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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호수누리길
 고양호수누리길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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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재촉하는 비였다. 겨울을 앞두고 비가 내리면 꼭 다음 날에는 기온이 뚝 떨어져 옷깃을 저절로 여미게 하기 때문이다. 올해 유난히 비가 귀해 이따금 마른하늘을 보면서 비가 좀 더 많이 내려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그래서 비가 내릴 때면 더 많이, 더 많이 내리라는 말을 주문처럼 외우곤 했다.

지난 수요일, 오랜만에 걸었다. 걷는 날은 어지간하면 날씨가 맑은 게 좋다. 비가 내리면 챙겨야 할 것이 많아지고, 특히 카메라가 젖을까봐 신경이 쓰이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7일, 고양누리길은 코스 하나를 추가했다. 고양시의 랜드마크이면서 자랑인 호수공원을 한 바퀴 도는 코스로 이름은 '고양호수누리길'이다. 전체길이는 6.2km로 소요 예상시간은 2시간.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길이 없어서 누구라도 편안하게 산책하듯이 즐기면서 걸을 수 있다.

고양호수누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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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발산역에서 출발해서 라페스타 먹자골목을 지나 주엽공원을 통과해서 호수공원 노래하는 분수대를 지나 호수공원을 따라 걷는 '고양호수누리길'은 호수공원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호수공원은 계절마다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호수공원은 고양시의 일산신도시를 개발할 때 조성된 인공호수공원으로 전체 면적이 30만 평에 이를 정도도 넓다. 산책로와 자전거도로 등이 아주 잘 조성되어 있으며, 고양 600년기념관, 꽃전시관 등을 포함한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 있다.

고양호수누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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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봄이면 꽃박람회가 열려 전국의 주목을 받고, 엄청나게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곳이기도 하다.

수요일인 18일,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가뭄이 오래 이어져 해갈을 하기에는 부족한 비였지만, 거리를 촉촉이 적시기에는 모자람이 없었다. 이날 오후 3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 정발산역에 도착했다. 비는 안개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비옷을 입고, 우산을 썼다. 비 오는 날 도심을 걸을 때는 아무래도 차림새가 가벼울 수밖에 없다.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양호수누리길은 편안하게 즐기면서 걷기에 적당하니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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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최해찬 공원휴양팀장, 정창식 고양생태 부팀장과 함께 걸었다. 이들은 나의 오랜 길 친구이며, 좋은 길잡이라서 함께 걸으면 늘 든든하다. 정창식 부팀장은 고양호수누리길을 조성하기 전에 함께 여러 차례 답사를 했다. 그래서 길을 만드는 과정에서 겪었던 해프닝과 에피소드가 추억으로 남아 있다.

정 부팀장의 고양누리길 사랑은 아주 특별하다. 그는 고양누리길을 조성하기 전부터 길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고양누리길을 조성할 때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고양시 최고의 고양누리길 전문가이기도 하다. 함께 걸으면 그런 그의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그래서 그와 같이 걸으면 늘 즐겁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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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물들어 있는 고양호수누리길

아, 비에 젖은 고양호수누리길은 저물어 가는 가을이 흠씬 물들어 있었다. 안개처럼 흩어지는 비는 붉은 단풍 나뭇잎을 더욱 불타게 했고, 샛노란 은행잎은 짙은 노란색 물이 뚝뚝 떨어지게 했다. 그래서 걸으면서 자꾸 뒤를 돌아보았다. 가을이 멀어져가는 기척이 들리는 것 같아서.

길 위에 흩어진 다양한 색깔의 낙엽들은 비에 젖어 축 늘어져 있었다. 우리는 그 위를 걸었다. 비명소리조차 내지 않는 낙엽들이라니, 왠지 서글프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호수공원의 노래하는 분수대는 11월이 되면서 휴식기에 들어갔다. 내년 4월에 다시 분수대가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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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공원의 한쪽을 채웠던 갈대들을 자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금속 기계음이 웅장하게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는 소리를 들었다. 가을이 가는 아쉬움만 생각했지, 다가오는 겨울을 맞이하는 설렘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엇이든 무르익으면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건 계절도 마찬가지다. 가을이 무르익었으니 갈 때가 된 것이고, 겨울은 이제 모습을 드러내면서 무르익을 채비를 하는 것이다. 그런 모습이 호수공원이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겨울이 무르익으면 그 아름다운 모습을 즐기러 고양호수누리길을 걸으러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선인장전시관에 잠시 들러 그곳에 있는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셨다. 은은한 커피향이 마음까지 따뜻하게 감싼다. 두 손으로 커피잔을 감싸고 온기를 느끼는 기분, 참 좋다.

고양호수누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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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가 채 되기도 전에 사위는 어두워져 버렸다. 어둠은 무게가 없는데도 어깨가 묵직해지는 것 같다. 어둠을 발끝으로 밀면서 천천히 걸었다. 아, 고양호수누리길은 어두워져도 느긋한 기분으로 걸을 수 있어서 좋다.

정발산역으로 다시 돌아가는 길, 술꾼들을 유혹하는 주점들이 늘어선 거리를 지난다. 음, 그냥 가기는 너무 아쉽지? 그러면서 술집을 기웃거린다. 가볍게 한 잔 어때? 이 말이 입안을 뱅뱅 돈다.

겨울이 깊어지면 그 때도 오후 느지막이 고양호수누리길을 걸어야겠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술꾼을 유혹하는 거리를 기웃거리면서 기분 좋게 한 잔 걸쳐야겠다. 사람 사는 거 별거 있나. 오랜 길 친구와 함께 즐겁게 걷고 마주앉아 흥겹게 술잔을 부딪힐 수 있다면 그게 행복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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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고양누리길, #고양호수누리길, #정창식, #고양시, #호수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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