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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시가 26일 호텔인터불고 안산에서 주최한 ‘대형 참사의 극복과 공동체 회복을 위한 안산국제심포지엄 2015’가 제종길 안산시장과, 세월호 유가족, 시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국내외 전문가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안산시가 26일 호텔인터불고 안산에서 주최한 ‘대형 참사의 극복과 공동체 회복을 위한 안산국제심포지엄 2015’가 제종길 안산시장과, 세월호 유가족, 시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국내외 전문가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박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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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시가 주최한 '대형 참사의 극복과 공동체 회복을 위한 안산국제심포지엄 2015'가 26일 호텔인터불고 안산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고통 받고 있는 유가족과 시민 치유, 지역공동체 회복을 위해 열린 안산국제심포지엄에는 제종길 안산시장과 세월호 유가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국·내외 전문가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제종길 시장은 인사말에서 "세월호 참사의 슬기로운 극복은 안산시가 떠안고 있는 가장 큰 과제로 범시민적 지혜와 역량을 모아 함께 헤쳐 나가야 할 때"라며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회복력이 강한 도시 안산의 성공적인 모델을 정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1세션 '함께하는 추모공간 조성'에서 민승기 미국 스튜디오 리베스킨드 소장은 '기억속의 목소리들' 주제 발표를 통해 독일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 등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추모공원과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 쌍둥이빌딩 9·11테러 희생자 추모공원 프로젝트 등에 대해 소개했다. 스튜디오 리베스킨드는 9·11테러 현장 부지에 마련된 추모공원을 설계한 건축소다.

민 소장은 추모공간 조성과 관련 "다양한 사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담는 공존의 공간, 희생자와 생존자가 교감하는 공간, 참사를 되돌아 보고 잊지 않는 기억의 공간, 서로를 보듬어가는 치유의 공간이 돼야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추모공간 조성 "지역사회 합의 과정이 관건"

안산시가 26일 호텔인터불고 안산에서 주최한 ‘대형 참사의 극복과 공동체 회복을 위한 안산국제심포지엄 2015’에서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 소장이 세월호 추모공간 조성에 따른 갈등 발생 가능성과 예방 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안산시가 26일 호텔인터불고 안산에서 주최한 ‘대형 참사의 극복과 공동체 회복을 위한 안산국제심포지엄 2015’에서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 소장이 세월호 추모공간 조성에 따른 갈등 발생 가능성과 예방 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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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 소장은 '함께 만드는 추모공간'에서 세월호 참사와 추모공간 조성 추진 현황과 그를 둘러싸고 빚어지는 유가족과 주민, 지자체 간의 갈등 양상과 해법에 초점을 맞췄다.

세월호 추모공간 조성과 관련 안산시는 2016년 상반기 중 유가족과 시민, 전문가, 시 관계자 등으로 실무위원회를 구성해 추진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시민 여론을 수렴할 계획이다. 추모공간 조성은 전액 국비로 조성된다. 416가족협의회는 추모시설 부지로 화랑유원지 오토캠핑장을 희망하고 있다. 유가족은 추모공간 조성의 기본 방향으로 '추모, 치유, 생명, 안전'을 담보할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박 소장은 "유가족은 접근성과 지속성을 갖춘 친근하고 소박한 추모공간을 원한다"며 "반면 주민들은 세월호 트라우마와 피로감으로 인해 찬반양론이 공존한 가운데 추모시설 유치에 잠재적 우려를 하고 있어 안산시가 중심이 되어 다양한 대화 채널을 만들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구지하철 희생자 추모시설처럼 추모공간을 혐오시설로 인식하는 사회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세월호 유가족이 오토캠핑장을 원하지만 당초 시민편익시설로 조성된 만큼 범시민적 합의를 위한 공론화의 과정을 통해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갈등 해결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 세월호 인양과 영결식 등 내년 연말까지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시간적 한계 ▲ 추모시설 건립 위해 정부에 500억 지원 요구해야 하는 예산상 한계 ▲ 오토캠핑장 공간의 한계 ▲ 세월호 유가족과 지역주민 간의 갈등 등 관계상 제약 ▲ 세월호 참사 이후 사회적 과제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꼽았다.

박 소장은 단원고 2학년 교실(명예 3학년) 보존을 둘러싸고 유가족과 재학생 부모, 경기도교육청 간에 빚어진 갈등을 사례로 들며 "단원고 2학년 교실 보존 문제가 향후 추모공간조성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의 선제적 경험이 될 수 있다"며 "비극적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산시가 서두르지 말고 유가족과 시민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끝으로 "유가족과 시민들 간의 경험치가 워낙 큰 만큼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전제로 오해와 불신을 풀기 위해 다양한 만남을 가져나가야 한다"면서 "유가족은 이웃들도 트라우마 상태라는 점을 이해하고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결국 유가족과 시민, 안산시 간에 관계 회복을 어느 정도 하느냐에 따라 추모공간의 위치와 규모, 내용 등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모와 애도는 살만한 세상 만들기 위한 첫 걸음"

안산시가 26일 호텔인터불고 안산에서 주최한 ‘대형 참사의 극복과 공동체 회복을 위한 안산국제심포지엄 2015’에서 조한혜정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가 세월호 참사 이후 지역공동체 회복과 관련해 발표를 하고 있다.
 안산시가 26일 호텔인터불고 안산에서 주최한 ‘대형 참사의 극복과 공동체 회복을 위한 안산국제심포지엄 2015’에서 조한혜정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가 세월호 참사 이후 지역공동체 회복과 관련해 발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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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에 대해서는 응답해야 하고 타인의 슬픔에 대해서는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 지금 진실은 수장될 위기에 처했고, 슬픔은 거리에서 조롱받고 있는 중이다. 타인의 슬픔에 대해 '이제 지겹다'고 말하는 것은 참혹한 짓이다." - 신형철 <눈먼 자들의 국가> 중에서

제2세션 '지역공동체 회복'의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조한혜정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는 '세월호 참사 이후의 공동체 회복에 대한 제언'에서 12명의 작가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쓴 글들을 묶은 <눈먼 자들의 국가> 일부 대목을 자주 인용했다.

조 교수는 "추모와 애도는 다시 살 말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첫 걸음"이라면서 "세월호 유가족의 특별법 서명활동 등은 인류 역사상 대단한 일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한국사회를 짓누르고 있는 위험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관문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초 경고 적대사회이기도 한 한국 사회에서 세월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마음을 읽어나가는 소통 속에서 우리를 묶어세우는 정치적 활동을 펼쳐야 한다"면서 "애도야 말로 정치적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으로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삶과 지역공동체의 주민으로 살아가는 기반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세월호 참사 1년이 지나면서 국민 사이에 경기침체와 사회혼란을 불러일으킨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유가족에게 적대와 혐오를 드러내는 등 분열상이 커지고 있다"며 "공동체 회복의 시작은 다양한 주체들이 소통하면서 시작하는 것으로 상호호혜를 바탕으로 한 시민성을 회복하기 위해 유가족은 이웃 주민들과 장터도 열고 음식도 만들어 나눠 먹는 등 특별한 목적 없이 느슨하고 지속적으로 만나 슬픔과 기쁨을 나누는 관계 맺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단원고 2학년 교실은 참사가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는 위험사회에 대해 연구하고 추모하고 교육하는 장으로서의 위상으로 보고 보존 여부를 고민해야지 힘겨루기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교실 문제를 포함해 지역공동체의 회복은 상호부조와 돌봄의 공동체, 마을살이에 대해 어떤 비전으로 추진할 것인지 유가족과 시민, 시민사회 등 다양한 주체들 간의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산공동체 복원, 기쁨과 슬픔 나누는 '관계 맺기'로부터

안산시가 26일 호텔인터불고 안산에서 주최한 ‘대형 참사의 극복과 공동체 회복을 위한 안산국제심포지엄 2015’에서 이창환 (사)마을 이사가 성미산 마을공동체의 역사와 현황 등을 소개하며 지역공동체 회복에 대한 제언을 하고 있다.
 안산시가 26일 호텔인터불고 안산에서 주최한 ‘대형 참사의 극복과 공동체 회복을 위한 안산국제심포지엄 2015’에서 이창환 (사)마을 이사가 성미산 마을공동체의 역사와 현황 등을 소개하며 지역공동체 회복에 대한 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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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환 (사)마을 이사는 '성미산 마을공동체'를 주제로 "세월호 참사의 도시 안산에서 성미산 사례를 소개하기가 조심스럽다"며 "마을공동체의 주체는 주민으로 주체를 명확하게 해야 하는데, 성미산에서 가장 결집력이 강력한 주민모임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해결해주는 부모 모임으로 성미산 마을은 어린이집을 만드는 부모 모임에서 시작됐다"고 운을 뗐다.

이 이사는 "성미산 마을의 시작은 국가와 시장이 해결해주지 않은 영역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해결하려 하면서 시작됐다"며 "마을 만들기는 주민의 자발성이 가장 중요하며, 자발성이 없으면 행정에 의존하고, 전문가에 의존하면서 모임이든 마을이든 행정, 전문가가 빠지는 순간 지속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성미산 사람들은 아이들을 자연과 함께 키우고 싶어 하는 부모들의 욕구를 실현시킨 공동육아협동조합을 시작으로 주민들의 바른 먹을거리를 위한 마포두레생협, 예술 욕구와 끼가 있는 주민들을 위한 성미산 마을극장 등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냈다. 지금도 70여 개의 다양한 주민모임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크고 작은 모임을 만들고 그 안에서 '관계'를 형성해 '이웃'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성미산 마을의 문화 키워드로 "차이와 공존, 배려와 협동의 정신을 기반으로 다양성 인정, 수평적 조직, 호칭의 평등, 성평등 문화, 안 싸우기, 의사소통 중시, 당사자주의, 자발성"을 들었다.

히데키 고이즈미 도쿄대 교수는 '큰 재난으로부터 복구 과정 커뮤니티 디자인'에서 동일본 대지진으로 황폐해진 이와테현 가마이시 시의 하이타 공원과 오츠치 마을의 도시 공동체 설계와 복원 사례를 소개했다.

심포지엄이 끝난 후 김은호 희망교회 목사는 "세월호 참사 이후 와동(와동은 단원고 학생들이 세 번째로 많이 희생된 지역) 주민들의 피해의식이 유가족에 대해 찬반으로 나눠지면서 동네에서 무언가 하고 싶은데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조언을 듣고 싶다"고 질의했다.

조한혜정 교수는 "서울처럼 동사무소를 동네 커뮤니티 공간으로 바꾸면 어떨까. 행정기관은 누가 독점하는 게 아니다. 동사무소를 주민들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만나야 한다"고 답했다.

이창환 이사는 "2010년에 성미산 나무와 숲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 있었는데, 주민들의 상처를 치유하게 한 힘은 숲의 복원이 아니라 싸움 과정에서 나눈 깊은 신뢰였다"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함께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신뢰, 정 나눔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태그:#안산국제심포지엄 2015, #세월호 추모공간 조성, #안산지역 공동체 , #성미산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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