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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6일 시청 영상회의실에서 2016년 예산을 설명하는 모습.
▲ 유정복 11월 6일 시청 영상회의실에서 2016년 예산을 설명하는 모습.
ⓒ 사진출처 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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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분야 4개 기관 통폐합 오히려 '국비지원' 손실

인천시가 '행정 효율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출자·출연기관 통·폐합이 실속이 없는데다, 명분마저 놓쳤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시는 10월까지 마무리 짓겠다고 했지만, 혼선만 초래하고 변죽만 울렸다는 평가다.

시는 경제 분야 출자·출연기관 중 경제통상진흥원·정보산업진흥원·지식재산센터·인천테크노파크를 한 데로, 여성 분야 인천여성가족재단·여성복지관·여성문화회관·서부여성회관을 한 데로, 문화·연구 분야인 인천문화재단과 강화고려역사재단을 한 데로 통합하겠다고 했다.

시는 이 통·폐합을 위해 인천발전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했고, 최근 그 결과를 받았다. 시는 공공기관 통·폐합을 올해 10월까지 마무리할 방침이었으나 '올해 안'으로 늦췄다. 연구용역 결과와 별개로 여론이 싸늘한데다, 공직 내부에서 실속이 없다는 얘기가 확산된 지 오래다.

우선 경제 분야 기관 통합이 가장 실속이 없다. 4개 기관은 설립 근거가 된 법률이 달라 정부의 지휘와 지원체계가 각각 다르다.

경제통상진흥원은 중소기업청, 정보산업진흥원은 미래창조과학부, 인천테크노파크는 산업통상자원부, 지식재산센터는 특허청의 지휘와 지원을 각각 받는다. 중소기업청과 특허청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이지만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외청'이다.

통합 대상 4개 기관은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기관이라, 시는 인천테크노파크로 통합하려고 했다. 하지만 통합할 경우 정부로부터 받는 중소기업지원금이 큰 폭으로 줄 가능성이 제기 됐다.

인천테크노파크와 인천정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인천시의 통·폐합에 대해 중앙부처에서는 자신들의 지휘를 받는 기관이 사라지면 지원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즉, 지원 근거와 지휘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제 분야 기관을 섣불리 통·폐합했다가는 되레 인천지역 중소기업한테 돌아가는 국비만 줄어들게 생긴 것이다. 그렇다고 통·폐합으로 행정자치부가 보통교부금을 더 주는 것도 아니다. 실속 없이 혼선만 초래하고 변죽만 울린 셈이다.

여성 분야 출연기관 통·폐합은 여성계의 민심 이반을 불러왔다. 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당사자는 물론, 여성가족재단·여성복지관·여성문화회관·서부여성회관을 이용하고 있는 숱한 시민들(수강생)도 거세게 반발했다.

시 관련부서에서 '통합 반대'라는 여성계의 입장을 시 공공기관혁신단에 전달하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민심 이탈이 거세지자, 시 내부에서는 여성 분야 통·폐합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화고려역사재단, 실패한 통·폐합의 희생양

인천시의회는 시 산하 공공기관 통·폐합에 부작용이 우려되고 비판 여론이 거세다며 간담회와 토론회를 개최하라고 시에 주문했다. 시 관계자는 "여성 분야 기관 통·폐합에 대해 유정복 시장도 반대 의견을 밝혔다. 경제 분야에 대해서는 조만간 공청회를 열어 시 안팎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경제 분야와 여성 분야 공공기관 통·폐합에서 실속과 명분, 그리고 민심마저 상실한 시 공공기관혁신단은 강화고려역사재단을 인천문화재단에 통합시키는 일에 골몰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비판에 직면해있다. 시는 당초 문화·연구 분야를 한 데로 통합하기 위해 인천발전연구원까지 통합하려 했다. 그러나 인천발전연구원은 시책 연구기관이라 빠졌다.

결국 남은 것은 강화고려역사재단이다. 인천문화재단과 강화고려역사재단의 조례와 정관을 각각 개정하고 폐지해 강화고려역사재단을 해산한 뒤 인천문화재단 산하 역사문화센터로 편입하겠다는 것이 시의 계획이다.

시가 출자·출연기관을 통·폐합하겠다고 선언하고 공공기관혁신단마저 설립한 이상 그냥 물러설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경제와 여성 분야에서 실속과 명분을 상실한 뒤, 강화고려역사재단을 통·폐합 명분의 희생양으로 삼으려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인천지역 시민문화예술단체와 공간들이 지난 8월 25일 인천시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시 산하 공공기관 통폐합 추진 관련 반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인천시 공공기관 통폐합 인천지역 시민문화예술단체와 공간들이 지난 8월 25일 인천시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시 산하 공공기관 통폐합 추진 관련 반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시사인천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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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 강화고려역사재단 독립성 주문

시의회는 행정사무감사 때 여야 구분 없이 '국내 유일의 강화·고려사 분야를 연구하며 남북 교류를 연구하는 기관을 없애는 게 과연 행정 효율화라고 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박영애(비례) 시의원은 "강화고려역사재단이 벌인 남북 역사 교류와 관련해 대표이사가 공석일 경우 발생할 문제가 크다. 자율권을 지키고 남북관계에 나서주길 바란다. 통일 시 우리 역사를 구체화해야하는 만큼 독립성을 유지하면 좋겠다"고 했고, 새누리당 최만용(부평5) 시의원도 "일방적으로 통·폐합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한구(계양4) 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 또한 "강화고려역사재단이 통·폐합되면 국내에서 유일하게 강화·고려사를 연구하는 곳이 사리지게 된다. 행정 효율화로 인천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시가 통·폐합을 추진하자, 박종기 강화고려역사재단 대표이사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시의 일방적인 통·폐합 추진에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인천 문화계와 역사계의 반발이 거셀 전망이다.

강화고려역사재단이 해산될 경우 남북 역사 교류 사업도 덩달아 도태될 전망이다. 5.24조치 후 남북 교류가 전면 중단됐지만, 강화고려역사재단은 비공개로 이달 초 개성을 방문해 남북 역사 교류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립적으로 연구를 추진하던 강화고려역사재단이 인천문화재단 내 역사문화센터로 축소되면, 문화사업 지원을 중점으로 펼치는 인천문화재단 내에서 강화·고려 역사 연구와 남북 교류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박종기 대표이사의 공백이 너무 크다. 박 대표이사는 비상임으로 일하며 고려시대사를 맡아 연구했다. 강화고려역사재단이 추진한 남북 역사 교류 사업은 전적으로 박종기 대표이사의 인적 네트워크가 있어 가능했는데, 이제 동력을 상실하게 됐다.

말로만 '인천 가치 창조' ... 강화 유적 세계문화유산 등재 물 건너가나

시가 강화도의 진·보·돈대 등 관방유적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일도 동력을 상실할 전망이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연구와 학술교류 등을 강화고려역사재단에서 맡아 추진했는데, 인천문화재단 내 역사문화센터로 강등된 후 설자리가 있을지 비관적이다.

강화고려역사재단 해산은 민선6기 남북 교류의 잣대가 될 전망이다. 강화고려역사재단이 해산하면 인천에는 남북 교류를 연구하는 기관이 하나도 없게 된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올해 초 인천발전연구원에서 남북 교류 연구 분야의 예산과 인력이 사라졌다. 그나마 강화고려역사재단이 강화와 고려(개성)를 중심으로 남북 교류를 연구했는데 이마저도 사라지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 사무처장은 또, "유 시장은 '인천 가치 창조'를 추진하며 섬을 강조했다. 강화도는 유구한 역사를 품고 있는 섬이자 남북 교류의 전진기지다. 남북 교류협력이 살아나면 영종~강화~개성, 영종~강화~해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가치를 팽개치는 게 과연 가치 창조인지 의문이다"라고 덧붙였다.

강화고려역사재단과 인천문화재단 간 통합으로 나타날 행정효율도 미지수다. 보통 중복 분야를 없애 비용을 절감하는 게 효율이다. 강화고려역사재단에는 연구 직원이 4명뿐이고, 대표이사는 급여를 받지 않는 비상근이다. 예산이 많이 들지 않는다. 그런데 시는 효율적인 통합이라고 강연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유정복, #인천시, #인천 공공기관 통폐합, #인천문화재단, #강화고려역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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