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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시티에 날아간 6·8공구 개발전략

인경제자유구역청(이하 인천경제청)이 올해 1월 초 송도랜드마크시티유한회사(SLC)로부터 어렵게 회수한 송도 6·8공구 개발 사업권이 송도엑스포시티 때문에 다시 과거로 회귀할 가능성이 커졌다.

송도 6·8공구 토지 면적은 총582만 9446㎡(=약 176만 3407평)이다. 이중 공원과 공공용지, 골프장 등 355만 2028㎡를 제외한 개발부지 면적은 227만 7418㎡(=약 68만 8918평)다.

개발부지 중 주택용지는 147만 1941㎡(=약 44만 5262평)이고, 상업용지는 80만 5477㎡(=약 24만 3656평)이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은 이 토지를 조성해놓고도 2006년 7월에 체결한 기본협약에 따라 SLC가 토지 개발권을 독점하고 있어, 토지를 활용할 수 없었다.

이에 인천경제청은 올해 1월 기본협약을 파기하는 대신 SLC 쪽에 전체 개발부지 약 69만평 중 약 10만평을 조성원가에 공급하기로 했다. 나머지 약 59만평을 직접 개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로써 송도랜드마크시티 사업은 무산됐고, 인천경제청은 이를 대신할 개발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주거 위주로 계획돼 있는 토지이용계획을 MICE[=기업회의(meeting)·포상관광(incentives)·컨벤션(convention)·전시(exhibition)의 네 분야를 통틀어 말하는 서비스 산업]·관광·레저 등의 서비스산업 지구로 바꾸겠다고 했다.

송도 6·8공구는 인천대교고속도로 진입도로를 기준으로 남단(39만평)과 북단(30만평)으로 나뉜다. 북단에는 토지리턴 매각부지(10만평)가 포함돼있다. 시와 인천경제청은 나머지 20만평을 기존 개발계획대로 일반 매각할 방침이다.

인천경제청은 6·8공구 중 인천대교고속도로 진입도로 남단의 SLC 부지 10만평을 제외한 29만평과 골프장 부지 22만평의 개발계획을 수정하기 위해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에 '개발계획 변경 용역 사업비' 24억 원을 반영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송도엑스포시티가 부각하면서 이 계획은 중단됐다. 송도엑스포시티 사업은 배국환 전 시 경제부시장이 올해 1월 라스베이거스 월드마켓센터의 설립자로 알려진 숀 샘슨(Shawn Samson)의 초청을 받아 임용빈 게일인터내셔널코리아 대표와 함께 라스베이거스 월드마켓센터를 다녀온 뒤 부각했다.

이어, 올해 7월 말에 시 투자유치단이 송도엑스포시티 사업 추진을 위해 라스베이거스로 다시 출장을 다녀왔다. 국제마켓센터(International Market Centers: 월드마켓센터 운영회사)가 연 2회 개최하는 '라스베이거스 마켓 쇼'에 참석해 월드마켓센터 사업이 송도랜드마크시티를 대신할 사업으로 타당한지 점검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때도 송도개발유한회사(NSIC: 게일인터내셔널코리아와 포스코의 합작 부동산개발회사) 쪽에서 동행했다.

과거 방식으로 돌아간 6·8공구 개발

숀 샘슨과 NSIC 등이 시에 제안한 엑스포시티 사업은,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 초기 게일인터내셔널코리아가 포스코와 합작해 NSIC를 설립한 뒤 진행한 부동산개발과 동일하다.

엑스포유니버스코리아는 인천대교고속도로 남단의 부지 약 152만㎡(약 46만평)에 엑스포시티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하지만 사업제안서는 제출되지 않았다. 시와 인천경제청 내부에서는 엑스포시티 사업의 실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 엑스포시티 사업의 요지는 라스베이거스의 전시장 월드마켓센터를 송도에 짓고 그 주변을 개발하는 것이다. 전시장 주변에 상가·위락시설·호텔 등을 지어 거기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으로 전시장 건립비용을 충당하는 방식이다.

즉, 엑스포시티 사업이 확정될 경우 개발사업자는 자기 돈 한 푼 안 들이고 개발이익을 챙길 수 있다. 또한 부동산경기 침체에 따라 개발이 더딜 경우 인천경제청은 과거처럼 먼 산만 바라봐야 한다.

인천경제청은 경제자유구역 개발 초기에 투자 유치보다는 부동산 개발에 치우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송도지구는 부동산개발 붐(boom)을 이어가는 전진기지 역할을 했다. 첨단산업 투자 유치 대신 아파트 분양이 주를 이뤘다. 엑스포시티와 같은 개발방식은 송도에 또 다시 부동산 거품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자유구역 개발 초기 투자 유치 업무에 대한 이해와 노하우, 경험 등이 부족한 상태에서 가장 손쉬운 게 부동산개발이다. 이를 거대 시행업체에 맡기는 방식이 편했다. 그러다보니 산업정책에 맞춰 투자를 유치하기보다는 외국 자본에 끌려 다니기 일쑤였다.

부동산경기가 침체하고 송도지구가 어느 정도 개발됐다고 여긴 인천경제청은 개청 10주년을 전환점 삼아 산업 유치로 투자 유치 방식을 전환했다.

계약 방식 역시 외국자본 합작 시행사가 개발하는 방식에서 'end-user(최종 수요자)' 사업방식으로 전환했다. NSIC처럼 시행사가 개발해 분양하는 방식에서, 인천경제청이 투자자와 직접 계약해 '투자자가 토지를 직접 사고 개발해 업체운영까지 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규모가 적은 만큼 부동산경기 변동에 따른 위험도를 줄이는 동시에, 산업자본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시 투자유치단이 과거와 같은 개발방식을 다시 들고 나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송도 6·8공구 개발계획을 변경하려했던 인천경제청은 일단 시 투자유치단의 성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엑스포시티 사업 확정 여부에 따라 개발계획을 수립하겠다는 것이다.

엑스포시티 사업은 투자 여부를 비롯해 사업계획·개발방식·개발범위 등이 베일에 싸여있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 시는 엑스포시티 사업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시 관계자는 "개발사업자와 의견을 많이 좁혔다. 긍정적으로 잘 진행되고 있다. 내년 1월에 사업을 매듭지을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엑스포시티 '먹튀' 우려, 개발방식 "재검토해야"

인천경제청이 올해 10월에 작성한 '인천경제청 재정 현황과 전망(변경) 안'을 보면, 2016년 수입 4234억 원에 지출 5120억 원으로 적자 886억 원을 예상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는 수입이 각각 6191억·6184억·7280억 원이고, 지출이 각각 5832억·5865억·4839억 원으로 해마다 흑자 359억·319억·2441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재정 전망에는 엑스포시티 사업이 있다. 인천경제청은 엑스포시티 사업으로 2017년부터 매해 1800억 원에 달하는 토지를 매각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2020년 이후 매각분은 1조 2600억 원에 달한다. 전체 토지매각 수입은 1조 8000억 원이다.

엑스포시티 조성 대상지로 거론되는 6·8공구의 평균 조성원가는 3.3㎡당 300만 원이다. 이것은 인천경제청이 SLC에 토지를 넘길 때의 가격이다. 토지리턴 매각을 적용하면 3.3㎡당 850만 원 안팎이다.

그렇다면 3.3㎡당 약 850만원을 적용했을 때 1조 8000억 원에 상당하는 토지 면적은 21만 1760여 평이다. 그런데 엑스포시티 사업 대상지로 거론되는 지역은 인천대교고속도로 진입도로 남단의 부지 29만평과 골프장 부지 22만 평이다.

이를 두고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단순계산으로 29만평만 개발한다고 가정해도 3.3㎡당 850만 원에 매각하면 땅값만 2조 4650억 원이다. 1조 8000억 원과는 6000억원이 넘는 차액이 생긴다. 이 때문에 시가 토지를 헐값에 외국자본에 공급하는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엑스포시티 전시장 건설을 미끼로 주변에 호텔·상업시설만 지어 개발이익을 챙긴 뒤 실제로 전시장을 지을지도 의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송도컨벤시아도 국제적인 MICE 행사를 유치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데, 과연 엑스포시티 전시장이 사업성이 있을지 걱정이라는 데 있다. '먹튀(=먹고 튀어)' 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시,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6,8공구, #엑스포시티, #유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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