 수강신청 했다. 3년 전 일이다.

시작은 참담했다. 중년을 훌쩍 넘긴 아저씨가 음악을 듣고 박자에 맞춰 원하는 패턴대로 리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게다가 앞 뒤 커플과 간격을 유지하면서 파트너도 보호해야 한다. 무한한 연습과 노력만이 생존의 조건이었다.

출퇴근길과 점심시간에 탱고 음악을 들으며 박자 맞추는 연습을 했다. 아트 탱고 강습에선 탱고를 몸 안에 빨아들이겠다는 각오로 임했다. 이렇게 기본 걸음을 배우고 초급 기술을 익히며 조금씩 탱고의 맛을 알아갈 무렵 갑자기 인도로 발령이 났다.

인도에서 살려면 엄청난 참을성이 필요하다. 열악한 인프라와 스모그에 제한적인 먹거리, 용서가 되지 않는 모기 때문에 삶이 피곤했다. 시간이 지나 익숙해져 갈 무렵 인도에도 땅게로스(Tangueros, 탱고를 추는 사람들)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옥상에서 탱고 파티를 하는 루프탑 밀롱가(Rooftop Milonga), 동작 연습을 하는 쁘렉띠까(Práctica)등 관련모임이 있으면 무조건 나갔다. 이제는 델리 지역에서 열리는 거의 모든 밀롱가에 아내와 같이 발을 들이밀고 있다.

탱고는 사교에 최적화 돼 있다. 음악을 들으면서 호흡을 맞추니까 처음 만난 파트너와 금세 친해진다. 춤 추는 사람들은 여유롭고 성격이 밝아 함께 있으면 즐겁다. 인도에서 활동을 하다 보니 탱고 친구들 국적도 다양하다. 인도,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영국, 터키, 미국, 아르헨티나, 멕시코, 일본, 중국, 필리핀,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한국. 인도 밀롱가에서 만난 친구들 출신 국이다. 나라만큼 직업도 제각각 이어서 만나면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탱고를 하면 심신이 건강해진다. 자연스럽게 걷기 운동이 되고 유연성도 좋아진다. 서로 배려하면서 유쾌하게 동작에 집중하니까 정신건강에도 좋다. 특히 나처럼 부부가 같이 하면 상승작용으로 효과가 증폭된다. 물론 처음 배울 때 옥신각신하며 작은 다툼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탱고로 작지만 힘있는 국제화를 실현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오늘도 밀롱가로 향한다. 사교와 건강 그리고 부부 관계에 특효약인 탱고는 삶의 활력소다.


태그:#탱고, #아르헨티나,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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